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연희 예술사

윤광봉 지음/ 민속원

민중에게 기쁨을 주던

팔관재회가 발전해

고려시대 팔관회로 정착

 

연등회 팔관회 통해 성장한

다양한 연희활동이

한일 예술의 근간 이뤄 

한중일 삼국은 과거부터 다양한 문물을 주고받으며 동반성장을 이뤘다. 특히 불교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와 다양한 문화를 꽃피웠으며, 다시 일본으로 전해져 일본 문화의 근간을 이뤘다. 하지만 원형에만 머문 것이 아니다. 나라의 특징에 맞게 변용되며 성장했다. 불교의 역사는 교리적 측면과 문화적, 행위적 측면으로 구분해 볼 수 있다.

행위는 신앙과 연희로 구분된다. 연희란 소위 집단놀이다. 소리극과 마당극, 나라의 제사인 종묘제례악과 사직제 등의 의식을 비롯해 연등회, 팔관회, 일본의 하나마쯔리 축제 등 대다수 동북아시아 연희의 기원은 불교에서 시작됐다. <한국연희 예술사>는 이러한 연희의 역사를 살펴보고, 현재 어떻게 발전돼 왔는가를 연구한 학술서다.

“11월에 유사가 아뢰기를 ‘전 임금은 매년 중동에 팔관회를 크게 열어 복을 빌었습니다. 그 제도를 따르기 바랍니다’고 하니 왕이 그 말을 따랐다. 그리하여 구정에 수레바퀴 모양의 등불좌대를 설치하고, 사방으로 등불을 쭉 매달았으며, 두 개의 채붕을 5장 이상의 높이로 설치하고 그 앞에서 백희와 가무를 공연하였다.”(<고려사절요> 권1, 태조 원년 11년) 

지난해 서울에서 열린 연등축제. 고려시대 연등회의 역사와 문화가 현대에까지 이어진 우리의 문화자산이다.불교신문 자료사진

고려를 창건한 왕건이 팔관회를 열었던 내용에 대한 기록이다. 이후 팔관회는 국가행사로 진행됐다. 그럼 팔관회의 기원은 무엇일까. 중국의 경우 팔관재회가 있었다고 한다. 불자들이 가까운 연고자의 사후 죄를 없애기 위해 기원하는 의식이었는데, 오락성과 예능성을 동반한 법회라는 특징을 지녔다. 윤광봉 한국공연예술원장은 “팔관재회는 민중에게 기쁨을 주는 법회였다. 이 연희가 고려에서는 팔관회로 발달했다”고 말한다.

팔관회는 민간이 주도했던 연등회와 달리 궁정에서 벌이는 행사가 주를 이뤘다. 또한 왕과 신하가 함께 참석하는 엄한 분위기에서 진행되다보니 천하태평, 군신화합을 기원하는 성격의 행사로 점차 발전해 갔다는 분석이다.

반면 연등회에 참석한 왕은 궁중 대신 사찰을 찾아 의식을 진행했다. 그 행차의 규모가 2000명이 넘는 큰 행사였다. 등은 어둠을 밝히는 것이다. 어둠이란 인간의 어둠이며, 등은 어둠을 밝히는 지혜, 즉 반야의 성취를 의미한다. 그래서 연등회는 임금을 비롯해 문무대신이 참여하는 국가의 중요한 행사였다.

“고취악대가 취각군사 20명과 교방악관 100명, 안국기 40명, 잡기 40명, 고청기 16명, 전축기 18명, 연락기 40명 등이 어가 앞에 있고, 군사 24명이 어가 뒤를 따랐다. 왕의 수레 뒤에는 태자, 공후백작과 재상들, 문무군신들이 모두 말을 타고 따랐다”는 기록으로 볼 때 연등회가 얼마나 화려했는가를 엿볼 수 있다. 임금이 이런 인원들을 대동해 절에 도착해 법당에 들어가면 마당에는 큰 괘불이 걸렸다. 대중이 모여들면 재에 이어 광대놀이를 하는 등 군중의 오락이 벌어졌다. 연희는 민중들의 자발적인 공연이 주를 이뤄 진행됐는데, 이런 연희문화가 발달하면서 점차 내용이 다양해지는 과정을 겪는다. 판소리, 검무희, 인형극 등이 연등회의 영향으로 성장했으며, 이는 일본의 각종 문화로 발전됐다는 설명이다.

연등회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후 국가의 혼란 등으로 인해 한때 사라졌다. 하지만 다수의 불자들이 집집마다 등을 내걸고, 연등놀이를 하던 문화가 재현돼 수년 전 무형문화재로 지정된바 있다.

오는 5월 부처님오신날을 앞두고 전국에서 다양한 연등축제를 준비하고 있다. 연등회가 보다 다양해지고, 우리의 문화적 자산으로 유지되기 위해 연등회 팔관회의 성장과정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학술서다. 이 책에서는 또 춤과 음악 등 우리문화의 근원을 자세히 정리했다.

저자는 동국대 국어국문학과에서 학사, 석박사 과정을 거쳐 제주대, 대전대 교수를 역임했으며 일본 히로시마 대학에서 정년했다. 히로시마 한국연구회장, 비교민속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사단법인 한국공연예술원 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신문3191호/2016년4월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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