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본사 주지 스님을 만나다 제7교구 수덕사 정묵스님

주말 수덕사엔 유독 연인들이 많다. 유모차를 끌고 온 젊은 부부도 눈에 띈다. 곧게 뻗은 길따라 쉬지 않고 올라오면 700년 된 대웅전(국보49호)이 어서오라 손짓하고, 사람들은 대웅전 주변에 빙 둘러앉아 도시락을 까먹고 커피를 마신다. 수덕사 스님들은 틈틈이 경내를 돌면서 절에 ‘놀러 온’ 사람들을 따뜻한 웃음과 손길로 맞아준다. 다른 절보다, 여타 스님들보다 왠지 편안하다. 젊은 청춘 남녀들이 불편함을 무릅쓰고 수덕사를 데이트 코스로 잡은 이유도 이런 편안함이 작용했을 것 같다. 지난 1월30일 수덕사 주지 정묵스님도 볕좋은 토요일 낮 한가롭게 오가는 사람들과 눈을 맞추고 웃음을 건네며 절뜰을 거닐고 있었다. 정확하게 40년 전 수덕사에서 출가한 정묵스님은 주지 소임을 맡은지는 1년이 채 되지 않았지만, 수덕사에 대한 관심과 사랑은 남달랐고, 그만큼 수덕사의 현안과 살림살이를 속속 꿰뚫고 있었다. 

 

수덕사의 미래와 발전을 위해서라면 전세계 어디라도 누비면서 주지 소임을 다하고 있는 정묵스님. ‘세계일화(世界一花)’의 가르침과 동체대비의 원력으로 수행정진하는 스님이다.이시영 충청지사장 lsy@ibulgyo.com

-지난해 4월 주지로 부임했다. 어떤 원력을 품고 주지 소임을 맡기 시작했는지.

“불교세가 비교적 열악한 예산을 비롯한 내포권에 인구 10만명, 약 4만여 세대 규모의 내포신도시 개발이 한창이다. 내포신도시 건립을 계기로 이 지역이 불교포교의 ‘황금어장’이 될 수 있으리라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불교회관 형식의 수덕사 포교당 건립을 준비하고 있다. 또 내포로 이전한 대전지방경찰청, 아산에 위치한 경찰교육원, 수사연구원과 앞으로 이전 예정인 경찰대학까지 감안하면 경찰포교의 새로운 장을 열어야 하고, 충남도청과 충남교육청 등과 연계된 공무원 불자 포교활동에도 적극 매진할 생각이다. 무엇보다 이들을 아우르는 ‘일요 가족법회’에 중점을 둘 계획이다. 경전 강해와 중진 스님들의 생활법문 등으로 많은 이들에게 친숙한 불교를 전하기 위해 수덕사 주지로서 최선을 다하고 있다.”

-‘내포신도시 포교당’, 이른바 수덕사 불교회관 건립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

“내포신도시에 부지를 확보한 상태다. 농업에 종사하는 계층과 공무원 등 다양한 직업군과 계층을 포교할 수 있는 좋은 인연이 될 것이라 기대한다. 내포문화숲길, 내포연등축제와 연계해서 지역 불교문화행사에 좋은 역할을 해낼 것이다.”

-수덕사는 역사·문화환경이 구축돼 있다.

“선미술관, 수덕여관, 성보박물관과 한국고건축발물관 등의 주변 걷는 길을 연계한 문화벨트를 구축하고 있다. 내포문화숲길은 3년간 사업이 결실을 맺고 있는 단계다. 수덕사만의 다양하고 특색있는 문화예술적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수덕사는 대선찰로서 역사적으로 수많은 선사들이 주석했던 청정도량이다. 현대인들에겐 어떠한 역할로 다가가야 할 것인가.

“수덕사는 고려시대 700년 전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대웅전이 그대로 보존돼 있다. 조선말기 침체된 불교계에 새로운 중흥조로 출현하여 선불교를 진작시킨 경허선사, 그리고 만공선사는 수덕사 정혜사 견성암 등을 중창하고 일제강점기에도 일제치하의 치욕스러운 불교정책을 힐책해 한국불교를 쇄신하는데 앞장섰다. 초대 방장이신 혜암선사는 100세의 나이로 미국에 우리나라의 선을 전파했고 수덕사를 오늘날 대사찰의 면모로 만든 벽초스님은 행으로서 제자들을 가르치셨고 스님의 제자 원담스님은 당대 최고의 선필로 유명하다. 이같은 전통의 선맥을 이어서 수덕사는 오늘날 선을 강조한 템플스테이와 선미술관 수덕여관 등 수덕사만의 역사문화적 특색을 가진 문화벨트를 구축해서 현대인들의 마음정화에 도움을 주고자 노력하고 있다.”

-귀중한 문화유산을 소장하고 있는 수덕사의 성보박물관은 어떻게 운영되는가.

