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도 더 지난 어느 봄날 차를 타고 가면서 밭에서 일하는 농부들을 보고 한 꼬마아이가 말했다. “저기서 보물찾기하고 있나봐.” 소풍가서 보물찾기의 짜릿한 성취와 기억을 떠올렸을 것이다. 만약 그 아이가 지뢰찾기 게임에 빠져 있었더라면 다른 해답을 내렸을지도 모른다. “저기 지뢰가 숨겨져 있나봐.”

아마 그 아이는 지금쯤은 청년이 되어 자기 인생에서 궁극적으로 찾아야할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있을 것이다. N포세대의 한 일원으로 취업과 실업 또는 결혼과 미혼, 부모와 자식 등 부조리한 현실과 불안한 미래 속에서 자신의 위치를 가늠하고 있으리라. 그래서 그가 찾는 보물이 무엇인지 과연 이 사회에 있기나 한 것인지 조사하고 연구할 것이다.

그가 어린 시절의 그 봄날을 회상한다면 무슨 가치를 발견할까? 혹은 그가 좌절하고 방황할 때 부모님이 그 기억을 상기시켜준다면 어떤 감회에 젖을까? 엄마에게 가장 소중한 보물은 아기이듯, 농부에게는 감자 한 알, 고추 한 포기가 가장 소중하다. 보물은 나와 동떨어져 멀리 있는 신비한 물건이 아니라 나를 둘러싸고 생동하는 환경에 있는 작고 구체적인 것들이다.

아마 그 아이는 보물의 참다운 가치를 실현하고 있으리라 확신한다. 왜냐하면 그 아이는 벌써 논과 밭에서 농부들이 심고 가꾸며 거두고 있는 보물이 생명 그 자체임을 벌써 눈치챘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물은 우리가 주변에서 소중하게 가꾸는 것이며, 모두의 생명력을 유지하는 사랑과 정성에 있음을.

요즘 수없이 많은 그 아이들이 우리 사회 어른들의 탐욕이 매설해놓은 ‘포기’라는 지뢰밭에서 어슬렁대지 않았으면 좋겠다. 작은 것 하나에도 정성을 기울이고 배려하고 아끼는 마음으로 자신들의 보물밭을 잘 가꾸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그 보물을 혼자서 독차지하지 말고 함께 나누며 즐거웠으면 좋겠다. 왜냐하면 혼자만 갖겠다고 하면 그 순간 보물은 지뢰로 변하기 때문이다.

[불교신문3200호/2016년5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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