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설비 개선 영상감지 도입

초동대처로 큰 불 확산 막아

일승종 용상사 화재가 유일

2005년 낙산사 화재, 2008년 숭례문 방화 등 소중한 문화재가 화마에 불타 사라진 것을 전 국민이 목격하면서 방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고 있다. 숭례문이 불탄 2월10일을 문화재 방재의 날로 지정한 까닭도 각종 재난으로부터 문화재를 지키겠다는 표현이다. 조계종이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아 지난 2012년부터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을 시작한 것도 이 같은 맥락이다. 올해로 5년째에 접어든 전통사찰 방재시스템 구축사업의 성과와 과제를 살펴본다.

파슨텍, 새턴정보통신, 투윈스컴, 누리텔레콤, 시그마전자 등 종단 인증업체들이 2012년부터 2015년까지 방재시스템을 설치한 전통사찰은 전체 942곳 가운데 432곳이다.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해 12월 일승종 사찰인 파주 용상사 대웅전이 전소된 것 외에 종단 인증받은 업체들이 방재설비를 시공한 전통사찰에서는 큰 화재가 한 건도 없었다. 이는 지난해 일반 사찰 10여 곳에 불이 난 것이나, 2010년 한 해에 범어사 천왕문, 백양사 요사채, 보광사 설법전, 노적사 암자, 성전암 9동이 전소된 것과 비교된다.

사찰화재가 위험한 이유는 조기에 진압하지 못하면 건물손상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작을 포개놓은 것처럼 나무부재를 차곡차곡 쌓은 것은 사찰건축의 특징이다. 이런 구조는 아름답긴 하지만 불에 더 잘 타고, 부재 하나가 망가지면 해체해 다시 쌓아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불을 끄겠다고 물을 뿌리면 건축부재들은 비틀어지고, 단청도 훼손된다. 불이 번지는 걸 막기 위해 무너뜨리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불을 초기에 끄지 못하면 전각은 망가진다.

종단이 전통사찰 방재시스템의 핵심을 진압이 아닌 예방에 초점을 둔 까닭도 여기에 있다. 주요 화재원인인 전기적 위험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화재 원인 중 40%는 전기이고 전기화재 중 80%는 전류 양극에서 발생하는 불꽃, 즉 아크 때문이다. 그러나 아크는 누전차단기가 감지하지 못한다. 전통사찰 방재시스템에는 아크 감지기능이 사용되고 있다. 아크의 위험성은 정읍 내장사 대웅전 화재가 잘 보여준다. 전기난로 주변 전선에서 발생한 아크가 화재로 이어져 대웅전이 전소됐다. 그러나 기둥에 불이 붙는 동안에도 전기가 차단되지 않아 그 과정이 CCTV에 고스란히 녹화됐다.

아크 감지기능이 도입되면서, 전기로 인한 화재발생률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새턴 김영수 대표는 초단위로 전기신호 정보를 수집해 이상신호가 감지되면 사전에 시설을 교체하거나 점검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부주의로 인해 발생한 화재도 5~10분 내 대응해 사고를 막은 예도 있다. 주지 스님이나 사찰종무원에게 스마트폰을 통해 CCTV를 확인하고, 화재발생 원인이 될 수 있는 요인 등이 실시간으로 전달되면서 초기에 불을 진압한 까닭이다. 2014년 장경사 삼성각에서는 신도가 촛불을 붙이고 버린 성냥의 불꽃이 살아나면서 자칫 큰 불로 이어질 수 있었지만 발화 후 즉시 화재경보가 종합관제실, 사찰내 스피커, 주지 스님 스마트폰으로 통보돼 초기에 진압됐다. 지난해 안성 칠장사, 파주 보광사, 강화 청련사, 창원 광산사에 작은 화재가 감지됐지만 방재시스템 덕분에 조기 진압됐다.

화재진압이 아닌 예방에 무게를 두고, 스마트폰을 활용 방재지스템을 도입하는 등 종단의 전통사찰 방재정책 방향은 문화재청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문화재청이 제5교구본사 법주사 등 국보 보물로 지정된 중요 목조문화재에 ‘방재단말기’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해부터는 국고와 지방비를 받아 인증업체의 AS기간이 끝나도 방재지스템을 유지 보수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됐다. 그러나 200여 개 사찰의 유지보수를 위한 예산치고는 금액이 적고, 기존 인증업체를 이용하지 않아도 돼 초기 설치의도가 유지될 지는 미지수다.

총무원 문화부장 정안스님은 “종단 인증업체가 방재시스템을 설치한 전통사찰에서 화재가 없었다는 것 자체가 큰 성과”라며 “체계적인 사후관리로 방재시스템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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