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와 섹슈얼리티

옥복연 외 지음한울아카데미

 

세계 역사의 대부분은 남성 중심의 역사였다. 수많은 혁명과 변화에서 여성은 잊혀졌거나 미뤄졌으며, 이는 약자에 대한 연민을 기치로 내세운 종교에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불자들 가운데 여성학자들은 “불교의 역사를 보면 어느 종교보다 여성친화적인 성격을 확인할 수 있다”고 말한다. 극심한 불평등과 견고한 카스트 제도 아래서 남성의 그림자로 살아야했던 힌두 사회에서 석가모니 부처님은 “깨달음을 얻는데 성별의 차이가 없다”고 명확히 설하셨다.

이 책은 여섯명의 학자들이 불교의 여성성에 대해 연구한 내용이다. 이들은 “성욕은 현실적으로 남녀 모두의 수행과 깨달음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부처님은 생존 당시부터 성욕에 대해 현실적으로 합리적으로 접근했다”고 말한다.

“남녀는 남성성과 여성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데, 만약 개인이 신체적 조건에 따라 남성은 남성성만, 여성은 여성성만 발휘하게 된다면 이는 자신의 성에 얽매이는 결과를 초래한다. 붓다는 이러한 남성 또는 여성이라는 규정에서 벗어나라고 가르친다. 신체적 조건에 따른 성을 고정되고 변화하지 않는 것으로 내면화할 것이 아니라, 이를 극복해서 자신의 양성성을 회복하라는 것이다. 즉 초월적 자아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신을 성찰하는 수행을 해야 한다고 가르친다.” 초기불교 연구학자, 전재성 박사는 여러 경전에 근거해 이같은 결론을 내린다.

낙태 문제에 대해 불교는 어떤 입장일까. 생명을 죽이는 행위로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일일까. 학자들의 해석은 온도차이가 있다. “불교에서는 자신의 잘못된 행위는 반드시 악업으로 되돌아온다. 하지만 후회를 저지른 후 이를 뉘우치고 더 큰 선업을 닦는다면 악업이 상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입장이다. 무조건적인 낙태 반대가 아니라, 부득이한 경우를 인정하고 당사자는 더 선행을 쌓아야 한다는 논리다.

종교가 사회와 제도에 미치는 영향이 적지 않다. 이런 점에서 부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여성성을 진단하고 방향을 제시하려는 시도가 이 책에 담겨 있다. 

[불교신문3195호/2016년4월2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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