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신문

불기 2562 (2018).4.19 목

사이드바 열기
상단여백
HOME 전국 핫 이슈
돈 없고 친구 없어도 노년이 행복한 이유는?부산 미타선원 재가수행자들, 참선으로 마음 밝아지고 말과 행동 부드러워져


자신 들여다보며 인내와 묵언 가운데 지혜증득
무료급식 목욕 등 봉사도 활발, 사찰일도 열심

   
 

용두산 공원 아래 미타선원을 가면 시민선원이 있다. 20여명의 재가 수행자들이 매일 참선 정진한다. 선원장 각원스님을 비롯 스님들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 재가자들과 함께 한다. 벽에는 용상방이 짜여있고 문 앞에 청규가 붙어있는 선원은 영락없는 스님들 선방 그대로다. 법복을 차려 입고 벽을 보고 가부좌를 튼 채 미동도 앉는 재가수행자들 모습 또한 전형적인 ‘수좌’다. 셔터 누르는 소리가 천둥 소리만큼 크게 들릴 정도로 고요하다. 바깥은 부산에서도 가장 번화한 광복동 네거리인데 이곳은 바람소리 조차 그친 산중 선원과 다름없다.

   
 

스님들 선원과 다른 점이 있다면 시간이 자유롭다는 점이다. 하루 참선 일정은 오전 9시에 시작해서 50분 참선 10분 방선(放禪) 두 차례, 오후 2시부터 두 차례 4시에 마무리 한다. 그러나 급한 일이 있거나 병원을 가야하는 등 개인 사정이 있으면 4번의 참선 시간을 모두 지키지 않아도 된다. 단, 한번 앉으면 50분간의 참선은 지켜야한다. 그것이 청규다.
 

이곳 시민선원 역시 재가안거 수행에 동참했다. 미타선원은 선수행에다 염불 사경 주력 등 전분야에 걸쳐 120명이 동참했다. 가장 모범적인 재가안거 수행 사찰 중 한 곳이다.
 

   
 

지난 2일 오전 수행이 끝나고 점심공양 시간에 선원장 스님을 비롯해서 입승 스님과 재가자들을 이끄는 찰중(察衆)소임자들이 모여 선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40~50명 선원 대중 가운데 70~80대가 주류이고 95세가 가장 많다. 남자신도는 8명이다. 경각거사는 찰중 소임을 맡고 있다. 설을 지나면 78세다. 선원 8년차다. 대법장보살. 1940년생이다. 가장 오래됐다. 고등학교 다닐 때부터 참선을 했으니 60년이 됐다. 마니광보살은 가장 젊다. 65세다. 8년차다. 얼굴은 또래 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 다들 “참선 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두 나이가 많다는 말에 경각거사가 “일정을 보면 알겠지만 젊은이나 직장인은 오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경각거사도 퇴직 후 선의 길에 들어섰다. 그는 “전에는 집사람 따라 절에 가면 뒷 짐 지고 쳐다보기만 보던 전형적인 남자신도였다. 그러나 불교 강의를 듣고는 이렇게 지내면 안되겠다 싶어서 매일 절에 가장 먼저 나와 몇 달간 108배를 했다. 그러던 나를 보고 어느 날 대법장 보살이 참선을 권유해서 지금까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대법장 보살은 전설 같은 존재다. 고1 때부터 용두산 공원 아래 대각사 학생회를 다니며 송광사로 구산스님을 친견하기 위해 동무들을 이끌고 찾아갈 정도로 신심 깊은 불자였다. 남편도 선원에서 참선을 함께했었으며 자식 며느리도 모두 불자다. 원래 남편은 기독교, 시아버지는 천주교신자였다. 남편은 아내와 결혼하기 위해 종교를 숨기고 결혼 후 개종시키려했다. 그러나 결과는 갓 시집온 새 식구 종교로 바꾸었다. 아들도 미황사 금강스님으로부터 법명을 받은 불자다. 그 힘은 포교가 아니라 행(行)이다. 대법장보살은 “불교 믿어라 하지 않는다.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고 있다. 바른 견해를 갖고 마음을 고쳐 바르게 사는 것이 선의 이치라고 생각한다. 며느리가 그런 내 모습을 보고 불교는 비는 종교인줄 알았는데 그게 아닌 것을 깨달았다며 친정 어머니 보다 나와 더 많이 자주 이야기 한다”고 말했다. 수행 철저하고 바른 견해를 갖춘 대법장 보살도 자신의 모범이 되는 분이 있다고 한다. “지난해 우리 선원에서 함께 공부하던 만덕심보살께서 93세를 일기로 좌탈입망하셨다. 마지막 말씀이 ‘공부 열심히 하라’였다. 토요일 까지 선원에서 함께 공부하고 월요일 입적했다. 그 분처럼 살고자 우리 모두 열심히 정진한다” 대법장 보살 남편 역시 전날 까지 선원에서 공부하다 입적했다.
 

마니광보살은 “기복과 경전공부를 하다 우연한 계기로 입방했다”며 “그 전에는 모든 것을 남탓으로 돌리고 감정을 못 참아 싸우곤 했는데 이제 내 탓임을 알게 됐으며 마음 단속을 열심히 하다보니 지혜의 길로 들어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대법장보살도 말했다. “9시에서 오후 4시 까지 남 말 하지 않고 잡생각을 한다 해도 꾹 참고 인욕하는 것 만으로도 큰 공덕 짓는 것이다”

   
왼쪽부터 마니광보살, 대법장보살, 경각거사,선원장스님

듣고 있던 선원장스님이 말했다. “이 분들은 즐거운 말년 행복한 노년을 보내는 분들이다. 용두산 공원에 퇴직한 노인들 많은데 이 분들 붙들고 참선공부하자 해도 듣지 않는다. 얼굴에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쓰여있다. 반면 선원에 계신 분들은 늘 즐겁고 행복하다. 참선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경각거사가 덧붙였다. “참선만 하고 앉아 있는 것이 아니다. 아침 참선 전에 할머니들 목욕봉사하고 오는 분도 있고 나도 얼마 전 까지 하루 400~500 되는 무료급식 봉사를 했다. 뒤뜰을 청소하고 화단을 정리하는 등 사찰에서 봉사활동도 한다. 이 역시 참선이 가져다 준 변화다”
 

선원장 스님이 마무리했다. “시민선원 수행자들은 수행에 철저하면서도 자비행을 펼치고 다른 신도들과도 잘 소통한다. 지혜를 증득해서 행복한 삶을 살고자 하는 선의 참 뜻을 잘 체득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선은 복잡한 인간 관계를 정리하고 홀로 고요히 자신을 들여다보는 수행이니 시간은 많은데 돈 없고 친구 없어 고민인 노년 분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수행법이다”

   
 

박부영 기자  chisan@ibulgyo.com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부영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포토뉴스
여백
여백
여백
여백
icon
"SNS에서도 불교신문
뉴스를 받아보세요"

kakaostory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여백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