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빤 강남스타일, 강남스타일, 낮에는 따사로운 여자, 인간적인 여자 … ”지난 7일 밤 서울 종로 보신각 앞에 인기 가수 싸이의 ‘강남스타일’이 울려 퍼졌다. 국가무형문화재로 지정된 연등회를 마무리하는 회향한마당의 한 장면이다. 연등행렬에 동참한 불자들은 물론 내외국인들이 ‘강남스타일’에 맞춰 순식간에 열광의 도가니에 빠졌다.

사실 대다수 내외국인에게 불교는 조용하고 점잖은 종교라는 선입견이 있다. 하지만 빠르게 변하는 시대의 흐름과 지구촌이 한 가족이 되어 가는 상황에서 불교 행사나 공연도 바꾸어야 한다는 여론이 적지 않다. 행사를 기획하고 준비하는 이들도 끊임없이 고민한다. 이날 강남스타일은 일종의 파격(破格)으로, 연등회 회향한마당을 업그레이드하기 위한 고민의 결과였다. 사실 회향한마당에 이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까지 10년이란 세월이 흘렀다고 한다.

앞서 가수 우순실, 소리꾼 신이나, 풍경소리 친구들 등의 출연진이 흥겨운 공연을 선보이고 동참자들은 강강술래와 난장(亂場)을 함께 즐기며 한층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고민하고 노력한 만큼 호응이 컸다.

이유는 무엇일까,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었기 때문이다. 남녀노소,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쉽게 아는 노래, 그리고 누구나 호응할 수 있는 선곡의 효과를 톡톡히 보았다. 그날 자리를 함께 한 내외국인들은 연등회에 대한 잊지 못할 추억을 간직하고 돌아갔을 것이다.

연등회가 국가행사를 넘어 이제는 국제적인 축제로 발전하기 위해선 몇 가지 과제가 있다. 전통과 현대가 잘 어우러지고, 내외국인이 함께 하는 프로그램 마련이 숙제다.

그런 점에서 연등회 회향한마당의 다양한 시도는 높은 점수를 받을만하다. 물론 일부에서 너무 세속화되어서는 안 된다는 우려가 있는 줄 안다. 그러나 신나고 대중적인 불교음악과 공연이 개발되고, 호평 받기를 기대하며 관계자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낸다. 불자, 시민, 내외국인이 함께하는 명실상부한 축제로 거듭나는 연등회와 회향한마당을 만들기 위한 노력이 계속되리라 믿는다.

[불교신문3203호/2016년5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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