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멈추고 부탄을 걷다 김경희 지음 / 공명

예의를 갖춰 상대에게 좋은

감정을 건네 받음으로써

나 또한 기분 좋게 살려는

부탄 사람들의 지혜…

 

나는 무슨 불만이 많아

날마다 인상 쓰고 살았을까

부탄 푸나카드종 앞 푸나카 강을 배경으로 부탄인과 함께 한 저자.

“부탄은 다시 사람을 사랑하게 하고, 왜 서로 사랑해야 하는지 알게 해준 나라였다.” KBS 방송작가로 데뷔해 현재 EBS <하나뿐인 지구> 구성작가로 활동하는 김경희 작가가 부탄으로 여행을 떠난다. 소설가이면서 다큐멘터리 작가로서, 그녀의 화두는 늘 ‘사람과 삶, 자연과 생명’이었다.

바쁜 일상에서 문득 40세의 나이에 이르는 자신을 돌아보며 “더 이상 꿈꾸지 않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차갑게 식어버린 가슴이 향한 곳 부탄에서 나는 일상의 스위치를 완전히 끄고, 걸었다”는 김 작가는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이 온전히 살아있는 부탄에서 진정한 행복의 가치를 쉽게 발견했다”고 전한다.

“호텔식 점심식사가 나왔다. 치즈와 고추를 넣어 조린 감자, 나물과 소고기를 볶은 음식이 차려졌다. 소고기 한점을 집어 들다가 갑자기 궁금해져서 물었다. ‘소를 잡는 도축장이 있나요?’ ‘아니요. 부탄에서는 동물을 죽이지 않습니다. 고기는 인도에서 가져옵니다. 고기 뿐 아니라 비누, 세재 등 농산물이 아닌 것은 모두 인도에서 들여오죠. 부탄에는 제조나 가공공장이 없으니까요.”

대화를 하며 식사를 하는데 파리 한 마리가 날아왔다. 파리에 신경이 쓰인 저자가 “왜 이정도 호텔에서 파리도 잡지 않느냐”고 항의하자 종업원이 유리컵을 이용해 몇 번의 시도 끝에 파리를 생포했다. 그리고 파리를 손으로 옮겨 창문 밖으로 내보냈다. “파리 생포에 성공한 종업원이 나를 향해 환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마담 이제 편하게 식사하세요.’ 하찮은 파리 한 마리조차 죽이지 않는 사람들…”

현지인과 대화를 하면서 작가는 또 한번 놀란다. 최근 들어 1년에 한명 정도 자살하는 사람이 생기면서 부탄 국왕이 이를 심각하게 여기고 있다는 소식 때문이다. 하루 평균 46.3명, 33분에 한명 꼴로 자살을 택하는 우리나라와 비교도 안되는 수치다. 더 놀란 것은 부탄 사람들 전부 자살이 일어난 원인에 대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대응한다는 점이었다. 자살을 사회적 책임으로 받아들이고 반성하는 부탄과 개인적 문제로 치부하는 대한민국. 더 많은 자본을 가진 대한민국이 과연 부탄보다 옳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밤마다 반들거리는 수분 크림을 잔뜩 발라대고 보톡스로 주름을 없애려는 우리와 검고 자글자글한 주름이 그대로 드러난 민낯을 당당히 내놓는 그녀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나는 그것을 불안감이라고 생각한다. 부탄 여자들은 남이 만든 아름다움에 속하기 위해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부탄 속담에 이런 말이 있다. ‘미인도 결국에는 해골이 된다.’ 그녀들은 내가 고집스럽게 가지고 살아온 거추장스러운 관념을 깨고 부숴버리는 위대한 존재들이다.”

작가는 사원에서 기도를 올리는 소년에게 무슨 소원을 빌었는지 물었다. 한참을 머뭇거리던 소년은 ‘사실, 시험을 잘보게 해 달라고 했다’고 털어놓는다. 아이들에게 당연할 수 있는 소원이 왜 쉽게 털어놓기 부끄러운 말이었을까. 갑자기 내리는 비를 피하고 있자니 몇몇 스님들이 다가와 마을 주민들에게 버터차와 말린 옥수수튀김을 듬뿍 나누어 주었다. 과거 우리나라에도 있었지만, 지금은 잃어버린 나눔의 문화에 김경희 작가는 말을 닫는다. 길에서 누구를 만나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은 그들은 이방인에게도 친절하게 손을 흔들어 준다.

부탄은 관광자원도 별로 없고, 자연 휴양림이 멋진 곳도 아니다. 김 작가는 하지만 현지인의 일상을 쉽게 같이 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사람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는 매력적인 부탄에 푹 젖었다.

“부탄을 떠나는 날이 왔다. 점배와 초키는 전날보다 말쑥한 차림으로 숙소 앞에 대기했다. 예의를 갖추는 것은 상대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자신의 행복과도 관련이 있다. 예의를 지킴으로써 상대에게 불쾌한 기분을 건네지 않기 때문에, 부정적인 감정의 연쇄작용을 막아 좋은 기분으로 생활하려는 부탄 사람들의 지혜라고 한다. 그동안 나는 무슨 불만이 많아 날마다 인상을 쓰고 살았을까?”

김 작가는 삶의 의미를 잃어버렸다면 부탄을 여행하라고 권한다. 행복이나 슬픔을 모두 함께 나누는 공동체가 살아있는 나라 부탄에서 “그저 우주의 숨결을 따라 깊고 평안히 잠들며 공평하게 살아보라”고 권한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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