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문염송 강설 

보경스님 지음불일출판사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선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일시 방편에 불과

 

적극적으로 문제에 다가서

경계를 넘어서야

모든 스트레스 원인이 사라져…

화두는 근본을 푸는 열쇠 

반산 보적선사가 길을 가다가 보니

어떤 사람이 고기를 사러 푸줏간에

가서 백정에게 말하였다.

“깨끗한 것으로 한 점 주게나.”

그러자 백정이 칼을 내려놓고

손을 모으며 말하였다.

“나리,

어떤 것이 더러운 것입니까?”

선사를 이를 보고 크게 깨달았다.

■ 보경스님은송광사에서 현호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선방에서 10년간 수행정진했다. 동국대 대학원에서 <수선사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조계종 교육원 연수국장, 교육국장, 중앙종회의원을 역임했고, 현재 조계종사회복지재단 상임이사, 보조사상연구원 상무이사로 활동하고 있다. 1만권 독서를 목표로 다독을 하면서 <사는 즐거움> <이야기 숲을 거닐다> <한권으로 읽는 법화경> 등 10여 권의 책을 펴냈다.

무식한 줄만 알았던 백정이 참으로 멋진 한마디를 던졌다. 남들이 아무리 천한 직업이라고 해도 자신의 가게에 있는 물건은 이 사람에게는 고귀할 뿐이다. 자신의 일을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사랑의 눈으로 봐주지 않는다.

많은 젊은이들이 대기업에 취직을 꿈꾸지만, 그 자리는 많지 않다. 굳이 한 회사만 고집하면서 취업이 어렵다고 절망하기도 한다. 이것은 바람직한 삶의 자세가 아니다. 자신에게 맞는 길을 택하고 그 길을 정성을 다해 살아가면 행복의 문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아이고!’ 한마디면 끝난다.

<선문염송 강설> ‘매육(買肉)’ 중 

보경스님이 <선문염송>에 관심을 가진 것은 3년전, 송광사의 수선사 운동을 정리한 논문 <수선사 연구>를 쓰면서였다. “수행자들에게 필요한 <선문염송>이 현대인에게 주는 가치가 매우 크다는 것”을 재발견한 스님은 이후 3년에 걸쳐 <선문염송> 1463칙을 번역했다. “창고에서 물건을 꺼내 쓰지 않으면, 제 아무리 보물을 쌓아놓고 산다고 해도 무슨 소용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에서였다.

<선문염송>은 보조국사의 수제자인 진각국사 혜심선사가 1226년 수선사에 머물면서 부처님과 조사 스님들의 선문답과 시와 염송을 모아 엮어낸 책이다. 처음에 1125칙을 모아 만들었는데, 몽고족 침입으로 초판본이 소실되자, 진각국사의 제자 청진국사 몽여스님이 347칙을 더해 1472칙으로 정리해, 1463칙을 판각했다. 동국역경원에서 월운스님이 전체를 번역, 열권 분량으로 정리한 바 있다.

“출가 초기에 10년간 선방을 다니면서 화두를 붙잡았어요. 선가에서는 책도 읽지 말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가르침은 실제 공부를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에요. 내용과 의미를 모르고 참선만 한다고 깨달음이 오는 것이 아닙니다. 학습이 없는 선(禪)은 진정한 깨달음이 아닙니다. 기본이 되어 있어야 선(禪)이 바르게 섭니다.”

보경스님은 3년에 걸쳐 법회 자료로 활용할 수 있는 내용을 중심으로 143칙을 정리, 강설집으로 엮었다. 일반인에게 친숙하면서 내용이 흥미롭고 교훈적인 것을 중심으로 선택했다.

보경스님은 공안을 설명하면서 실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알긴 하지만 실행이 문제다. 선행도 쌓여야 복이 된다. 삶을 담박하게 보고 마음을 평안하게 유지하는 능력을 키워야 한다”며 “사람의 판단은 그가 걸어온 길, 그리고 무엇에 어떻게 반응하는지를 살펴보면 대강 드러난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항상 예측 불가능한 일이 넘쳐나고 우리를 위협한다. 그래서 크고 작은 시련과 상처, 기쁨과 행복이 옷감의 씨줄날줄처럼 얽혀있다. 매사에 꼼꼼히 살펴보고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훈련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럼 간화선 수행은 재가불자, 특히 현대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을까. 보경스님의 답은 명확하다. “간화선은 의심을 풀려고 하지말고, 더 의심하라고 말한다. 의심을 없애기보다 크게 의심하면, 본질을 꽤 뚫어 크게 깨우치게 된다. 즉, 문제의 본질을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것이 선의 정신”이라는 스님은 “요즘 현대인은 스트레스를 풀려고 한다. 선의 입장에서 보면 스트레스를 푸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근본적인 해결을 위해서는 난관을 피하지 말고, 더 들어가서 적극적으로 문제에 다가가려고 해 봐라. 경계를 넘어서면 모든 스트레스의 원인이 근본적으로 사라져 이후 스트레스가 없는 삶을 살게 된다”고 말했다. 그것을 일깨워 주는 길이 선사들의 문답이며 <선문염송>에서 제시하는 내용이라는 설명이다.

“중국에서는 스님을 처음 만나면 ‘어느 종문에서 어느 수행가풍을 따르는 분입니까’ 질문을 했다고 해요. 수행은 개인적인 문제지만, 수행을 이끌고 지속하는 힘은 집단, 즉 가풍에서 나옵니다. 승가가 개인의 수행에 전념하기 이전에, 승가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내 행동에 책임을 느끼며 생활해야 합니까. 그것이 스님으로서 자부심이고 명예심이 아닐까 해요. 수행은 그 원천입니다.”

목우가풍. 보조국사가 일으킨 송광사의 가풍에 대해 “선과 교가 일치된 수행”이라고 설명하는 보경스님은 “여러 문중, 사찰마다 전해오는 경전이 있다. 그 경전을 현대적으로 풀어내는 작업은 불교의 수행정신을 되살리는 길”이라며 “불자들도 혼자 하는 수행이 아니라 사부대중이 함께 가는 길이라는 인식과 자부심으로 불교를 공부하고 수행을 해야 한다. 그래야 불교의 가르침이 진정으로 다가온다. <선문염송 강설>이 그 지침이 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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