발끈하는 성품 못 버린 대가섭

여섯 가지 죄 수용하고 참회하는 아난에게

“번뇌 남아 있다면 올 수 없다”며 내쳐버려 

아난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대가섭의 추궁은 이어집니다. 그는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너는 부처님의 가사(승가리)를 개다가 발로 밟은 적이 있다. 이것은 너의 돌길라죄다.”

아난은 해명했습니다.

“그때 바람이 거세게 불었고 나를 도와줄 사람은 없었습니다. 내가 옷을 붙잡았을 때에 바람이 불어와서 내 발 아래로 부처님 가사가 떨어진 것입니다. 내가 공경하지 않아서 부처님의 가사를 밟은 것은 아닙니다.”

대가섭은 또 말했습니다.

“부처님의 음장상(陰藏相)을 반열반에 드신 이후 여인들에게 드러내보였다. 이 어찌 수치스럽지 않은가! 이것이 너의 돌길라죄이다.”

아난은 말했습니다.

“그때 나는 생각했습니다. ‘만일 여러 여인들이 부처님의 음장상을 본다면 곧 자신들이 여인의 몸이라는 것을 부끄러워 할 것이요, 남자의 몸을 얻고자 하여 부처님의 상호를 갖기 위해 수행할 것이요, 복덕의 뿌리를 심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여인에게 부처님의 음장상을 보여주었던 것이지 수치심이 없어서 고의로 계를 깬 것은 아닙니다.”

음장상(陰藏相)에서 음(陰)은 성기를 뜻합니다. 부처님은 여느 남성들과 달리 생식기가 말의 그것처럼 몸 안으로 감춰져 있다(藏)고 하여, 마음장상(馬陰藏相)이라고도 표현합니다. 초기경전을 보면 이와 관련해서 아주 흥미로운 일화들이 등장합니다.

이따금 외도들이 부처님이 과연 성자로 추앙받을 만한지 의심을 품고 다가와서 32상 하나하나를 헤아려봅니다. 그런데 다른 신체 특징은 겉으로 드러나지만 딱 두 가지는 감춰져 있다는 것이 문제였습니다. 혀와 성기입니다. 그렇다고 부처님께 대놓고 이 두 가지 특징을 갖추고 있는지 여쭤볼 수도 없는 일이지요. 난감해하고 있는 외도들을 위해 부처님은 슬그머니 혀를 내밀어 보이시고, 옷자락을 펄럭여서 마치 우연하게 음장상을 보여주신 것처럼 해서 그들의 궁금증을 시원하게 해결해주십니다.

아무튼 대가섭의 추궁에 대한 아난의 해명은 여인의 몸을 낮은 것으로 여기는 관점이 엿보여서 같은 여성으로서 불만스럽기도 하지만 어찌되었거나 여인으로만 머물지 않고 한 사람의 구도자로 거듭나게 하려는 그의 배려심은 수긍할 만합니다.

이렇게 해서 대가섭은 아난에게 여섯 가지 죄를 물었습니다. 즉, 아직 아라한을 이루지 못했다는 것, 여인들의 출가 허락을 받아냈다는 것, 부처님께 물을 떠다드리지 않았다는 것, 부처님의 반열반을 미뤄달라고 청하지 않았다는 것, 부처님 가사를 발로 밟았다는 것, 마지막으로 부처님 반열반하신 뒤 여인들에게 부처님의 음장상을 보여주었다는 것입니다.

대가섭은 이 여섯 가지를 ‘돌길라죄’로 규정한 뒤 이렇게 말합니다.

“너는 승가에 이 여섯 가지 죄를 남김없이 참회해야 한다.”

아난은 가섭의 말을 받아들입니다.

“장로 대가섭과 승가의 가르침을 따르겠습니다.”

자신은 고의로 혹은 악한 마음으로 그런 일을 저지른 것이 아니었기에 굳이 죄라고 스스로는 인정하지 않지만 대가섭의 생각을 존중하여 이렇게 말하는 것입니다.

아난이 길게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뒤에 가죽신발을 벗고서 여섯 가지 돌길라죄를 참회했지만 대가섭은 아난을 대중들 사이에서 끌어냈습니다.

“번뇌를 끊고 난 뒤에 들어오너라. 번뇌가 남아 있다면 올 수 없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문을 닫아걸었습니다. 부처님을 존경하는 대가섭의 마음은 잘 알겠지만 <대지도론> 제2권과 제27권에서는 이 일을 가리켜 대가섭은 아라한이 되었지만 발끈하는 습이 남아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예로 우리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불교신문3203호/2016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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