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부터 발이 아팠다. 고약스러운 것이 겉보기엔 멀쩡한데 걷거나 서 있으면 못을 밟고 서 있는 것처럼 아팠다. 신년 기도하러 절에 가며 딸에게 엄마 발이 빨리 낫게 기도 좀 해 달라고 부탁하니 직접 하란다. 자기도 기도할 게 많단다. 엄마가 자꾸만 잊어버려서 그런다고 했더니 딸의 한 마디 “헐!(저렇게 멍청하다니.)” 발이 아파서 기도를 오래 할 수 없다고 했더니 딸은 또 “헐!(엄마 죽으면 안 돼. 죽지 마.)”하고는 눈이 빨개진다. ‘헐!’만 연발하는 딸이랑 말하다 속이 터져 괜찮다고 그냥 못 들은 걸로 하라고 했다.

이른 시간이라 법당 안 공기가 차고 바닥은 얼음장이었다. 찬 바닥에 닿은 발이 더 아파왔다. 절을 하며 남편을 위해, 두 아이를 위해, 우리 가정을 위해, 양가 부모님들을 위해, 그리고 모두의 건강과 소원 성취를 위해 기도를 올렸다. 코끝이 빨개진 딸아이가 그만 가자고 했다. 나도 춥고 다리가 아파서 이만하자고 했다. 그리고 절에서 내려오다 또 내 소원을 못 빌었다는 걸 알았다. 딸아이에게 엄마 소원 좀 빌었냐고 물었더니 안 빌었단다. 서운하다고 엄마 아픈 것 낫게 해달라고, 딸이 돼 그것도 대신 기도 못 해주냐고 했더니 딸이 길게 한마디 한다. “허얼!(아까 관두라고 해 놓고는 딴소리하는 것 봐. 뒤끝 작렬이다.)”

친정엄마도 언젠가 나에게 엄마의 기도를 대신해 달라고 한 적이 있었다. 기도를 하다보면 너무 기도할 게 많아서 언제나 엄마의 기도는 못하고 그냥 온다고 했었다. 그때 나는 엄마에게 혼날까봐 아무 말도 안했지만 속으로는 우리 엄마 욕심 참 많다고 생각했었다. 욕심이 얼마나 많으면 그토록 빌어놓고도 당신의 소원 하나를 못 빌었다고 할까 이해가 안 됐다. 돌이켜보면 그때 난 오직 내 소원만 빌었다. 엄마도 지금의 나처럼 다른 사람들을 위해 기도하느라 정작 자기 소원 한 가지도 빌지 못했으리라. 절뚝거리며 절을 내려오다 아쉬운 마음에 뒤를 돌아보며 외친다. 부처님 아시죠, 내 소원. 모른다고요? 헐!!!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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