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사로 가는 길

박재완 지음/ 연암서가

박재완 수필가의 사찰순례기

사진으로 보는 산사의 美

시로 읽는 산사의 미술품

그리고 마음으로 보는 生

전국 산사를 찾았던 기록

시와 수필, 사진으로 담아…

 

“삶이 힘들면 나를 더욱

들여다보고 싶어지고

산사에 가면 그런 나를

조금씩 볼 수가 있다” 

박재완 작가의 사진. 아침 산사의 정경을 담았다.

“첫 제사다. 동생이 술잔에 술을 채웠다. 아버지는 향 너머에 계셨다. 하지만 아버지는 아직 삶쪽에 가까웠다. 기억의 윤곽들이 아직 선명했다. 자식에게 부모의 존재와 부재는 살아 있음과 죽어 없음으로 간단히 치환되는 것이 아니었다. 서로의 삶이 서로의 삶을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나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나의 두상이 아버지와 닮아 있음을 알았다. 아버지로 사는 것은 두려운 일이다.”

사진을 전공하고 한때 불교계 언론에서 활동했던 박재완 작가. 사진에 대한 그의 관심은 어느새 수필로 옮겨갔다. 2012년 <에세이스트>로 등단한 이후 지속된 글쓰기 훈련을 통해 박재완 씨는 어느 새 작가라는 칭호를 얻었다. 지난해 <에세이스트> 올해의 작품상도 수상했다. 박 작가가 그동안의 수필과 산사기행문을 엮어 <산사로 가는 길>을 펴냈다. 저자는 책을 통해 산사에서 찾아낸 마음을 엮었다.

“석탑은 너와 내가 바라보기 시작하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석탑의 운명은 그랬다. 간절한 눈들을 어쩌지 못해 제 몸을 부수었다. 그리고 석탑의 모서리가 그렇게 부서질 때 그때마다 설법이 있었다. 소리 없이 비가 내리고, 흔적 없이 바람이 불고, 밤하늘에 달무리가 뜨고, 변함없이 햇살이 들고. 석탑은 너와 내가 바라보면서 부서지기 시작했다.”

책은 총 4부로 나눠져 있다. 1부 사찰 풍경 속 이야기는 사진과 함께 짧은 단상, 시가 담겼다. 2부는 산사로 가는 길. 실제 산사로 가는 여정이 아니다. 살면서 겪는 아픔과 소고를 에세이로 담았다. 도심에서 산사를 동경하는 듯, 좋은 삶을 바라는 저자의 마음이 담긴 수필 모음이다. ‘어머니와 관세음보살’ ‘아버지’ 등 8편의 수필이 실렸다.

이어 3부는 산사 기행. 의성 고운사를 비롯해 김제 망해사, 남해 용문사 등 저자가 찾은 사찰을 사진과 함께 소개한다. 그리고 4부에서는 고찰의 역사와 문화를 통해 “우리에게 불교란, 사찰이란 무엇인가” 돌아보는 글이다.

공주 신원사는 백제 의자왕 때 보덕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경내에는 산신각인 중악단이 보물로 지정돼 있는데, 고종 16년(1879년) 명성황후가 재건한 전각이다. 그곳을 찾는 저자는 명성황후의 마음을 읽고자 한다.

“천인공노할 결말로 인해 인생 전체가 비운의 왕비로 축약된 민비. 그는 그 시절 중악단에 앉아 무엇을 염원했을까. 그녀가 앉았던 중악단엔 백발의 할머니가 앉아 있다. 우리는 끊임없는 염원속에서 살고 있는 듯하다. 늘 바라고 또 바라며 살고 있다. 왕비의 자리에 앉아서도 산신각을 지어야 했으니 말이다.”

저자가 절을 찾는 이유는 특별한 것이 없다. 불자라서 한 달에 두어번 절에 간다. 오래된 고찰을 찾아 산사의 풍경을 렌즈에 담고, 때로는 며칠 간 머물면서 그 오래된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오고 있다. “사진을 찍다보면 깊은 우수를 맛볼 수 있다. 그 깊은 우수가 다름 아닌 나라를 것을 깨닫는다”는 박재완 작가는 “삶이 힘들면 나를 더욱 들여다보고 싶어진다. 그런 나를 산사에 가면 조금씩 볼 수가 있다”고 말한다. 오래된 풍경이 주는 힘이면서, 여러 기억과 추억이 담긴 발걸음이기도 하단다.

“어두운 산길을 오르기 시작했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밤길이, 아무도 없는 세상에 혼자 서 있는 것이 무서웠다. 사나운 짐승, 나쁜 사람, 그리고 세상에 없다고 믿었던 것들이 모두 그 두려움 위로 출몰했다. 낙엽 위를 걷는 나의 발소리조차 무서웠다. 한없이 우스워져가는 나를 확인하는 시간이었다. 유한의 존재들이 시간에 무릎을 꿇듯, 어둠 속에 서 있는 모든 존재들은 어둠이라는 제단 위에 놓여 있었다.”

마음이 울적할 때면, 지나치게 흥분이 일어날 때면 저자는 산사로 가라고 권한다. 요동치려는 마음을 잔잔히 만드는 훈련을 통해 삶을 돌아보라는 권고다. 또 산사에는 아침을, 온 우주를 깨우는 산새가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박재완 작가는 서울예술대학에서 사진을 전공했으며, 현대불교신문사 기자를 거쳐 2012년부터 에세이 작가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신문3201호/2016년5월1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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