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11일 통도사 보살계 수계산림 법회 입재

도반들과 보살계 수계 인연 가장 크고 원만

보살 안목과 실천력으로 불국토 건설 출발

각자 삶 긍정적으로 가꾸어 가는 최고 방편

오는 11일 불기 2560년 통도사 보살계 수계산림 법회가 2박3일간 일정으로 열린다. 보살계 수계 법회에 동참한 불자들 모습.

영축총림 통도사(주지 영배스님) 금강계단(金剛戒壇) 보살계 수계산림법회가 오는 11일(음력 3월5일)부터 13일(음력 3월7일) 까지 설법전에서 봉행된다. 주지 스님 취임 후 처음 봉행하는 불기 2560년 보살계산림은 전계 아사리 중산혜남스님, 갈마 아사리 법산경일스님, 교수 아사리 우설덕문스님을 3사(三師)로 모시고, 존증 아사리에 송현성림스님, 금봉영일스님, 대회도일스님, 노암법운스님, 고범중선스님, 혜엄우진스님, 영은현진스님을 모신다. 유나에는 진응스님, 인례는 선원스님, 도암스님, 정본스님이 담당한다.

2박3일간 이어지는 보살계산림은 11일 오전 9시30분 설법전에서 입재불공을 시작으로 10시30분 입재식을 봉행하고 점심공양 후 오후 2시부터 설법전에서 보살계를 설한다. 둘째 날에는 오전 10시30분, 오후 2시 두 차례 보살계를 설하며, 마지막 날 오전 7시 금강계단 앞에서 계첩을 배부한다. 오전 9시 설법전에서 장학금을 수여하고 수계식을 봉행하는 일정으로 진행된다. 올해도 예년처럼 부산, 울산, 경남을 비롯 전국에서 5000여명의 불자들이 대거 동참할 것으로 보인다. 통도사 보살계가 갖고 있는 의미를 살펴본다.

# 문수보살 지혜 상징하는 대승보살계

통도사를 창건한 신라대국통 자장율사는 양친의 죽음을 보고 인생의 무상을 깊이 체험한 다음 집과 전원 등 모든 재산을 바쳐 원녕사(元寧寺)를 짓고 깊은 산 속으로 들어가 “하루 동안 계를 지니고 죽을지언정 파계한 몸으로 백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 (吾寧一日持戒而死 不願百年破戒而生)라는 정신으로 난행고행을 거듭하다가 도리천 사람으로부터 오계(五戒)를, 중국에 가서 법상법사로부터 보살계(菩薩戒)를, 오대산에 들어가 문수보살로부터 심지계(心地戒)를 받았다. 이 때 자장스님께서는 문수보살로부터 <화엄경>의 핵심을 담은 게송을 듣는데 그 사상이 바로 문수보살의 지혜를 상징하는 대승의 가르침이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자장율사는 문수보살로부터 다음과 같은 내용의 게송을 받았다.

요지일체법자성무소유(了知一切法自性無所有)/ 여시해법성 즉견노사나(如是解法性卽見盧舍那) <80화엄경> ‘수미정상게찬품(須彌頂上偈讚品)’에도 나오는 이 게송은 “일체법이 자성이 없음을 알아야 한다. 이와 같이 법의 본성을 알면 바로 노사나불을 보는 것이다”라는 뜻으로 이는 불교의 근본이며 대승의 핵심이다. 그래서 통도사 보살계는 대승보살계이며 문수보살계다.

문수보살은 자장스님에게 대승의 핵심을 담은 게송과 더불어 가사 한 벌과 진신사리 1백과, 불두골(佛頭骨), 손가락뼈(指節), 염주, 경전 등을 전수한다. “이것들은 내 스승 석가여래께서 친히 입으셨던 가사이고 또 이 사리들은 부처님의 진신사리이며, 이 뼈는 부처님의 머리와 손가락 뼈이다. 그대는 말세(末世)에 계율을 지키는 사문(沙門)이므로 내가 이것을 그대에게 주노라. 그대의 나라 남쪽 축서산(鷲栖山 : 영축산의 옛 이름) 기슭에 독룡(毒龍)이 거처하는 신지(神池)가 있는데, 거기에 사는 용들이 독해(毒害)를 품어서 비바람을 일으켜 곡식을 상하게 하고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그러니 그대가 그 용이 사는 연못에 금강계단을 설치하고 이 불사리와 가사를 봉안하면 삼재(三災)를 면하게 되어 만대에 이르도록 멸하지 않고 불법이 오랫동안 머물러 천룡(天龍)이 그곳을 옹호하게 되리라.”

