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인총림 해인사 벽산원각(碧山源覺)대종사 법어


<상당(上堂) 하시어 주장자(拄杖子)를 세 번 치시고>

무위한도인(無爲閑道人) 이여
재처무종적(在處無蹤跡) 이로다
경행성색리(經行聲色裏) 나
성색외위의(聲色外威儀) 로다.
함이 없는 한가한 도인이여.
어디 있으나 그 자취가 없도다.
행이나 소리나 빛깔 속에 있어도,
소리나 빛깔을 벗어난 행위로다.

황벽(黃檗)스님은 법명은 희운(希運)이고 백장회해(百丈懷海)선사의 법을 이었습니다.
황벽스님이 어느 날 대중들에게 말했습니다.
“그대들은 모두 다 술지게미를 먹는 사람들이다. 이렇게 행각해서야 어느 곳에 깨달을 날이 있겠는가? 대당국(大唐國)안에는 선사가 없다는 것을 알겠느냐?”
그때 어떤 스님이 앞으로 나와서 말하였다.
“그렇다면 여러 곳의 선원에서 수행자들을 지도하고 있는 분들은 누굽니까?”
황벽스님께서,
“선(禪)이 없다고 말하지 않았다. 다만 스승이 없을 뿐이다.”라고 했다.

여기에 대해서 만송노인(萬松老人)은 말했다.
어느 날 황벽스님께서
“그대들 모두는 무엇을 구하는가?” 하고 몽둥이로 내쫓았다.
대중이 흩어지지 않으니, 선사께서 다시 이르되
“그대들은 모두 술지게미나 먹는 사람들이다.” 하였으니 당나라 때에는 사람을 꾸짖을 때 술지게미를 먹는 놈(噇酒糟漢) 이라고 했다.

제(齊)의 환공(桓公)이 당(堂)위에서 글을 읽는데 윤편(輪扁)이 당(堂) 아래서 수레바퀴를 깎다가 망치와 끌을 놓고 당(堂)위에 올라와 물었다.

“감히 묻노니 공(公)께서 읽으시는 것은 누구의 말씀입니까?”
공이 답하되,
“성현들의 전적이라 하였다.”
윤편이 다시 묻되
“성인이 어디 계십니까?”하니
공이 답하되
“이미 떠나셨느니라.” 하였다.
“그렇다면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지게미 입니다.”
공이 이르되
“과인이 글을 읽는데 수레바퀴나 깎는 주제에 무엇을 안다는 것인가? 해명할 말이 있으면 옳거니와 해명할 수 없으면 죽음을 각오하라.” 하니
윤편이 이르되
“신이 신의 일로써 관찰하건대, 수레를 깎는데 느슨하면 헐거워서 견고하지 못하고 꽉 조이면 빡빡해서 들어가지 않습니다. 느슨히 하지도 않고 꽉 조이지 않으려면 손에서 얻어지고 마음에서 느껴져야 합니다. 말할 수 없으나 묘함은(이치는) 그 사이 존재합니다.
신도 신의 자식에게 가르치지 못하고 자식 역시 신에게 배우지 못합니다.
그러므로 신의 나이 칠십이 되도록 수레를 깎고 있습니다. 옛사람도 전하지 못하고 죽었을 터인즉, 공께서 읽으시는 것은 옛사람의 지게미입니다.” 하였다.

사자(獅子)는 교인(咬人)하고,
한로(漢盧)는 축괴(逐塊)니라.
사자는 흙덩이를 던지면 사람을 무는데,
한나라 개는 흙덩이를 쫓는구나.

당나라 헌종에게는 두 아들이 있었는데, 하나는 목종(穆宗), 하나는 선종(宣宗)으로 선종이 바로 대중천자이다. 열세살 어린나이로 민첩하고 영악하여 항상 가부좌하기를 좋아 하였다.
목종(穆宗)이 재위할 때 일찍 조회를 파하자 대중천자가 장난삼아 용상(龍床)에 올라가 여러 신하들에게 읍하는 시늉을 하였다.
훗날 목종의 셋째아들인 무종이 왕위에 오르자
항상 대중천자를 멍청이라 불렀다.

