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사회연구소, <불자 성소수자가 경험한 한국불교> 발간

초기 승단에서는 동성애자나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도 차별 없이 받아들였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출가하지 않은 성소수자에 대해서는 이렇다 할 평가를 내리지는 않았지만 출가자에 한해서는 제한을 두기도 했는데 이는 동성애라는 사실 때문이 아니라 계율로 금지된 성행위를 즐겼다는 사실에서 비롯됐다는 것이다.

이는 불교사회연구소가 동국대 외래교수 효록스님에 의뢰해 지난 27일 발간한 <불자성소수자가 경험하는 한국 불교> 보고서에서 제기됐다. 이는 불자, 천주교인, 비종교인 등 20~50대 LGBT(게이·레즈비언·양성애자·성전환자) 성소수자 18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인터뷰를 토대로 한 결과다.

보고서에 따르면 빨리어 율장에는 성소수자 일부를 암시하는 ‘빤다까’ 즉 ‘알(고환)이 없는 사람’이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이는 초기 승단이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차별 없이 출가자를 받아들였음을 의미한다. 연구책임을 맡은 효록스님은 “초기 불교 경전은 어떤 사람의 성(性)은 생(生) 사이에서뿐 아니라 한 생 안에서도 변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출가 후 성소수자를 암시하는 빤다까와 남녀추니(양쪽 성을 다 갖고 있는 인간) 등이 성적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 추방을 당하는 경우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이 경우에도 부처님은 이성애자와 동성애자 구분 없이 추방시켰다는 것이다. 불교의 역사에서 동성애를 대하는 방식은 ‘중립적’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이는 이성과 동성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성 자체와 독신수행 중 어떤 것을 목표로 삼을 것인가 하는 문제와 관련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보고서는 성소수자들이 부정적 인식으로 인해 여전히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종교별로 성소수자를 바라보는 인식의 차이가 크다고 설명했다. 성소수자들이 불교에 대해서는 이웃 종교에 비해 성소수자를 관대하게 대한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회 인식변화를 불러일으키기 위한 구체적인 연구와 정책을 실현해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불교연구소장 법안스님은 “<법구경 주석서>에 기록된 소레야 존자처럼 출가하기 전 여성과 남성의 성정체성을 번갈아 가졌던 분도 아라한이 된 사례가 있다”며 “모든 생명을 존중하고 연민하는 자비의 종교인 불교가 사회적 편견과 혐오 속에서 놓여있는 성소수자를 포용할 수 있도록 관심을 가져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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