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

허운스님 지음/ 불광출판사

 

 

여름에 경전·겨울에 참선

중국 격변기, 불교 지켜내며

율사로, 선사로, 강사로 산

허운대사의 가르침 담아…

 

“불조의 도량 보존하고

청규 지키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띠풀에 덮개가 있듯 하라”

불광출판사가 중국 근대 4명의 고승의 법문을 소개하려는 계획으로 출간한 <생사의 근본에서 주인이 되라>는 중국 허운스님의 법문을 정리해 번역한 책이다.

허운스님은 누구일까.

중국불교는 근세기 위기를 맞았다. 불교가 중국에 전래된 이후 몇 번에 걸친 정치적인 탄압이 있었지만, 종교를 부정하는 사회주의 체제에서 불교를 지키기는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니었다. 청나라 말기 태어난 허운대사는 근대 100년간 불교중흥을 위해 활동하며 중국 선불교의 맥을 이은 스님이다.

허운스님은 율사이면서 강사로 명성이 높았다. 스님은 청나라 말기 독신출가와 채식의 전통을 바꾸려는 세력에 맞서 전통총림 제도를 보존하고자 했다. 또 참선과 계율을 엄격히 지켜 보름마다 포살법회를 실시하며 전계법회를 매년 개최했다. 또 스님들에게 여름에는 경전 공부를, 겨울에는 참선을 하도록 하면서 한편으로 정토불교와 수륙재 등의 전통도 이어갔다. 스님은 입적을 앞두고 제자들에게 행원(行願)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나는 최근 10년 동안 온갖 괴로움을 감수했는데, 단지 이 나라 불조의 도량을 보존하고, 사원의 청규를 지키기 위하여 필사적으로 노력했다. 이후 너희들은 띠풀에 덮개가 있는 듯 할 것이며, 어디에 머물던지 반드시 이 가사를 잘 보존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영구히 보존할 수 있는가. 단지 한 글자, 바로 계(戒)다.”

중국 운문산 대각사에 주석하던 108세 때 허운스님.

여러 기록에서 찾아낸 허운스님의 법문은 쉬우면서도 체계적이다. 수행이란 무엇이며, 참선 수행을 해야 하는 이유, 그리고 수행의 방법과 불교의 가르침을 세세하게 설명한다.

“젊은 분들은 수행을 하고 안하는 것은 젖혀두더라도, 인과의 중요성을 알아야 한다. <운거사지>에 실려있는 자각선사는 사천성 사람으로 처음 사천을 나와서 행각할 때, 운거산을 오르고 싶었다. 먼저 요전 마을에서 자는데, 꿈에 운거산에 산다는 나무의 신이 나와 말하기를 ‘그대는 옛날에 이 산에서 흙 한 삼태기를 메웠기 때문에, 이제 단지 죽 한그릇을 얻어먹을 인연밖에 없다’고 하였다. 다음날 산에 오른 자각선사는 저녁에 죽 한그릇을 먹었다. 다음날 아침이 돼 요사채에 갔다가 다툼이 있어 밥도 먹지 못하고 절을 나오게 됐다. 십년이 더 지나서 운거산의 한 스님이 자각선사에게 방장이 되어 달라고 요청해 왔다. 이에 스님은 흔쾌히 수락하고 산에 도착해 입구 마을에서 잤는데 갑자기 입적해 버렸다.”

일반인들에게 인과의 중요함을 설명하기 위해 허운스님은 때로 할아버지가 옛날 이야기를 들려주듯, 때로는 경전의 가르침을 자세하게 법문했다. 선어록을 비롯해 <능엄경> 등 해박한 경전에의 해석이 바탕이 된 법문이지만, 어렵지 않게 다가온다.

“불교 경전에서 설하는 내용은 무릇 그 실천을 말하며, 믿음과 이해, 수행과 증득의 네 글자를 떠나지 않는다. 경에서 말하기를 믿음은 도의 근원이며, 공덕의 어머니라고 하였다. 수행자는 오직 마음 위에서 공부를 해야 하며, 마음 밖에서 구해서는 안된다. 자기 마음이 부처님을 믿고, 성인이 가르치신 말씀을 믿어 망령되게 바꾸지 않아야 한다.”

허운스님은 믿음과 더불어 실천을 강조한다. 실천이 없는 가르침은 잘못된 것이라고 제자들을, 불자들을 꾸짖는다. 150년 전 중국에서 허운스님이 법문한 불교와 지금 우리가 배우는 불교가 다르지 않다. 부처님의 말씀에 근거한 가르침이기 때문이다. 불교란 무엇인가. 허운스님의 법문을 통해 다시한번 생각해 볼 일이다.

■ 허운스님은…

명나라 감산덕청 대사의 환생이라고 추앙받는 허운스님은 1840년 태어나 19세에 출가했다. 56세에 깨달음을 얻고 120세로 입적할 때까지 격동기 중국에서 대중을 위한 삶을 살았다. 열강의 침략과 내란, 혁명으로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면서 불교 전통을 되살리기 위해 교육과 계율을 정립하고, 사찰 복원과 중생의 아픔을 달래기 위한 각종 활동을 폈다. 특히 임제종과 조동종의 법맥을 이어받고, 운문종 위앙종 법안종 5개 중국 선종의 종지를 되살렸다. 계율을 철저하게 지킨 율사로, 뛰어난 강사로 전해지고 있다.

 

[불교신문3195호/2016년4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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