그러던 어느 날 무종은 지난날 대중이 장난삼아 부친의 자리에 올라간데 대하여 원한을 품고서 드디어 그를 때려 후원에 내다 버리고 불결한 똥,오줌을 끼얹었는데, 다시 살아났다.
마침내 남모르게 도망하여 향엄지한(香嚴志閑) 회상에 있다가 머리 깎고 사미(沙彌)가 되었는데, 뒤에 염관(鹽官)스님의 회하에 가서 서기 소임을 맡고 있었는데, 황벽스님이 그곳의 수좌(首座)로 있었다.
하루는 예불하는 황벽스님을 보고서 사미가 물었다.
“부처에게 집착해서 구하지 말고, 법에 집착해서 구하지 말고, 대중에 집착해서 구하지 말라고 했거니 무엇을 구하려고 예배하십니까?”

“부처에게 집착하여 구하지 않으며, 법에도 집착하여 구하지 않으며, 대중에게도 집착하여 구하지 않으면서 항상 이처럼 예배를 하느니라.”
“예배를 해서 무엇 하려구요?”
황벽스님이 갑자기 뺨따귀를 후려치자 대중이
“몹시 거친 사람이군.” 이라고 하자, 황벽스님은,
“여기에 무엇이 있다고 거칠다느니 섬세하다느니 지껄이느냐?” 하며 또 한차례 뺨따귀를 쳤다.

대중이 후일 제위를 계승하여 황벽스님에게 추행사문(醜行沙門) 즉, 행동이 거친 중이란 법호를 주려고 하자 상공 배휴(裵休)가 간청하기를 폐하에게 세 번 손질한 것은 삼제윤회(三際輪廻)를 끊는 뜻입니다 라고 하여 단제선사(斷際禪師)라는 호를 내렸다.

여기에 대해서 설두(雪竇)스님께서 송(頌)하시길

늠름고풍부자과(凜凜孤風不自誇) 하고,
단거환해정룡사(端居寰海定龍蛇) 로다.
대중천자증경촉(大中天子曾輕觸) 하야,
삼도친조롱조아(三度親遭弄爪牙) 로다.
늠름하고 고고한 풍모 자랑하지 않고,
단엄하게 세상에 거처하며 용과 뱀을 구분지었네.
대중천자가 일찍이 가볍게 건드렸다가,
세 번이나 따귀를 얻어 맞았네.

황벽스님께서 한때 홍주(洪州)땅의 개원사(開元寺)에 머물고 계셨다.
상공 배휴거사가 어느날 절로 들어오다가 벽화를 보고 그 절 주지스님에게 물었다.
“이것은 무슨 그림입니까?”
“고승들을 그린 그림입니다.”
“고승들의 겉모습은 여기에 있지만 고승들은 어디에 계십니까?”
그 절 주지스님이 아무런 대답을 못하자 배휴가
“이곳에 선승은 없습니까?” 하고 물으니
“한분이 계십니다.”라고 대답했다.
상공은 마침내 대사를 청하여 뵙고, 주지스님에게 물었던 일을 대사께 되물었다.
그러자 대사가 불렀다.
“배휴!”
“예!”
“어디에 있는고?”
상공은 이 말 끝에 깨치고 대사를 다시 청하여 개당설법하시게 하였다.


명월청풍공일가(明月淸風共一家) 로다.
명월과 청풍은 같은 한 집 이로구나.


동안거 해제 한지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병신년 하안거 결제가 되었습니다. 세월이 너무 빠릅니다.
우리 공부가 늦어지는 까닭은 시간 여유가 있거니 하고 항상미루는 마음이 있기 때문입니다.
자고나면 오늘은 죽지않고 살았으니, 살아있는 오늘에 공부를 마쳐야지 내일 어찌 믿으랴 생각하고 애써 정진해야 합니다.

 

일월사전광(日月似電光) 이니,
광음량가석(光陰良可惜) 이로다.
차신불향금생도(此身不向今生度) 하면
갱대하생도차신(更待何生度此身) 이리오.
세월이 번개처럼 빠르니,
시간을 어찌 아끼지 않을손가.
이 몸을 금생에 제도하지 못하면,
어느 생을 기다려 제도하리오.

<주장자(拄杖子)를 한번 치시고 하좌(下座) 하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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