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철스님 시봉이야기 

원택스님 지음/ 장경각

22년 시봉, 입적후 23년 시봉

스승 향한 시자의 마음 담아

성철스님 시봉이야기 ‘재출간’

법문집 발간 등 기념사업 소개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며, 불교의 수행정신을 되살린 성철스님. 원택스님은 스승 성철스님에의 그리움을 시봉이야기로 엮어 냈다. 사진은 주명덕 작가가 생전에 성철스님을 기록한 작품.

 

성철스님이 입적에 든 것은 1993년 11월. 하지만 상좌 원택스님은 아직도 성철스님을 시봉하고 있다. 각종 추모사업과 글을 통해 그리운 스승의 가르침을 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마치 부처님께서 열반하시고 아난 존자가 가르침을 후세에 남긴 것처럼. 원택스님이 22년 시봉의 기록과 열반 후 23년간의 기록을 한권의 책으로 묶어냈다. <성철스님 시봉이야기>는 2001년 출간돼 인기를 끌었던 책을 재편집하고, 출간 이후 15년간 추모사업의 기록을 첨가했다. ‘훌륭한 21세기판 사원 세시풍속기’란 칭송을 들었을 만큼, 일반인은 잘 몰랐던 승가의 모습을 담아내 인기를 끌었던 책이다.

“성철스님이 열반하신 후 100제를 올린 뒤였다. 산청군수로부터 만나고 싶다는 전갈이 왔다. ‘스님께서는 해인사에 계셔서 잘 모르겠지만, 우리 군도 밀려드는 참배객을 감당하지 못해 힘들었습니다. 큰스님 고향이 산청군 단성면 묵곡리지 않습니까. 그렇다보니 사람들이 생가터에 밀려왔는데, 길도 제대로 나 있지 않아서 우리가 얼마나 고생했는지 모릅니다’…”

손수레 길 하나 나 있던 산자락에 위치한 성철스님 생가터에 겁외사 창건은 그렇게 시작됐다. 처음에는 작은 표지석이라도 하나 세웠으면 했던 일이었는데, 오히려 산청군에서 적극적이었다. 마침 인근에 고속도로와 하천 정비작업이 진행중이었다. 흙과 자갈을 염가로 얻을 수 있었다. 또 인근 댐 공사로 인해 버려지는 소나무를 얻어와 조경과 주변 정비를 할 수 있었다. 겁외사 불사는 의외로 어렵지 않게 진행됐다.

원택스님은 또 성철스님의 열반송에 얽힌 뒷이야기도 전하고 있다. ‘한 평생 남녀 무리를 진리가 아닌 것을 진리라고 속인 죄가 너무 커 지옥에 떨어진다’고 한 부분인데 선승의 깊은 뜻을 이해 못하거나 왜곡해 공격하는 타종교인이 적지 않았다. 은유와 반어적 가르침이 일부 인사들에 의해 희한한 해석을 낳은 것이다. 그 말은 곧 자신이 스스로 깨우침을 얻으라는 말이아닌가. 원택스님은 “포복절도할 일이다.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선가의 일상을 알지도 못하면서 선가의 표현을 곡해하고 엉뚱한 말로 충동하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 책을 통해 전한다.

시봉이야기가 처음 전해진 것은 2001년이다. 중앙일보에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란에 성철스님의 이야기를 연재한 것. 원택스님은 “연재가 마무리 될 무렵 최인호 작가가 찾아와 만났다. 최 작가에게 왜 이 칼럼이 세인의 관심을 얻는지 물었다. 그러자 ‘성철스님이 세상에 크게 알려진 것도 있지만, 한글을 아는 사람 누구나 불교지식 없이도 읽을 수 있는 글이 원인’이라고 말했다”며 “이 책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스님들이 왜 출가를 하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이해하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성철스님 시봉이야기>에서는 스님 말처럼 행자시절의 고단함도 엿볼 수 있다. “공양주로 밥 지으랴, 나무 울력 나가랴, 철철이 농사일 하려…. 짬짬이 예불하고 참선을 한다지만 몸이 피곤하다보니 공부가 쉽지 않았다. 아침 먹고 울력, 점심 먹고 울력, 저녁예불을 마치고 비로소 좌복 위에 앉으면 몸이 천근만근이다.”

호랑이같이 무서웠던 은사 성철스님이었지만, 사람에 대한 마음은 누구보다 따뜻했던 분이다. 하루는 한 스님이 성철스님을 찾아왔다. 공양을 차려드렸는데 조금 있다가 고함을 질렀다. ‘내 이빨 물어내 이놈아.’ 밥 안에 돌이 들어 있었던 것이다. 어찌나 호통이 심했던지 서러움에 복받친 행자 원택스님은 ‘절 생활 그만둬야 하나’ 고민을 했다. 저녁에 그 이야기를 들은 성철스님이 원택스님을 불렀다. 원택스님이 하산해야 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는 말을 들은 성철스님은 “그러면 내 이빨은 어떻게 물어줄래? 나도 니 밥 먹기가 얼마나 힘든지 아나? 니가 내 이빨 물어주려면, 백련암에 살면서 그 빚을 갚아야제. 안그러나?” 그제서야 원택스님은 종종 밥에 돌이 들어가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됐다고 한다. 그동안 성철스님이 모른체 했던 것이다. 이 일화에 제자들을 사랑했던 마음이 모두 녹아 있는 것이 아닐까.

세상에는 다양한 삶이 있다. 출가 수행도 그 길 가운데 하나다. 하지만 좋은 스승을 만나 큰 가르침을 받는다는 것만큼 행복한 일도 없을 것이다. 원택스님은 본인이 겪은 큰 스승의 가르침을 ‘시봉이야기’를 통해 세상 사람들에게 간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불교신문3197호/2016년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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