“현재 성보박물관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된 성보 4건을 비롯한 귀중한 문화재들이 소장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성보의 가치에 비해 성보박물관 수장환경은 열악하다. 말사의 성보까지 위탁받아 소장관리해야 할 입장인데, 현실적으로 어려운 상황이다. 따라서 사찰이나 종단 차원의 관심과 정부지원도 절실하다.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신도시로서 인프라가 확보된 만큼 빠른 시일내에 수덕사 성보박물관이 내포지역 역사문화관광의 허브기능을 수행해야 한다. 이는 내포지역 근대 역사·문화·건축·인물들의 교육의 장이 될 것이다. 문화예술인으로는 추사 김정희, 춤꾼 한성준, 문학가 일엽스님, 화가 나혜석과 이응노, 대목장 최기영 전흥수씨도 내포지역의 귀중한 문화인물들이다. 이들을 보존하고 관리하고 전승하는 데 있어 수덕사의 역할은 크다.”

-수덕사는 지역내 공무원 조직과의 유대관계가 깊다.

“지난해 10월 충남지방경찰청 경승지단장으로 취임했다. 최근엔 교통사고 희생자들의 천도와 무사고 기원제를 봉행했고, 그후로 전국 대비 사고율이 현저하게 떨어져 모두 감사하다는 말을 전해왔다.(웃음) 아산에 위치한 경찰교육원에는 매주 찾아가 참선을 지도해주고 있다. 호응도가 높아 보람도 크다.”

-수덕사는 초대 방장 혜암선사 때부터 서양에 한국의 선(禪)을 전파하는데 앞장섰고, 최근까지도 숭산스님에 의해 ‘세계일화’(世界一花)라는 정신을 전 세계인들에게 알렸다.

“전 세계에 한국불교를 전파한 숭산스님께서 2004년 입적하신 이후로 스님의 제자로 출가한 외국인 스님들 일부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수덕사는 LA 태고사, 뉴욕 조계사, 헝가리 원광사, 독일 선센터 등 전세계에서 수행하는 스님들의 주석도량을 일신하고 보존하기 위해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다.

-1976년에 출가해서 올해로 출가 40주년을 맞았다. 초발심 시절에 은사 법장스님으로부 받은 가르침이 있다면.

“은사 스님께서 수덕사 주지 소임을 맡을 당시 재무소임을 보며 은사 스님과 함께 현재 수덕사의 기틀을 마련했다. 법장스님은 수행자가 지녀야 할 기본자세로 신심(信心)과 원력(願力), 무사심(無私心)을 강조했다. 그래서 늘 ‘신심이 없으면 속인과 다를 바가 없으니, 일체의 사심을 버리고 수행정진해 중생을 구제하겠다는 원력으로 살아야 한다’고 가르쳤다.”

복지법인 ‘수덕’ 인가

동체대비 본격 나서다

 

“이 시대 불교가 복지를 외면한다면 수행과 포교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자타불이(自他不二)’, ‘동체대비(同體大悲)’의 부처님 가르침을 근간으로 자신과 타인은 둘이 아니며 그러한 마음을 바탕으로 자비심을 갖고 자비보살행을 실천해야 합니다.” 덕숭총림 수덕사는 지난해 사회복지법인 ‘수덕’(가칭)을 인가받았다. 정묵스님은 “자비나눔의 실천을 대외적으로 적극 활용해서 좀더 가깝고 좋은 이미지로 문화포교와 교육, 복지포교 등의 정책을 펼침으로써 불교복지가 현 시대 불교의 역할이자 사명임을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수덕사 소속 복지시설은 직영기관인 수덕사 노인요양원과 예산군노인종합복지관, 예산군시니어클럽이 있고, 최근 수탁받은 홍성군노인종합복지관도 앞으로 수덕사의 적극적인 협력으로 지역내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정묵스님은 “홍성군의 경우 지역복지사업의 운영주체가 대부분 기독교 계열의 법인이었으며 불교복지사업을 수행하는 곳이 홍성군에서는 전무한 실정이었다”며 “홍성지역주민과의 교류기회를 넓힐 복지활동의 지원처로서 노인복지관의 중요성이 매우 크다”고 말했다. 스님은 또 “내포신도시에 인구유입이 확산됨에 따라 불교의 문화를 비롯한 복지포교도 만전의 준비를 해야 할 때”라며 “내포신도시를 거점으로 불교사회복지를 보다 더 활발하게 추진할 필요성이 매우 크다”고 강조했다.

“포교에 취약한 아동과 청소년층에도 각종 사업과 서비스 체계와 지역연계를 구축할 수 있는 역할을 하려면 복지법인 설립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수덕사가 앞으로 현대사회에 걸맞는 다양한 역할을 잘 수행해 낼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주지 스님은 “좋은 인연은 짓는 것이고 짓는다는 것은 베푸는 것이다”고 강조하면서 “흔히 마음을 비운다 하는데, 그 비우는 것이 바로 베푸는 것이나 다름없으니 새해엔 누구나 서로서로 베풀면서 좋은 인연을 가꾸어가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불교신문3181호/2016년3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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