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냐 올마피테트만해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NGO 일을 시작한지 1년 하고도 5개월이 지나고 있다. 누군가가 ‘무슨 일을 얼마나 했느냐’고 묻는다면 정확하게 대답할 수는 없지만 “저 멀리서 달려와서 나를 반겨 주네요. 그리고 기뻐해 주네요”라고 말하고 싶다.

사람과의 관계를 먼저 나누고 우리의 계획을 이야기 하자는 것이 케냐에서 나의 수행이었다. 보살이 중생을 어떤 마음으로 대했을까 하는 의문을 머리에 두고 길을 나서서 사람을 대하다 보면 “이들과 마음을 나누고 있구나”를 알 수 있다. 늘 정돈 돼 있지 않고 쓰레기장인지 교실인지 모를 학교를 보면서 한숨부터 나왔었다. 선생님들은 우리가 보고 있는데도 구타를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그 앞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아이들을 보면서 정말 화도 많이 났고 눈물도 많이 흘렸던 것 같다. 지금부터 조금씩 변화시켜 보자는 기도를 하면서 이들과 이야기를 한다. 지금은 적어도 지구촌공생회가 지원하는 학교 3곳은 깨끗하다. 하교하기 전에는 늘 책상이 정리돼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지난 11월 어린이날 행사 때 나는 정말 많이 놀랐다. 권위적이었던 선생님들이 아이들의 밥 먹는 것을 챙겼고, 뒷정리도 아이들과 함께 같이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창밖으로 내던지던 쓰레기들은 차 안에 준비돼 있는 큰 봉지에 담았고, 차에서 내릴 때도 아이들을 기다리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 전에 진행됐던 3개교 통합교사 워크숍에서의 교육이 효과가 있었나보다.

우리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지만 마사이 산속 학교는 1년에 여자 아이들이 20명 정도가 임신을 한다. 학교와 집의 거리가 너무 멀어 위험에 노출돼 있고, 또 성교육 역시 돼 있지 않다보니 그냥 빈번하게 이루어지는 일이다. 이럴 때 마다 성교육을 포함한 아이들의 자존감을 높이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을 생각했다. 2015년 지구촌공생회 아동결연후원을 맺은 5명의 아이들은 나에게 자신들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케냐에서 지구촌공생회는 많은 일을 하고 있다. 물이 없는 지역에 물을 나누어 줄 때도, 인키니 농장 가득 푸른 작물이 자라서 시장에 내다 팔 때도 주민들과 기쁨을 함께 나누지만 교육을 통해 변해 가는 아이들을 볼 때가 가장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 지구촌공생회는 단순히 물질을 제공하는 단체가 아닌 주민 스스로 변화해서 희망을 주는 단체가 될 것이다. 오늘도 나는 기도한다. 이들의 삶이 하루하루 1% 만 더 증가되기를….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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