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계사 ‘학생 중고등법회’ 창립, 하동지역 청소년 50여명 가입

 주지스님 학부모 신도회 나서
불교 공부, 한문 영어도 교육

인사말 하는 주지스님

 

버들강아지가 머리도 내밀지 않은 섬진강 보다 먼저 지리산 산사에 밝고 싱그러운 새싹이 돋았다. 지난 2월21일 아직은 추위가 옷깃을 여미는 지리산 쌍계사 경내에 수십명의 청소년들이 무리지어 돌아다녔다. 등산객 관광객, 법복 차려입은 보살로 북적이던 쌍계사에는 웃음과 활기로 넘쳐났다. 이 날은 20여년 만에 쌍계사에 중 고등학생 불자회를 창립하는 날이었다. 일요일 오전부터 쌍계사를 찾아온 이 학생들은 하동 읍내의 하동고 하동여고 하동중학교 중앙중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50여명이었다.

 

오후 1시 창립법회가 열리기 전 총무국장 정수스님의 지도로 불교 예절을 먼저 익혔다. 합장하는 법, 절하는 방법과 의미 등을 정수스님이 직접 시범을 보여주며 지도했다. 부모님을 따라 절에 다니며 몸에 배인 아이들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처음인 듯 몸짓 손짓이 어색했다. 평소 같으면 방안에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거나 게임에 열중했을 아이들은 처음 하는 절과 경전 독송을 진지하게 잘 따라했다. 싫은 기색 없이 떠들지 않고 잘 따라하던 남학생들도 두 손을 머리 위로 올려 사랑 표시하는 인사법은 어색한지 손이 얼굴 근처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청소년 법회가 창립된데는 주지스님의 열정과 청소년에 대한 사랑이 컸다. 특히 지난해 연말 하동여고에서 펼친 아웃사이더 공연이 결정적이었다. 수준 높은 문화를 접하기 힘든 이 곳 학생들은 유명 랩가수인 아웃사이더 공연에 열광했다. 이후 하동 지역 학생들 사이에서는 쌍계사 주지 원허스님이 방문하는 학교에는 아웃사이더가 온다는 소문이 퍼질 정도였다. 공연 후 급상승한 쌍계사에 대한 호감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인연이 맺어졌다. 쌍계사 합창단 모집에 40~50대 보살들이 대거 가입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이 하동 지역 중 고등 자녀를 둔 학부모들이었다. 주지스님은 학부모들로 하여금 청소년법회에 지원토록했다. 합창단 소속 학부모와 쌍계사 신도회 간부 몇 명이 열성적으로 뛰어 지난 2월21일 ‘쌍계사 불교 중고등 학생회’가 창립한 것이다.

 

지도법사는 문화국장 동찬스님이, 지난 1월 한문을 재미있고 유익하게 풀어 해설한 ‘한문학당’ 템플스테이로 인기를 얻은 강정임씨가 지도교사를 맡아 앞으로 학생법회를 이끌어가게 됐다. 주지스님을 대신해 창립법회를 주관한 총무국장 정수스님은 “앞으로 쌍계사는 여러분들을 위해 고민도 들어주고 공부에 지친 심신을 풀어주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동찬스님이 아이들을 위해 참선하는 법 마음을 쉬는 호흡법등을 지도했다.

 

급한 일정 때문에 읍내를 갔던 주지스님이 일정을 단축하고 부랴부랴 팔영루에 들어섰다. 조금 전 배운대로 삼배를 올리려 하자 주지스님이 말렸다. 주지 스님이 떨리는 목소리로 인사했다. “이렇게 많이 와주셔서 정말 감사하다. 매주 여러분들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니 너무 좋아서 마음이 콩닥 콩닥 뛴다. 살아가면서 누군가로부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은 행복이다. 천천히 가는 것을 두려워 하지 말고 포기하는 것을 두려워하라. 열심히 하면 쌍계사도 여러분을 돕고 함께 할 것이다”

회장을 맡은 박주완(하동고 졸업)군은 “아빠 뒤를 이어 잘 이끌고 자주 만나고 재미있는 법회를 만들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박군의 부친은 쌍계사신도회 간부로 이번 학생 법회 창립에 ‘혁혁한’공을 세웠다. 부모 권유에 가입한 학생만 있는 것이 아니다. 권위라고는 눈꼽만큼도 없고 아이들처럼 노는 주지스님이 좋아서 ‘자발적으로’ 가입한 학생도 있다. 김희완(하동중 3년) 양도 그 중 하나다. 김양은 “엄마랑 지난 설에 세배 왔다가 주지스님이 좋아서 가입했다”며 밝게 웃었다.

 

이미 부산 혜원정사에서 청소년 등 학생들 법회를 전국 제일로 만든 경험이 있는 원허스님은 쌍계사 청소년 포교 구상을 마친 상태다. 아웃사이더 재공연에다 그 보다 더 인기 있는 유명스타 초청, 템플스테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하나씩 펼친다. 원허스님은 “학생법회는 매주 일요일 열며 한문, 원어민 강사 초청 영어 등 학습도 병행하고 방학에는 템플스테이를 할 계획”이라며 “아이들은 절에서 직접 승합차로 데려온다”고 밝혔다.

기자간담회를 마치고 나오는데 꽃다발을 든 김희완 학생과 친구들이 주지스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평소 같으면 주지채 밖까지 나와 배웅하던 스님은 댓돌을 내려서기도 전에 만면에 웃음을 띠고 아이들과 방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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