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분이나 기다렸을까? 갑자기

“스님, 저 초코파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요”

영어담마스쿨에 나오는 현율이는 초등학교 1학년생이다. 아주 개구쟁이지만 현율이가 가장 의젓하고 정성스러움을 보일 때가 있다. 공양물을 올리는 시간이다. 얼마 전, 토요 영어담마스쿨에서 부처님과 스님들께 공양을 올린 목련존자의 이야기를 들은 후 매주 토요일마다 공양물을 가방에 챙겨온다.

잠실에 있는 할머니 집에 가서 자고 홍제동 선원까지 여덟 살 아이에게는 제법 먼 여행을 매주 즐겁게 한다. 어떤 날은 자기 집에서 챙겨 오기도 하지만 가끔 잊어버리면 응당 “할머니 저 공양물 챙겨야 해요”하고는 할머니 집 쌀통을 뒤져서 공양미 한 움큼이라도 퍼온다. 어떤 날은 귤 한 개, 어떤 날은 사과 한 개, 어떤 날은 과자 한 봉지를 작은 불기(佛器)에 정성껏 담아 올리고 삼배까지 지극하게 한다.

어느 날은 일찍 와서 사과 한 개와 초코파이 한 개를 올리고 친구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십 분이나 기다렸을까? 갑자기 “스님, 저 초코파이가 너무 먹고 싶어서 참을 수가 없어요”라고 한다. “현율아! 그래도 부처님께 올린 것인데 좀 참아보자”고 하니, “아니요. 정말 못 참겠어요”하고 얼른 불단으로 달려가 내려 먹는다. 얼마나 갈등했을까? 마음은 부처님께 올리고 싶고, 몸은 너무 먹고 싶고. 아이는 아마도 초코파이를 가방에 넣고 이곳으로 오기까지 갈등했을지도 모른다. 꼬마 현율이는 이렇게 공양 올리는 환희심을 맛보며 보시를 조금씩 배워 가고 있다.

부처님오신날이 며칠 남지 않았다. 거리마다 오색 연등이 넘실넘실 춤을 추고 그것을 보는 나의 가슴은 벅차오른다. 연등을 보면 시골에 계신 속가 어머니가 생각난다. 어릴 적 나의 어머니는 신심이 아주 깊으셔서 부처님오신날이 다가오면 아이들을 데리고 높고도 깊은 산 속 절로 향하셨다. 낮에는 이런 저런 절의 궂은일을 도와주시고 저녁이 되면 우리에게 밤새 가족등에 켜진 초를 돌아가면서 지키게 하셨다. 불이 꺼지지 않아야 집에 좋은 일이 생긴다는 말씀은 늘 빼놓지 않으셨다. 어린 마음에 혹시 촛불이 꺼지지나 않을까 노심초사했지만 눈이 아무리 뜨려고 해도 반나절 걸어 올라온 산행의 노곤함으로 어느새 졸고 있다. 그러다 보면 어머니의 손길이 다가와 그만 들어가 자라고 한다.

우리는 매년 어머니와 밤을 새우리라 굳게 결심했지만 늘 실패했다. 반면, 어머니는 밤새 연등 앞에서 합장을 하시고 일곱 명이나 되는 자식들의 소원을 하나, 하나 읊어 가시며 부처님의 가피를 기원하셨다. 그 때 어린 나에게 어머니는 너무도 위대한 분이셨고,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능히 하시는 분이셨다.

까만 밤에 은은한 형형색색의 빛으로 허공을 아름답게 장식하던 연꽃등들, 그 많은 등 중에서 가장 빛나던 우리 가족등. 어머니의 기도하시는 모습을 보면서 나는 늘 어머니가 생각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결심했었다. 아마 꼬마 현율이도 그랬을 것이다. 그 많은 부모들이 간절히 올렸던 수많은 절과 공양물들 속에서 나눈 부처님과의 이야기는 허공을 가득 채우고도 남았으리라. 훌륭한 사람이 되어서 이 사회에 꼭 필요한 사람이 되게 해 달라는 나의 어머니의 간절함이 어쩌면 나를 출가하게 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한 잎, 한 잎이 모여서 연꽃이 되듯이 작아도 소중히 올린 공양의 공덕들이 언젠가는 하나의 큰 연꽃이 되어 세상을 향해 아름다운 모습을 드러나게 되고, 그 기운으로 허공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 자신의 큰마음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이번 부처님오신날에는 나와 나의 가족 그리고 어려움에 처한 모든 존재들이 시련을 극복하고 더 큰 지혜와 용기 얻기 바라는 등공양을 올리면 참으로 좋겠다.

[불교신문3202호/2016년5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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