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우물의 비밀’ 방송을 보고

얼마 전 한 방송사에서 캄보디아 우물에 대해 취재해 보도하면서 많은 지인들과 지구촌공생회의 후원회원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전해왔다. 방송 내용은 유수한 국제구호재단과 NGO단체 등이 우물을 건립하고 있으나 버려지는 우물이 너무 많고, 심지어 NGO단체가 파준 우물 물을 마시고 비소중독으로 고생하거나 피부암에 걸린 주민들의 실상도 담겨있었다.

실제로 캄보디아에는 UN산하단체, 유명 국내외 NGO, 기업, 선교단체, 연예인 팬클럽들이 건립한 우물들이 1만5000기가 넘는다. 그러나 우물은 식수보다는 먼지 나는 길거리에 뿌리거나 허드렛일에 쓰이기 일쑤고 물이 없거나 부품이 고장 나 사용할 수 없는 우물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지구촌공생회도 지난 2004년부터 11년 동안 캄보디아에 2243기의 생명의 우물을 건립했다. 엄청난 양이지만 그 많은 우물들을 모두 사후관리하고 있다는 것이 타 단체들과 큰 차이점이다.

우리 단체는 우물 건립을 위한 지역조사부터 남다르다. 우물 1기당 최소 이용가구 수, 주변 수자원 현황, 오염원이 될 수 있는 환경 등 건립 지점 선정과정에만 10개 기준 항목을 충족해야 한다. 조사기간만 1개월이 소요된다. 방송에서 어떤 우물은 하루만에 건립되는 우물도 있다고 하는데 이 모든 것이 생략된다는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비소의 경우 캄보디아 기준(50ppb이하)이 아닌 WHO기준(10ppb이하)을 통과해야 한다. 비소, 불소, 질소, 망간의 검출수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건강지수 또한 61점 이상이면 되지만 자체적으로 80점 이상인 경우에만 건립하도록 하고 있다. 지하수 수질의 변동가능성을 대비한 것이다. 물을 사흘 동안 계속 검사해본 결과 건강지수가 10점 이상 차이난다는 것을 이미 조사와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이다. 검사를 통과한 관정은 주민들이 직접 우물을 조립하게 함으로써 우물이 고장난 경우에도 스스로 대처할 수 있도록 기술을 익히게 하고, 간단한 부품을 미리 지급한다. 관정을 수리해야 하는 심각한 고장이 발생한 경우에는 지구촌공생회로 연락해 수리를 받는다.

실제로 이번 캄보디아 우물을 다룬 방송사에서 지구촌공생회의 우물을 촬영해 갔다는 사실도 우물 관리를 맡은 주민을 통해 당일 통보받았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우물도 생명을 다루듯 해야 한다. 모든 생명은 소중하고 사랑받아야 하지만 충분히 준비가 되지 않은 생명들은 소외되고, 도태되어 죽는 것이 자연법칙이다. 우물도 건립초기 충분히 이용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하며, 환경적인 위험이 없는 상태에서 건립되어야 오랫동안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주민들에게 이용되어야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건립지점 선정에도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후원을 하고 2년 이상 기다린 후원자들의 항의전화도 많지만, 원칙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우리 단체에서 사후관리가 가능한 한계수치에 임박하여 더 이상 우물건립에 대해 홍보도 하지 않는다.

우리 단체 이사장 월주스님은 올해 ‘모든 생명과 만물을 아끼고 사랑하라’는 의미에서 애석물명(愛惜物命)이라는 성어(聖語)를 내렸다. 큰스님 가르침처럼 생명을 사랑하듯 만물을 아끼고 사랑하는 그 마음이 캄보디아의 생명의 우물도 살려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한 두 가구만 사용하고 있는 우물에 대해서는 사후관리 대신 폐쇄하는 것이 효율적일 것 같다는 지부의 의견을 듣고 “효용가치가 떨어지면 죽어야 하는가? 한 사람이라도 그 우물이 필요하다면 사용할 수 있게 해줘야한다”는 단순하지만 명료한 슈퍼비전을 내려준 적이 있다. 캄보디아 우물사업에 깃든 생명사랑의 정신을 통해 지구촌 이웃들이 보다 행복해지도록 우리 지구촌공생회는 정진 또 정진해 나갈 것이다.

[불교신문3180호/2016년2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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