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보고 듣고 느끼기만 하면 된다

일어나는 의심만은 놓치지 말라

답을 찾는데만 집중해야 한다

질문만 되풀이해 외우지 말고…

길을 가본 사람 안내 받으시라

세상에는 수많은 수행법이 나타났다 사라졌고, 지금도 어떤 시대보다 많은 수행법이 자리하고 있다. 마음의 눈을 뜨는 방법을 찾아서 전해주신 선지식들의 노고에 감사드리면서 간화선 수행의 실례를 들어보겠다.

손가락을 한번 튕겨 보라.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하는가? 내가 하는 것도 아니고, 손가락이 하는 것도 아니고, 마음이 하는 것도 아니고, 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이렇게 하게 것일까?

마음은 왜 아니냐? 마음이란 말은 이 일단의 일을 깨달은 이가 이 일을 알게 하기 위하여 짐짓 붙인 이름일 뿐이다. 그런 말을 배워서 답이라고 해봐야, 자기 안의 번뇌 망상은 없어지지 않는다. 실질적으로 깨닫지 않으면, 아무리 알음알이로 답을 해도 소용이 없는 것이다.

불교에서는 보고 듣고 느끼고 움직이는 모든 것을 마음이 한다고 가르치지만, 불법(佛法)에서는 이것을 부정한다. 불법은 불안(佛眼)과 법안(法眼)을 말한다. 불교는 자비심을 가르치지만, 불법은 무자비하다. 오로지 진리만을 요구한다. 또 내가 죽어 송장이 되면, 손가락이나 내가 움직이게 할 수 없다. 그러니 손가락이나 내가 움직이게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나로 하여금 손가락을 움직이게 하나? 어떤 대답을 해도 그것은 이름에 불과하다. 실질적인 것을 자각해야 한다.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 이쯤해서 이것을 알고 싶은 마음이 일어날 것이다. 조금이라도 알려고 하는 마음이 일어났다면, 눈앞을 가로막는 정신적인 벽을 느낄 것이다. 무엇이 나로 하여금 움직이게 하는가?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다. 그 문제는 한 번 보고 듣고 느끼기만 하면 된다.

이제부터 답만 찾아야 한다.

문제따라 답을 알려고 하는 생각이 일어나면, 뭔가 석연치 않은 기운이 마음속에 걸리게 된다. 뭔가 갑갑한 기운이 가슴에 자리잡아 삼키지도 못하고 뱉지도 못하게 된다. 그런 기운이 왜 생겼을까?

답을 모르니까, 알고 싶어서 그런 것이다. 모르면 모를수록 더욱 알고 싶은 궁금증이 그런 기운을 만들어 낸다. 목마른 자가 물 찾다가 물이 안 나타나니, 목만 더 마르게 되는 경우와 마찬가지다. 갑갑하니 알려고 해야 하고, 알려고 하지만 알아지지 않으니까 답을 찾아 계속 끝까지 의심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

여기서 당부하는 것은, 그렇게 일어나는 의심만은 결코 놓치지 말라는 점이다. 그 답답한 기운에 집중하는 것이 중요하다. 어떤 방해가 오더라도 경계에 흔들리지 말고, 그럴수록 답 찾는데 더 집중해야 한다. 비유하자면, 햇볕을 볼록렌즈에 맞추어 불을 얻는 것처럼 집중해야 한다. 이때 인연이 있는 분이라면, 집중할수록 더욱 갑갑해질 것이다.

여기서 공부인은 답 찾는데만 집중해야 한다. 더 이상 질문을 되풀이해서 외우면 안된다. 문제는 한 번 듣고 느끼면 됐다. 오로지 답을 모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 그 답을 어떻게 찾아야 할까? 지속적으로 정신을 집중해서 그것을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이런 상황에서 기분 나쁜 것도 아니고 기분 좋은 것도 아닌, 뭔가 아련한데 갑갑한 기운이 느껴진다면 인연이 있는 것이다. 이 인연에 오랫동안 집중할 수 있는 힘을 기르지 않으면 공부를 지속하기가 쉽지 않다. 답을 얻을 때까지 쉬지않고 집중할 수 있어야 한다. 여기서의 ‘집중’은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집중과는 다르다. 일반적인 집중은 어느 한 곳에 몰두하는 것을 말하지만, 간화선 수행에서의 집중은 알고자 하는 마음으로 인연되어진 뭐라고 설명할 수 없는 기운에 스스로 사무치는 것이다. 하지만 스스로 이렇게 하기는 매우 어렵다. 길을 가본 사람의 길안내를 받아야 비로소 그 가능성이 열린다.

[불교신문3200호/2016년5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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