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위안부 피해자들의 분노

일본정부 공식사죄 법적배상도

피해자 동의도 없는 정치적 야합

충격적인 것은 합의문 발표 후…

한일 양국 정부가 합의안을 내놓은 이후 지난 1월25일부터 2월1일까지 위안부 피해자들의 일본 방문은 어느 때보다도 큰 관심을 끌었다. 사진은 도쿄 중의원회관 공개 기자회견 중인 이옥선 할머니(왼쪽).

 

나눔의집 위안부 할머니들이 지난 1월25일부터 2월1일까지 일본을 찾았다. 한국과 일본 양국 정부가 합의안을 내놓은 이후 피해자들의 첫 일본 방문이었기에 언론의 관심이 어느 때보다 높았다. 첫 일정으로 아사히신문, 마이니치신문, TBS TV 등과 개별 기자회견을 준비했으나 다른 언론사들의 요구로 도쿄 중의원회관에서 공개 기자회견을 했다. 기자회견에서 할머니들은 한일 양국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합의안은 공식 사죄와 법정배상이 아니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일본군 ‘성노예’ 피해자 문제는 일본이 저지른 전쟁범죄이자, 여성인권유린사건이다. 피해자들은 ‘명예와 인권회복’을 위해 1992년 2월부터 주한일본대사관 앞에서 매주 수요집회와 미국, 캐나다 등 세계 ‘순회증언’을 통해 일본정부의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해 왔다. 그래서 이번 합의안 내용에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이 포함돼 있는지가 제일 중요하다. 또한 합의안 문안의 단어와 문구, 하나하나를 피해자들이 법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은 공식사죄와 법적배상도 없었으며 피해자들에게 사전 설명이나 협의, 동의 없이 처리했기에 법적 유효성도 없다. 피해자들은 이번 합의 과정은 피해자를 무시하고 배제한 정치적 야합이고, 절차상 내용상 피해자들의 기본권을 침해해 법적문제와 위헌의 소지도 있다고 주장한다. 사회규범인 법과 질서, 윤리를 벗어나기에 충격과 실망을 금하지 않을 수 없다.

기시다 일본 외상은 “일본 정부는 책임을 통감한다”고 했다. 그동안 일본은 ‘도의적 책임’이라고만 했었을 뿐, ‘정부의 책임’을 언급한 이번 내용은 이전보다 더 심도 있는 것이라고 평가하는 시각이 있다. 그러나 일본이 무엇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위안소를 불법으로 만들고, 반복적인 성행위를 강요하는 인권유린을 구체적으로 인정하지 않고 책임을 통감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주범 역할을 인정하지 않는 문구는 1993년 ‘고노담화’ 보다 더 발전된 것이라 할 수 없다.

기시다 외상은 또 “아베 총리는 진심으로 사과와 반성의 마음을 표명하는”이라고 말했다.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공식사죄와 법적배상을 요구했다. 가해자의 진정성을 인정받기 위해 일본 총리가 직접 해야 하건만, 대독사과라는 형식을 취하는 것이 과연 공식사죄가 될 수 있겠는가. 한일 양국 정부는 한국 측이 재단을 만들고 일본 정부가 공금으로 10억엔을 내기로 합의했다. 현재 피해자들은 정부와 나눔의집을 통해 민간단체로부터 복지 및 의료혜택을 받고 있다. 피해자 평균나이가 90세로 재단설립은 현실성이 없다.

더 충격적인 일들은 합의문 발표 후 나왔다. 아베 총리는 양국 정부 간 합의 후에도 강제성을 부인했고, 집권 자민당 6선의 정치인은 ‘매춘부’라고 망언과 망발을 했다. 그 뿐인가. 일본 정부는 2월15일 예정된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에 위안부 강제 연행을 부정하는 공식입장을 제출하기까지 했다. 애초에 양국 간 합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음을 다시 한번 보여주는 사건임에 분명하다. 일본에서 피해자에 대한 망언과 망발이 나와도 제제할 방법이 없다.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이란 표현은 가해자를 위한 일방적 선언에 불과할 뿐이다. 진정한 사과가 전제되지도 않은 이행 불가능한 부실 덩어리 합의라는 게 다 드러났다.

박유하 교수의 만행 앞에서 할머니들은 또 한 번 절망했다. <제국의 위안부> 저자 박유하는 일본군 피해자들을 일본군의 동지, 아내, 협력자로 표현한 일본의 대변자이자 철저한 인권의 가해자다. 피해자들이 원치 않는 책을 상업적으로 출판해 놓고, 학문을 거론하는 것은 자기 합리화일 수밖에 없다. 이 책은 학문과 표현의 자유를 벗어나 피해자를 공격하는 반인권적일 뿐만 아니라 가해국 일본의 주장이 강하게 반영됐다.

박유하는 피해자들이 재판 청구를 통해 문제를 제기하자 이를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일본어판을 출판했고, 출판금지 가처분 상태에서 편법 처리해 유사 책을 냈다. 자유민주주의 가치인 법의 심판을 무시한 비윤리적인 행동이다. 재판에도 일절 참석하지 않았다. 법원의 판결과 검찰을 믿지 못하겠다는 가해자 박유하가 학문의 자유를 운운하며 피해자인 양 행동하는 것에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은 분노를 느낀다.

[불교신문3175호/2016년2월10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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