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종단 주요종책 점검④ 화쟁사상의 확산

‘양보 관용으로 함께 잘 살자’

이념과 진영따라 으깨진 나라

통합해보겠다는 적극적 원력

 

리더십아카데미가 실무 맡아

불교적 협상력 갖춘 인재양성

 

교과서 국정화 종북문제 관련

‘사회적 합의문’도 준비 중

선학원 등 문제해결에도 정성…

종단은 지난해 연말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을 계기로 ‘세상의 중심’에 섰다. ‘화쟁’이라는 이름으로 사회 약자들의 고통을 함께 나누며 ‘모두가 함께 잘 사는 길’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였다. 사진은 경찰 자진출두에 앞서 마지막 인사를 나누는 화쟁위원장 도법스님과 한 위원장.불교신문 자료사진

지난해 연말 종단은 화쟁(和諍)의 이름으로 세상의 중심에 섰다. ‘조계종 화쟁위원회’가 연일 뉴스에 올랐다. 알다시피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의 조계사 은신이 계기가 됐다. 갑론을박이 있지만, 이른바 사회적 약자를 최선을 다해 지켜줬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총무원장 자승스님은 신년기자회견에서 핵심개혁과제를 천명하며 ‘화쟁사상의 확산’도 내걸었다. 올해에도 사회의 첨예한 현안을 화쟁적 관점에서 녹이고 풀어가겠다는 의지다. 한편 작년 한해를 정리하며 ‘대중공사와 결사’를 주제로 본지가 주최한 좌담에서도 화쟁은 화제였다. “화쟁이 실질적인 힘을 발휘하려면 개념과 방법론을 좀 더 명확하게 ‘벼려야’ 한다”는 게 결론이었다. 곧 현장에서의 실천과 이론적 탁마를 동시에 추구해야 할 시점이다.

화쟁위원회의 2016년 사업계획서는 이를 충실히 반영하고 있다. ‘실천’이 △사회갈등 현안 중재활동이라면, ‘이론’은 △화쟁사상의 사회적 확산으로 수렴된다. 먼저 ‘한상균 사태’에서처럼 사회갈등 분쟁지역을 지원하고 직접 중재하며 발로 뛴다. 특히 현안 발생 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이전보다 더욱 적극적이고 체계적으로 움직일 태세다. 사회갈등 현장 출장조사 역시 계획에 포함됐다.

무엇보다 정부와 노동자 간 극심한 대립으로 얼룩진 노동개혁이 올해 화쟁위원회의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국민적 논란을 각오하고 화쟁위원회가 한상균 위원장의 중재요청을 받아들인 이유다. 화쟁위 측은 “노동계, 야당, 종교계가 사회적 대화의 장에 적극 참여하겠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노사정위원회는 물론이고 민주노총, 비정규직, 청년세대 등 당사자들도 폭넓게 참여하는 국민적 공론의 장을 마련할 방침이다. 구체적으로는 ‘노동문제 사회적 대화기구 제안을 위한 종교계 원탁회의’를 꾸려 불씨를 당기고 ‘노동의 길을 열기 위한 사회적 대화기구’ 구성으로 외연을 확장하는 형식이다.

반면 누구나 화쟁을 입에 담았지만, 화쟁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말문이 닫히는 사람이 많았다. 화쟁위원회는 교육과 인재양성으로 ‘낯선’ 화쟁을 정겹게 하겠다는 복안이다. 화쟁리더십아카데미가 실무를 맡을 예정이다. 화쟁 이론의 사상적 근거를 정립하고 불교적 협상의 기술을 갖춘 화쟁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기관이다. 아울러 배출된 전문가를 활용하면 화쟁위원회의 인프라도 두텁게 할 수 있다. 화쟁세미나 개최, 화쟁독후감 공모전 등이 화쟁의 개념과 본질을 널리 알리는 방편이 된다. 장기적으로는 화쟁의 대중화를 위한 전국투어, 화쟁연구소 설립을 내다보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이념과 진영에 따라 철저히 갈라지고 으깨진 나라를, 한번 통합해보겠다는 원력이다. 이름 하여 ‘대한민국 야단법석’, 진실과 화해를 위한 사회적 대화로 갈음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종북에 대한 정확한 이해 등 굵직한 만큼 시끄러운 사안을 합리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기구다. 보수 진보 중도를 대표하는 각계 인사를 적절히 안배해 기구를 꾸리고 상호간의 차이를 존중하고 대화하는 사회적 풍토를 정착시키겠다는 목표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관련 토론회와 함께 종북문제 관련 사회적 합의문을 준비하고 있다. 이밖에 종단 내부적으로 동국대와 선학원 문제의 원만한 해결에 힘을 보탤 참이다.

신라시대 원효스님이 주창한 화쟁의 의미는 일견 간명하다. 조성택 화쟁문화아카데미 대표(고려대 철학과 교수)는 “다툼이 없는 사회는 죽은 사회”라며 “화쟁은 다투되 평화롭게 다투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양보와 관용으로 다함께 잘 살자’는 뜻으로도 요약된다. 결국은 평화롭게 다퉈줄 사람이 관건이다. 화쟁위원장 도법스님은 “화쟁을 이해하는 국민이 많아질수록 참된 민주주의의 소중함을 우리 사회에 일깨울 것”이라며 “화쟁이 빛을 발하게끔 발로 뛰고 깊이 생각하는 한해가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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