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8월 일본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에 원자폭탄이 잇따라 투하된 뒤 히로히토 일왕은 무조건적인 항복을 선언했다. 벌써 71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그 피해와 후유증은 지나간 과거의 일이 아닌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수많은 목숨을 앗아가고 인권을 유린한 나치정권의 잘못을 뉘우친 독일과 달리 일본은 잘못된 과거사를 참회하기는커녕 오히려 왜곡을 서슴지 않고 벌이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문제를 비롯해 독도영유권, 과거사 왜곡, 군국주의 부활 움직임 등으로 우리나라는 물론 아시아 여러 국가들의 갈등과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한일 양국 정부가 위안부문제에 대한 협상을 타결했지만 대다수 국민들의 기대치에는 턱없이 부족했다. 협상 후에도 일본 정부는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인하는 내용의 자료를 UN에 제출하는 등 위안부 할머니와 우리나라 정부를 우롱하는 처사를 서슴지 않고 자행하고 있다. 이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일본의 처사를 규탄하면서 동시에 우리 정부에도 이에 대한 전향적인 대응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처럼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문제에 대한 많은 국민들의 관심을 갖는데 반해 원자폭탄 피해자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미비한 실정이다. 심지어 원폭 피해자에 대한 이야기조차 들어보지 못한 국민이 적지 않은 게 현실이기도 하다.

피해자 70만명 가운데 7만명이 한국인 원폭 피해자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가운데 상당수는 죽었으며 운 좋게 살아서 고국으로 되돌아 온 피해자 가운데 상당수가 암과 각종 희귀병 투병 등 후유증을 안고 한 평생을 살아야만 했다. 게다가 원폭 피해 후유증은 대물림돼 원폭 2, 3세 피해자 또한 자신의 부모에 이어 선천성 기형을 포함해 각종 질병을 안고 살아가야만 한다. 건강이 좋지 않아 제대로 일할 수 없는 만큼 생활고라는 이중고도 겪고 있다.

합천은 ‘한국의 히로시마’로 불릴 만큼 원폭 피해자 인원이 제일 많다. 전국 유일의 ‘원폭피해자복지회관’은 원폭 1세대만 이용할 수 있는데다가 대기자가 줄을 서 있어 2, 3세에게 입소는 그림의 떡과 같다. 합천평화의집은 6년 전부터 원폭 피해자 1세를 비롯해 2, 3세의 인권과 복지 향상을 위해 매진하고 있다. 이들을 위한 전문요양시설 건립도 서원했다. 불교계가 앞장서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들의 쉼터인 ‘나눔의집’을 건립한 것처럼 원폭 피해자를 위한 전문요양시설 건립을 추진중이다. 본지는 합천평화의집과 함께 요양시설 건립을 위한 모연불사를 전개중이다. 위안부 할머니에 대한 관심 못지않게 원폭 피해자에 대한 관심과 지원 또한 절실하다. 더 이상 그들만의 슬픔이 돼선 안 될 것이다. 뒤늦은 감이 많지만 우리 모두가 더불어 함께 살고 있음을 따뜻한 마음과 십시일반 보시행으로써 보여줘야 할 때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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