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08배로 1만배 도전하는 조계종립 영석고 학생들

‘도전 만배’ 자율동아리

학생들 자발적 조직 ‘눈길’

남다른 신심에 교사도 참여

입소문 타고 지역명문 ‘우뚝’

매일 아침 108배로 자비심 키우는 의정부 영석고 ‘도전 만배’ 동아리. 왼쪽부터 우수형 교법사, 민지선 교사, 김병진 전민규 옥한영 손지찬 송양석 안영진 김민준 학생, 우인보 교법사

 

매일 아침 108배로 하루를 여는 10대들이 있다. 주인공은 조계종립 동국대 사범대학 부속 영석고등학교 자율동아리 ‘도전 만(萬)배’ 학생들. 새학기부터 날마다 108배를 하다보면 여름방학이 다가올 무렵 1만배를 채우게 된다. 자율동아리란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모임을 가리킨다.

현재 회원은 60명. 다른 자율동아리가 10명 안팎인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압도적인 수준이다. 내신성적에 반영되지도 봉사활동 점수를 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단순히 건강을 위한 체조도 아니다. 108대참회문 구절에 맞춰 1배 1배 이어가는 학생들이 선생님들은 대견하기만 하다.

지난 20일 의정부에 위치한 영석고를 찾아 ‘화제의 인물’들을 만났다. 학생들의 108배는 작년 3월부터 시작됐다. 종립학교(남양주 광동고)를 졸업한 민지선 교사가 부임하면서 불자 청소년들을 불러 모았다. “절을 하면서 ‘나’라는 ‘아상(我相)’을 내려놓고, 원(願)이 있으면 꾸준히 노력해 이뤄보자, 하루 24시간 중 아침 30분만이라도 깨어 있는 시간을 갖자”며 구슬렸다. 등교 직후 7시40분 교내 법당 정심원에서 25분간 대참회문을 봉독하며 성실하게 108배를 하고난 뒤에 교실로 돌아가 수업을 준비한다.

처음엔 너덧 명 남짓에 불과하던 것이 입소문을 타면서 비약적으로 참가자가 늘었다. 민지선 교사는 “친구들의 손을 잡고 오는 아이들이 하루가 다르게 늘어나는데 이렇게 많아질 줄은 예상을 못했다”며 혀를 내둘렀다. 1만배를 채우기로 의기투합한 것은 올해 3월부터. 하루 108배를 마친 학생들의 손엔 염주알 한 개가 주어진다. 염주알 108개를 모으는 날까지 정진 또 정진이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고 다들 좋아서 하는 일이다. 일단 “부지런해져서” 좋단다. 2학년 옥한영 군은 지난해 여름방학 즈음 동아리에 가입했다. 특별한 종교는 없었지만 호기심에 끌렸다. “아침공기를 마시며 누구보다 빨리 하루를 시작하니 스스로 근면해졌다는 뿌듯함을 느낀다”는 전언이다. 2학년 전민규 군은 “이번 시험에서 모든 과목이 1등급씩 올랐다”며 즐거워했다. 1학년 김병진 군 역시 “집중력을 키우는 데는 그만인 것 같다”며 “학업과 수행을 함께할 수 있어 학교생활이 더 유익해진다”는 말이 기특하다.

무엇보다 참회와 하심(下心)의 일상화는 학생들의 정서를 변화시켰다. 세월호 참사 2주기를 맞아 동아리 회원 전체가 법당에서 지극한 마음으로 108배를 올리는 장면은 어른들의 눈시울을 시큰하게 했다. 부처님오신날 수계법회에는 1학년 310명 가운데 250명이 신청을 했다.

80%가 넘는 참가율은 전국 어느 종립학교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신심이다. 학생들의 열정에 교사들도 감복했다. 오종환 교감은 “오늘로 111일째 108배를 실천하고 있다”며 “의정부의 외딴 학교에서 가장 오고 싶은 학교를 만들어준 학생들에게 감사한다”고 말했다.

영석고가 불교학교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 설립자인 안채란 현 동국대 이사가 2011년 9월 학교법인 동국대에 학교를 기증하면서다. 우인보 영석고 교법사는 “의정부사암연합회가 주관하는 봉축법요식 참가자의 절반은 영석고 학생들”이라며 “종립학교로서의 역사는 짧지만 신심 넘치는 학생들 덕분에 명실상부한 종립학교이자 지역명문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뿌듯해했다. 자신을 한없이 낮추면서 진정한 자신에게 다가가려는 소년들이 기적을 일궈내는 셈이다.

[불교신문3198호/2016년4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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