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의 가르침 ‘무소유’”

무소유를 읽다

고수유 지음 / 사이다

 어찌된 일인지, 많은 사람들은 우리 사회는 점점 행복에서 멀어져 가고 있다고 말한다. 시와 소설을 쓰는 고수유 작가도 “진정한 행복의 비결은 무엇인가” 고민을 했다. 그리고 법정스님의 행장과 글을 읽으면서 ‘무소유 그 자체가 행복’이라는 결론에 이르렀다.

무소유란 무엇인가. 소유하지 않는 것이 아니다.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 불교에서, 법정스님이 말하는 무소유다. “꼭 필요한 것만을 가짐으로써 얻는 마음의 평화”를 찾아 저자가 법정스님의 일대기를 찾아 나섰다. 법정스님의 글을 통해 출가에서 열반까지의 과정을 책으로 담은 것. <무소유를 읽다>는 고수유 작가가 법정스님에게 배운 ‘행복을 찾아가는 방법론’이다.

“잠깐 자리를 비운 사이 도둑을 맞았다. 도둑이 들어봤자 가져갈 물건이 없는 방이다. 딱 하나, 책상 위에 놓아둔 시계가 예외였다. 그게 보이지 않았다.” 법정스님의 수필집에 수록된 ‘도둑맞은 탁상시계’에 관한 이야기다. 법정스님은 며칠을 시계없이 보내다가 청계천 고물상을 찾았다. 시계를 사려고 한 고물상에 갔는데, 이런 마침 한 사내가 가게 주인과 중고 시계 물건값을 흥정하고 있었다. 스님이 도둑맞은 시계였다. 스님은 모른 척하고 그 사내에게서 시계를 샀다.

‘용서란 타인에게 베푸는 자비심이기보다는 흐트러지려는 나를 내 자신이 거둬들이는 것이 아닐까 싶다’는 법정스님의 말을 되새겨 본 저자는 “우리는 살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타인에게 해를 주기도, 입기도 한다. 이 과정에서 해를 입으면 상대에게 용서를 빌라고 요구한다. 그런데 용서는 반드시 용서를 구해야 하는 자의 과제일까?”

고수유 작가는 가끔 산중에서 사는 스님의 모습을 떠올려 보라고 권한다. “사회에서 살다보면 불가피하게 무언가를 소유하기 마련이다. 물건부터 금전, 명예와 권력, 게다가 사람을 소유하게 된다. 꼭 필요한 소유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지금 불필요한 소유가 많다. 소유에 대한 집착으로 고통스러울 때, 산중에서 홀로 살던 스님을 떠올려보자.”

고 작가는 법정스님과 함석헌 목사, 이해인 수녀, 정채봉 동화작가 등 저명인사의 만남에도 주목한다. 그들의 대화를 통해 종교란 무엇인가, 삶이란 무엇인가, 문학이란 어떠해야 하는가 등 질문을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님과 장준하, 함석헌은 왜 가시밭길을 걸어갔을까. 분명한 것은 이분들이 자신의 안일과 행복보다는 나라의 안위와 정의를 먼저 생각했다는 점이다. 때때로 나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주변의 이웃을 위해 시간을 써보면 어떨까.”

법정스님의 출가와 수행, 해인사 시절과 다래헌 시절, 불일암 시절과 강원도 오두막 시절. 다섯 단락으로 구분해 법정스님의 행장을 찾아가면서 저자는 ‘텅빈 충만감’이 무엇인지 화두를 찾아가고 있다.

고수유 작가는 1995년 <문학사상>에 시로 등단했으며, 홍대학예술상에 시와 평론으로 수상을 했다. 2013년에는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중편 소설 ‘이교도’로 당선됐다. <한국 근현대 불교소설 연구>를 비롯해 <이광수 소설의 대승불교 사상연구> 등 논문과 시집 <피카소 거리의 풍경>이 있다.

[불교신문3193호/2016년4월1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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