 

부처님 제자로 거듭나는 국가차원 관문 금강계단.

# 통도사 보살계는 금강계(金剛戒)

자장율사는 문수보살로부터 부처님의 정골사리 친착가사 등 유물을 전수받고, 당태종으로부터 대장경400함을 받아 귀국하여 황룡사에 구층탑을 세워 국태민안을 빌고 원녕사를 확장하여 화엄법회를 열었으며, 통도사를 창건해 금강계단을 세워 전국의 승려를 득도시켰다. 금강계단은 <범망경보살계본(梵網經菩薩戒本)>에 나오는 ‘금강광명보계’(金剛光明寶戒)의 준말로 금강계단은 금강계를 받는 단(壇)이라는 뜻이다. <범망경>에 따르면 “다시 천왕궁으로부터 염부제의 보리수 아래에 내려오셔서 이 땅 위에 있는 일체 중생과 어리석은 범부들을 위해 나의 근본인 노사나불의 심지법문 중에서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항상 외운 일계(一戒)를 설하나니, 이것은 광명금강보계이며 모든 부처님의 본원이며, 일체 보살의 본원이며 불성의 종자이니라. 일체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어서 온갖 뜻과 알음알이와 형상과 마음이 있으며, 이 뜻과 마음이 모두 불성계 안에 있나니, 마땅히 성불할 결정적인 인(因)이 여기에 항상 있으므로 마땅히 법신이 항상 머무느니라”고 했다. 이 계(戒)는 불보살의 근원이요 중생의 불종자로 본래부터 갖추어져 있어 금강처럼 굳세고 빛나는 보배이니, 이를 받들어 실천하는 것이 보살계의 가르침이다.

 

자장율사께서 문수보살로 부터 전수받은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

# 통도사 금강계단은 현존 세계 최고(最古) 계단

자장율사께서는 보름마다 포살법회를 열고 춘추에 시험을 치게 하여 계율을 알게 하고 지방에는 순사(巡使)를 보내 관리 감독하여 승려의 기강을 바로잡고 보살계를 장려하여 나라와 백성을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살게 하였다. 그러므로 같은 시대를 산 중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도선율사는 이러한 자장스님을 가리켜 법을 보호하는 보살(護法菩薩)이라고 속고승전에서 극찬하였다. 도선율사는 수많은 계율관련 저술을 통해 승가가 여법하게 수행하도록 하여 중국 남산율종의 종조로 추앙받는 인물이다. 그런 그도 자장율사를 이상형으로 삼을 정도였다. 자장율사는 도선율사가 서안 종남산 정업사에 계단을 축조하기 22년 전에 통도사에 금강계단을 세웠으니 통도사 금강계단은 현존하는 세계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지닌 계단인 셈이다. 계단(戒壇)은 석가모니부처님 재세시 기원정사 동남쪽에 계를 주는 단을 세운 이래 중국에서는 667년 도선율사께서 지은 『계단도경(戒壇圖經)』에 따라 정업사에 계단을 설치한 것이 최초다. 자장율사가 통도사 금강계단을 설치한 것이 646년이니 22년이 앞서는 셈이다.

 

# 통도사 계단은 국가(國家) 계단

계단은 사찰 차원에서 설하는 사단(寺壇)과 국가적 차원에서 설립하고 운영한 계단인 관단(官壇)으로 나눌 수 있다. 통도사 금강계단 설립 이래 과거에는 금산사 방등계단, 용연사 석조계단, 개성 불일사지 계단, 백련사 계단 등이 있었고 근 현대 들어서 전국 각 사찰에서 통도사 금강계단을 본 떠 계단을 설치했지만 통도사와는 격과 위상이 확연히 다르다. 통도사는 자장율사께서 대국통으로서 전국 승려의 위의를 관할하고 많은 사람들에게 계를 설할 수 있도록 한 한국을 대표하는 계율도량이며 해동 남산율종의 종가로 그 위상을 갖고 있다. 창건 이래 오늘에 이르기까지 자장율사의 “하루를 계를 지니고 죽을지언정 파계한 몸으로 백년을 살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지계정신을 바탕으로 화엄의 원융사상을 함께 체득하는 이상적인 승려를 양성하고, 그 공덕으로 국운이 융창하고 국민이 행복하게 되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국가적인 차원의 계율근본 도량인 것이다.

