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중 초월해 포교하고자 하는

스님은 누구나 와서 함께 살며

각 분야별 포교에 대해 연구하고

실제 현장경험 공유해야 한다

참으로 걱정이다. 이번 수계산림 입교행자가 사미 56명, 사미니 26명이라고 한다. 25년 전 내가 수계를 받을 때만해도 사미니만 110명 정도였다. 약75%나 줄었다. 그동안 출산율이 낮아졌다고 해도 너무 적은 수다. 이런 속도라면 출가 승가를 유지하기도 어려운 시점이 오게 될 것은 분명하다. 과연 이런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부처님의 가르침은 이어져야 하고 포교는 해야 하는데. 난감한 일이다.

출가자의 감소도 문제지만 더 문제시 되는 것은 이미 출가한 스님들에 대한 방치이다. 주변에서 간절하게 세상을 향해 헌신하고자 하는 스님들을 본다. 하지만 갈 곳이 없다. 최근에 동학사 후배 스님을 만났다. 스님은 동국대에서 불교학과를 졸업하고 명지대 미술심리치료 석사과정을 어렵게 마쳤다. 현대인의 고통을 덜어주고자 일반 대학교에 들어가 심리전문가로서의 모든 것을 배웠고, 한 학기 500만원이나 되는 많은 학비를 어린이법회, 강의, 상담 등으로 스스로 충당했다. 그러나 이렇게 어렵게 학업을 마치고 심리치료사로서 포교하며 회향하려고 해도 마땅히 거처할 곳이 없어서 현재 나와 함께 살고 있다. 또다른 스님은 어렵게 소임을 살면서 석사과정을 수료했지만 논문을 쓰기 위해 거처할 곳이 없어서 고민하고 있다. 도와주고 싶지만 우리 선원도 방사가 한계가 있어 미안할 뿐이다. 주변에 이런 난감한 상황에 처한 스님들이 의외로 많다. 10년 전 내가 처음 국제포교의 원력을 가지고 시작할 때도 상황은 똑같았다.

사람들은 스님들이 사회에 무관심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참여하여 포교를 하라고 하고, 종단은 포교원년을 세우면서까지 포교의 중요성을 거듭거듭 강조한다. 하지만 사실은 스님들이 활동하기 위해 거처할 곳이 없고, 활동할 수 있는 장소에 대한 정보와 시스템도 없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한국불교를 면면히 이어나갈 수 있단 말인가? 참으로 답답한 현실이다. 그동안 나는 포교를 시작하고 이 문제를 깊게 고민해 왔다. 어떻게 하면 타종교보다 열악한 서울, 경기지역의 포교를 활성화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건강한 승가를 만들 수 있을까? 내가 깊이 고민하여 얻은 이 시대의 포교전략은 서울 시내에 포교공동체가 많이 생겨나야 한다는 것이다.

포교공동체는 문중을 초월하여 포교하고자 하는 스님들은 누구나 와서 함께 살면서 각 분야별 포교에 대해 연구하고 실제로 현장에 뛰어들어 활동하는 장소이다. 어린이 청소년, 병원, 상담, 국제포교 등 현재 열악한 포교현장에 뛰어들어 좀 더 전문적이고 실질적인 방법으로 활동하며, 함께 거처하면서 좋은 경험과 나쁜 경험을 공유하고 의견을 교환한다. 그리고 서울시내에 있는 열악한 사찰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지원한다면 포교의 활성화는 물론, 스님들의 원력이 여기저기에서 꽃필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주변에 국제포교를 하고싶어 하는 스님들이 있다. 며칠 전에는 어린이포교에 헌신하고자 하는 스님이 다녀갔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불교호스피스병동에서 불자들의 아픈 마음을 달래주고픈 스님도 있다. 이러한 스님들이 맘 놓고 포교하게 할 수 있는 포교공동체 도량이 건립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오랫동안 그런 도량을 꿈꾸어 왔다. 하루라도 빨리 그런 도량을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갖출 수 있기를 다짐하고 또 다짐해 본다. 세상 사람들을 향한 연민과 사랑을 가슴에 지닌 스님들이 맘껏 그 뜻을 펼 수 있는 도량이 곳곳에 생기기를 부처님 전에 두 손 모아 합장을 올린다.

[불교신문3200호/2016년5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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