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이 성장하고

불교가 자리매김 하기 위해선

스님들은 계율정신에 의해

스스로의 권한을 다 쓰지 않고

사찰운영위원회를 활성화시켜

불자들의 재주와 지혜를

이끌어 내는

상급의 리더가 돼야 한다

계율을 지키는 것이

상급의 리더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요즘은 지역행사에 참석하면 언제나 축사를 부탁 받는다. 축사가 아니더라도, 주례나 건배사등 한마디 해야 할 일이 많이 생긴다. 주지 소임을 맡게 된 이후 인사말 한마디 하는 것은 일상이 됐다. 지역사회의 리더가 되었으니 자연스러운 일이다. 해마다 연말 연초가 되면 새로운 형태의 리더십에 대한 강의가 열리고 책들이 발간된다. 중간관리자가 되거나, 승진한 사람들이 구매를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또 관리자가 아니더라도 좋은 관리자를 꿈꾸며 리더십에 대한 학습을 하기도 한다.

리더십에 대한 것 중에 유명한 것이 한비(韓非)가 주장한 리더십이다. 한비는 한나라 군주에게 리더십을 강조하는 부국강병책을 제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진시황제에게 채택돼 진나라가 중국 최초의 통일국가를 만드는데 도움을 주게 된다. 한비가 주장한 리더십은 “하군(下君)은 진기능(盡己能)하고 중군(中君)은 진인력(盡人力)하며, 상군(上君)은 진인능(盡人能)한다” 하였다. 하급의 리더는 자신의 능력을 다하고, 중급의 리더는 다른 사람의 힘을 다하게 하는 사람이고, 상급의 리더는 다른 사람의 재능을 다하게 한다는 뜻이다. 자신의 능력이 뛰어나 앞장서서 스스로 모든 것을 해내는 리더는 하급의 리더밖에 되지 않으며, 다른 사람의 재주와 지혜를 다하게 하는 사람이 상급의 리더가 된다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불교의 주지를 리더로 설정한다면 어떤 리더에 속할까? 우선 주지가 되기 위해선 3급 시험에 합격해야 하고, 또 초임주지 연수를 받아야 한다. 문중 내의 여러 어른 스님들과 교구장 스님의 추천이 있어야 되며, 능력을 검증받기 위해서 본사에서 소임도 살아야 한다. 쉽지 않은 과정이다.

어렵게 주지의 기회를 얻고 부임하면, 절의 살림은 녹록치 않다. 공양주가 있는 절일 경우에는 나름 형편이 나은 경우다. 보통 신도들은 노년층이 주로 돼 있으며, 산중에 가까운 절일 경우에 새로 부임한 주지 스님이 인근 마을에서는 가장 젊은 경우도 많다. 그러니 포교에 대한 원력을 세우고 부처님의 정법이 머무는 회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지만, 가람수호조차 힘들다.

그 속에서 어떻게든 쇠락한 절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노력하지만, 도와주는 사람은 별로 없어서 주지 스님이 대부분 혼자서 모든 것을 처리한다. 그렇게 되니 스님들은 대부분 혼자서 자신의 능력을 다하는 하급의 리더가 돼 간다. 거기에 종단에서도 주지에게 거의 모든 권한을 주고 있다. 주지를 맡은 스님들은 문화재와 재산을 보호하고, 신도를 교육하며, 수행자의 모습을 갖추고 살아야 한다. 무거운 책임만큼 주지에 위임된 권한은 거의 절대적이다. 많은 권한을 가지고 있다 보니, 그 권한을 모두 쓰지 않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자연스럽게 하급의 리더가 돼 간다.

그럼 어떻게 해야 상급의 리더가 될 수 있을까? 부처님께서는 계율로써 스님들의 권한을 축소시켜 자연스럽게 상급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배려해 놓으셨다. 초기 불교에서 스님들이 함께 살아야 하며, 직접 돈을 만질 수 없고, 농사를 짓거나 음식을 스스로 해 먹는 것을 금한 것이 그것이다. 계율을 지키게 되면 혼자서 모든 것을 정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하는 것에 익숙해지게 된다. 행정에 도움을 주거나, 음식을 만들어 주고 공양을 올려주는 불자가 꼭 필요하게 되기 때문이다. 길고 인내가 필요한 과정이지만 절이 성장하고 불교가 자리매김 하기 위해서 스님들은 계율정신에 의해 스스로의 권한을 다 쓰지 않고, 사찰운영위원회를 활성화시켜 불자들의 재주와 지혜를 이끌어 내는 상급의 리더가 돼야 한다. 계율을 지키는 것은 지금의 시대에 상급의 리더가 되는 가장 빠른 길이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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