“모든 승려는 통도사에서 계 받아야”

자장율사의 대승보살계, 문수보살계 정신을 바탕으로 축조된 계단을 모시고 있는 통도사는 이름에서부터 승보(僧寶)의 산실임을 보여준다. 통도(通度)는 “승려가 되려는 사람은 모두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금강계단에서 계를 받아야 한다(爲僧者通而度之)”는 의미를 갖고 있다. 이는 통도사의 근본정신을 말한다. 인간과 하늘의 스승이 되고자 출가하려는 자들은 부처님께서 행하시고 손수 실천하신 계율을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익히고 배워야만 승려가 된다는 의미이다. 곧, 한국 불교 계율의 중심지로서 모든 승려들은 이곳에서 계(戒)를 받아서 산문(山門)에 들어서라 하신 것이다.

또한 “모든 진리를 회통하여 중생을 제도한다(通萬法度衆生)”는 의미의 통도(通度)는 중생들을 행복하게 하고자 하셨던 부처님의 자비사상을 표현하고 있으니 지혜와 자비가 구족한 수행자의 표상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불보살님과 도반되어 참 보살불자되니

이 얼마나 기쁘고 복된 일인가”

통도사 율원장 덕문스님

■ 대승보살계 수계 의미

매년 통도사에서는 음력 3월5일부터 7일까지 보살계수계산림을 봉행하고 있으며 회향일에는 범망경보살계 수계법회를 봉행합니다.

『속고승전』을 참고로 살펴보면 범망경보살계는 통도사 창건주이신 자장율사께서 중국을 순례하면서 당대의 최고 선지식 중의 한 분인 법상스님으로부터 보살계를 받으신 인연을 볼 수 있고, 『삼국유사 자장정율조』를 살펴보면 오대산에서 문수보살을 친견하시고 화엄경게송을 듣고 부처님의 정골사리와 부처님께서 수하셨던 금란가사를 받으시며 전수받은 계맥을 문수계맥이라 하는데 이것 또한 대승보살계법이 중심이 됩니다. 이러한 수계전통이 후대에 이어져 원효스님, 태현스님 등의 많은 스님들이 범망경에 대한 저술을 남겼고 보살계 수계가 권장되었습니다.

「범망경 보살계」는 십중대계(十重大戒)와 사십팔경구계(四十八輕垢戒)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십중대계를 범하게 되면 보살계 수계를 통해 만들어진 계체가 파괴되기 때문에 부처님과 보살님의 성상 앞에서 참회를 해서 호상(好相)이라는 가피를 보게 되면 다시 계체가 회복되고, 기회 있을 때마다 수계를 다시 받아도 보살계체가 이루어집니다. 사십팔경구계는 지극한 마음으로 참회하면 참회가 이루어집니다.

보살계를 수계하고 보살불자가 되면 많은 긍정적인 변화가 이루어지는데 『범망경』에서는

“첫째는 시방세계의 부처님께서 가엾게 여기셔서 늘 보호해 주시고

둘째는 목숨이 마칠 때에 올바른 소견으로 마음이 기쁘고 즐거울 것이고

셋째는 세세생생 나는 곳마다 모든 불보살님과 도반이 되고

넷째는 공덕이 모이고 쌓여서 계의 바라밀을 모두 성취하고

다섯째는 금생에나 다음 생에 성계(性戒)와 복덕과 지혜가 원만하리라.”

라고 수계공덕을 말씀하셨습니다.

보살계 수계를 통해 모든 불보살님과 도반이 되어서 보살도를 실천하는 참보살불자가 되는 일이니 얼마나 기쁘고 복된 일이겠습니까? 이 계법은 과거의 모든 보살들이 이미 이 가운데서 배우셨으며, 미래의 사람들이 오는 세상에 배울 것이며 현재의 우리도 지금 이렇게 배우고 있습니다. 이는 모든 부처님께서 행하신 길이고 부처님께서 찬탄하신 일입니다.

보살계 수계를 통해서 과거의 모든 부정적인 업을 소멸하시고 현재 나의 삶을 보살도 실천에 초점을 맞추어 열심히 정진하는 일이야말로 가장 긍정적인 삶을 살아가는 방법이자 가장 크고 원만하게 스스로의 역량을 키워가는 길입니다.

보살계 수계는 보살불자로서 보살의 안목과 실천력으로 이 땅을 불국토로 만드는 출발점입니다. 각자의 삶을 가장 긍정적으로 가꾸어 가는 최고의 방편이 바로 보살계를 수계하는 일입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최고의 계단인 통도사 금강계단에서 수없이 많은 보살도 실천을 발원하고 성불을 향하여 정진해 나아가는 도반들과 함께 보살계를 수계하게 된 인연은 가장 크고 원만하게 스스로를 변화시키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두루 권하고 기쁘게 동참해서 모두 참보살불자가 되고 머지않아 성불하게 될 좋은 기회가 되었으면 합니다. 

[불교신문3192호/2016년4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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