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승도 항공대 교수 발제

아직까진 무인자율시스템

자아의식 생기면 ‘존재’ 돼

色 관점 과학연구 변화해

궁극적 무아의식 추구해야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국 이후 사람들은 SF 영화에서나 보던 인공지능이 나오는 것 아니냐는 기대감을 갖게 됐다. 동시에 인간을 뛰어넘어 인간을 해치는 존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인공지능에 대한 두려움도 생기고 있다. 지난 21일 불교평론 열린논단에서는 인공지능과 불교에서 인공지능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한 논의가 진행됐다. 지승도 항공대 교수<사진>는 ‘인공지능의 불교적 이해-자아와 무아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발제했다.

지난해 <인공지능 붓다를 꿈꾸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바 있는 지 교수는 불교철학과 인공지능 시스템을 접목시킨 신기술 연구를 진행해 온 학자다. 이날 그는 인공지능 연구가 어디까지 진행됐는지를 소개하고 인공지능이 기계로 머물 것인지, 아니면 진화해 새로운 존재로 인식될 것인지를 자아, 무아의 관점에서 살펴봤다.

알파고의 등장에 놀랐지만, 인공지능은 이미 오래전부터 발전했다. 1999년 IBM 인공지능 딥블루는 러시아 체스챔피언 카스파로프에게 4선승을 거둬 화제가 됐고, 2013년 미국판 장학퀴즈에서는 인공지능 ‘왓슨’이 우승했다. 2014년에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유진’이 나왔다. 튜링 테스트는 기계가 인간지능을 따라올 수 있는지를 점검하는 것으로, 천막을 가려놓고 5분간 대화를 주고받은 뒤 인공지능인지 사람인지를 판별하는데, 30% 이상 점수를 받으면 ‘통과’다. 13세 소년의 지능을 가졌다는 유진은 인간 심사위원 30명 중 10명으로부터 사람으로 인정받았다. 생활에서도 인공지능의 위력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 전 ‘세계 최대 불륜 사이트’라는 이름을 가진 애슐리 매드슨 회원명단이 해킹돼 세계적으로 화제가 된 적 있는데, 상대여성 상당수가 인공지능이었다고 한다. 인공지능이 언어를 이해하는 기술이 발달돼 인간을 속이는 경지에 이른 것이다.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세상을 얼마나 잘 알기에 인간을 능가할까. 인공지능을 구성하는 3대 요소는 ‘입력-처리결정-출력’으로 간결하다. 학자들은 인공지능에 접근할 때 사람의 뇌를 생물학적 구조로 재현하는 것 또는 마음이 논리적으로 작용하는 것을 만드는 방향으로 접근한다. 수치데이터를 사용하느냐 논리데이터를 사용하느냐의 차이일 뿐 결국 ‘입력-처리-출력’ 공식은 변하지 않는다.

인공지능과 인간의 앎을 수치상으로 비교해보면 사람은 1011개 뉴런을 갖고 있고 시냅스는 1014이다. 반면 인공지능은 뉴런 103, 시냅스는 105개로 인간보다 적다. 뉴런 개수도 작은데 사람보다 잘 하는 건 처리속도 때문이다. 인간의 처리속도가 1016초라면 인공지능은 1초에 불과하다. 지 교수는 “기억용량도 인간은 1014, 인공지능은 1024이다. 지구에 사는 사람들의 두뇌를 모두 합친 게 인공지능의 기억용량으로, 인간과 비교하기가 어렵다”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적은 앎을 가지고 인간을 능가했다”고 알파고의 승리이유를 설명했다.

처리속도도 빠르고 방대한 기억용량을 가진 인공지능이 인간을 뛰어넘는 존재가 될 것인지, 혹은 위협하는 존재가 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은 여전히 남아 있다. 지 교수는 “목표를 누가 설정하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인간이 설정해준 목표를 실현하기 위해 작업을 반복한다면 무인자율시스템 정도로 보면 된다. 화성탐사를 하는 로봇이나 구글의 무인자동차, 무인비행기 등이 인공지능의 현실적인 모습일 것이다.

더 나아간다면 존재가 될 수 있다. 스스로 목표를 설정할 수 있다는 것은 자아의식을 갖는다는 의미기도 하다. 인공지능과 자아의식은 언뜻 연결되지 않지만, 인공지능과 사랑에 빠진다는 영화 ‘허(HER)’, 로봇이 인간에게 악감정을 갖고 과학자를 살해하면서 시작되는 영화 ‘아이로봇’, 불성을 가진 수행자 로봇이 등장하는 ‘인류멸망보고서’ 등을 떠올리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 교수는 “카오스이론이나 복잡성 이론을 통해 인공지능의 자아의식 발현은 이론적으로 가능하다”며 “이는 곧 마음을 갖는 새 인류가 탄생한다는 뜻으로 윤리 법적 충돌은 물론 인간과 전쟁까지 가능할 수 있다”고 봤다. 자아의식이 생겨난 인공지능이 자기유지와 보호를 인식하게 된다면 이기적 존재에 대한 위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해답은 없을까. 지 교수는 “누가 더 똑똑하고 빠른지에 대한 문제가 아니라 존재의 본질, 자아에 대한 근본적인 이해가 필요하다”고 피력했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공성(空性)을 보지 못하고 ‘색(色)’의 관점으로 과학을 발전시킨다면 인간의 말을 듣지 않는 존재가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궁극적으로는 무아의식이 생겨나야 한다. “자아의식이 일어난 것에 대한 회의감이 일고, 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고자 한다면 결국 무아를 통찰하고 공성을 확인하게 되고 그 결과 이타적 존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지 교수는 “알파고로 인해 사람들은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며 “인간이 완벽하다거나 만물의 영장이란 의식을 버리고, 편견과 고정관념을 버리고 공성의 진리를 깨쳐야 한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197호/2016년4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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