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심(下心), 고되고 혹독한 구도의 길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하는 마음으로

불법승 삼보 귀의…탐진치 삼독 끊고

깨달음 얻어 모든 생명 돕겠다 수행 

근래 들어 거리에서 세 걸음 걷고 한 번 절을 하는 삼보일배(三步一拜) 행렬을 마주치기란 어려운 일이 아니다. 사회 현안과 관련된 집회 또는 시위 현장에서 대중들에게 새로운 의사표현의 수단으로, 또 평화적 비폭력시위의 방법으로써 행해지곤 하는 삼보일배는 본래 불교의 수행자들이 하는 실천 수행법 중 하나다.

삼보일배를 하며 수행자들은 불법승(佛法僧), 삼보(三寶)에 귀의한다. 1보에 부처님, 2보에 부처님의 가르침, 3보에 스님께 귀의하는 마음을 담아 걷는데, 여기에는 탐진치(貪瞋癡) 삼독(三毒) 즉 탐욕과 노여움, 어리석음을 끊어내고자 하는 뜻도 담겨 있다. 다시 말해 삼보일배는 단순히 걸음을 걷고 절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고행을 통해 자신의 죄업(罪業)을 씻고 깨달음을 얻어 모든 생명을 돕겠다고 다짐하는 수행법인 것이다.

불교만의 수행법이던 삼보일배가 점차 대중화되기 시작한 것은 2003년 이후라고 볼 수 있다. 2003년 당시 불교환경연대 상임대표 수경스님은 새만금 간척지 사업으로 인한 환경 훼손과 생명 파괴를 막기 위해 전북 부안에서 서울시청 앞까지 320km가 넘는 길을 65일 동안 삼보일배했다. 수경스님은 당시 삼보일배를 가리켜 “자신의 마음보를 고치는 운동”이라고 언급했다. 스스로 안고 있는 문제를 외부의 탓으로 돌리지 않고 자신의 탐욕과 성냄, 어리석음의 결과로 생각하고 한 걸음 떼어놓을 때마다 참회하고 일어나 걷고 또 다시 몸을 낮춤으로써 자신을 비우는 의지를 다져나가는 방법이라는 것이다.

결국 삼보일배의 요체는 ‘하심(下心)’에 있다. 수행자들은 세 걸음 걷고 한번 절하기를 수없이 되풀이하며 혹독한 고행을 하는데, 이는 자신을 낮추고 남을 위하는 마음이 있어야 가능하다. 또 그런 마음을 얻기 위해 하는 실천 수행이다. 수행자들은 앞을 가로막는 물웅덩이, 거친 돌부리를 피하는 법 없이, 낮은 자리에 앉고 다시 일어서길 반복하며 ‘하심’의 마음으로 고되고 천한 구도의 길을 걷는다.

[불교신문3203호/2016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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