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 안에서 가장 빛나는 여행”

한불 수교 130주년을 기념해 양국 간의 다채로운 행사가 예정된 병신년 새해를 맞이해, 1월12일부터 23일까지 프랑스의 유서 깊은 도시 아비뇽에서 세카노(Ceccano) 시립 미디아텍크의 초청으로 ‘한국 사찰단청으로의 여행’이라는 주제로 전시회가 열렸다. 아비뇽시는 역사와 문화, 종교적 전통을 자랑하는 프랑스의 상징적인 도시로 이번 전시회가 열린 아비뇽 시립 미디아텍크는 14세기 교황청에 소속된 부속 건물로 오늘날까지 건물 내부의 천장과 벽면에는 한국 단청 문양과 흡사한 벽화 문양들이 그대로 보존되어 있다. 한국과 유럽의 종교적 장엄 미술을 서로 이해하고 발견할 수 있는 교류의 장으로 이상적인 공간이었다.

이번 전시회는 한국의 전통 단청을 계승하고 널리 알리고자 노력해온 도화원(대표 구본능) 장인들이 조선시대 사찰 건축의 단청을 대표하는 7개 사찰(통도사 영산전, 개암사 대웅보전, 미황사 대웅보전, 내소사 대웅보전, 용주사 대웅전, 천은사 극락보전, 마곡사 대광보전)에서 단청을 모사한 56점의 작품을 소개했다. 또한, 전시회 기간 동안 전통 재료와 기법으로 단청을 시연했다. 시민들이 직접 참여 할 수 있는 단청 강습회도 마련해 관심과 참여를 불러일으켰다.

전시회 개막식에는 아비뇽 시를 대표한 문화담당 책임자가 자리를 빛내주었으며, 미디아텍의 관장과 아비뇽시의 문화 예술계 인사들이 참석해 깊은 관심을 보여주었다. 또한 행사 기간 동안 1500여명 이상의 시민과 학생, 유치원생까지 행사장을 찾는 등 한국 사찰의 단청 미술에 지대한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아비뇽 시립 미디아텍 이자벨 디몬도(Isabelle Dimondo) 관장은 “이번 전시를 통해 한국의 전통 미술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계기를 마련해 준 관계자들께 깊이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면서 “아비뇽 시민들에게 특별한 감동과 아름다움을 선사해준 수준 높은 전시로 기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또한 작품들이 너무나 아름다워 세 번이나 전시장을 방문했다는 아비뇽의 한 시민은 “전시장에 핀 수 많은 연꽃과 목련 그리고 학들이 춤추는 하늘의 정원으로 안내 되어 영혼을 맑힐 수 있는 시간이었다”면서 “각각의 악기들에서 울려 퍼지는 조화로운 음악을 들으면서, 우리들 안에서 가장 빛나는 여행을 경험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는 찬사의 글을 남겼다.

유네스코 파리 본부에서 근무하는 김현주 씨(문학번역가)의 ‘문학번역-문화적 매개’라는 주제의 한국 문학 번역 강연회도 마련됐다. 김현주 씨는 번역학적 시각에서 프랑스어로 소개된 한국 문학 번역 작품이 한불 문화교류에 미친 영향을 소개했다. 한용운의 ‘님의 침묵’을 비롯하여 본인이 번역한 현대문학 시집들을 소개하고, 이 시집들을 메디아텍크에 기증했다.

행사 기간 중 아비뇽시 배려로 아비뇽 교황청 소속 부수석 큐레이터의 안내를 받아 도화원 장인들과 한국 측 행사 조직위원들이 교황청과 쁘띠빨레(Petit Palais) 박물관을 관람했다. 유럽의 벽화 제작 기술과 보존법에 대한 내용을 생생하게 보고 들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다.

지난 3년 동안 외부의 경제적인 지원 없이 오로지 한국 사찰의 아름다움을 프랑스에 홍보하고자 하는 원력으로 기획하고 준비해온 행사인 만큼, 갖가지 어려움이 많았으나 보람도 컸다. 이번 아비뇽 행사는 그동안의 작은 노력들이 모여 규모면이나 내용면에서도 손색없이 일궈낸 문화 불사였으며, 무엇보다도 일시적인 행사로 끝난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전시켜야할 한불 문화 교류의 디딤돌이 되기를 발원해 본다.

[불교신문3179호/2016년2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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