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오랜 세월 불자로 살아온 이들은 한국의 전통산사가 지닌 탁월한 세계유산적 가치를 잘 모른다. 언제나 그 자리에 오롯이 앉아 있는 산사에서 한평생 수행하고 신행해온 불자들에게 전통산사는 너무나 익숙한 기도도량이자 마음쉼터이기에 ‘객관적 안목’을 갖추기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스님들은 다르다. 평생 부처님을 모시며 기도해온 가람임과 동시에 일반인에게 집처럼 주거공간이지만, 스님들이 사찰을 바라보는 안목은 수천년 산을 지켜온 노송과도 같이 산사의 생명줄을 이어가면서 누구보다 산사의 가치를 잘 알고 있다. 산사를 둘러싼 꽃과 나무는 물론이거니와 계곡과 능선이 이어지는 산지형을 꿰뚫고 있으며 이름없는 야생화에 온갖 산짐승까지 파악하고 있는 스님들이 많다. 산사의 주변환경이 마치 전통산사를 이루는 구성원이라도 되는 듯, 이들에게 가치를 부여함으로써 산사 역시 하나의 생명체로 거듭나는 것이다.

지난 2002년부터 월드컵 관광객들을 상대로 시작된 사찰개방프로젝트, 템플스테이가 10년이 훌쩍 지난 현재까지도 각광받는 것 역시 전통산사의 남다른 매력 때문이다. 템플스테이 정책을 관할하는 한국불교문화사업단에 따르면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이나 사찰과 다소 거리를 두고 사는 이웃종교인들 다수가 템플스테이를 신청하는 경향이 많다. 도량석을 시작으로 새벽예불을 올리고 발우공양을 하면서 울력수행을 하고 삼라만상에 범종을 울리며 하루를 마감하는 산사의 하루가 한국불교를 잘 알지 못하는 외국인이나 타종교인이 환호한다면, 한국 전통산사의 가치는 그 자체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있음이 분명하다.

중국불교가 제아무리 웅장하다고 해도 주로 산꼭대기에 자리잡은 중국의 사찰은 가보면 바닥이 딱딱한 돌로 돼 있고 법당이나 전각에 미적 아름다움을 찾아보긴 어렵다. 도량에 정원개념을 도입한 일본의 사찰도 인공정원 일색이어서 자연유산적 가치를 부여하기엔 어색하다. 자연과 완벽하게 동화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한국의 전통산사에 비하면 중국과 일본의 사찰은 어딘가 모르게 부족해 보인다.

한국의전통산사세계유산등재추진위가 지난 4월29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한국의 전통산사의 세계유산적 가치’를 주제로 세 번째 연 학술회의에서도 관련 전문학자들이 한목소리로 한국 전통산사의 ‘진정성’에 주목했다. 한국의 전통산사는 스님과 불자들이 넋과 혼이 내재된 채 수천년의 삶과 수행을 이어온 생명체라는 것을 입증하는 자리였다.

[불교신문3199호/2016년5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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