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묘길상진실명경

티베트현밀교학연찬회/  번역 부다가야 

해인사 율원장을 역임하고 계율연구 집성집을 낼 정도로 율학에 능통한 혜능스님이 달라이라마 곁에서 5년여 간 연구했던 티베트 정통 밀교의 핵심을 드러낸 책이다. 험준한 산길을 오체투지로 가는 티베트인들을 방송 영상 등을 통해 익숙한 한국불자들은 이 책을 보면 그들이 왜 이생을 불교에 바치는 지 알 수 있다.

<성묘길상진실명경(聖妙吉祥眞實名經)>은 책 이름에서 보듯 문수신앙에 관한 경전이다. 문수보살을 예찬하고 수행법(성취법)이 담겨있다. 책은 1부 성묘길상진실명경 본송과 2부 문수사리예찬문모음, 3부 성취행법 모음 등으로 이루어져 있다. 가장 재미있고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대목이 3부다. 차 운전을 예로 들면 경전이 이론서라면 3부에 담겨있는 성취행법은 운전작동법이다.

시동을 어떻게 걸고 가속패달을 밟는지 등 실제로 도로에 나가서 운전할 수 있는 법을 가르쳐주는 것이다. 독송하는 횟수나 방법 자세 등 몸의 움직임은 물론 문수보살을 관조할 때 마음속에 그려지는 형상 등 마음의 구체적 작동까지 설명해준다. 철두철미한 수행을 통해 최상의 경지에까지 오른 고승이 티베트에 그만큼 많다는 증거다. 화두로 치면 오매일여(寤寐一如)의 경지가 어떤지를 몸의 변화, 마음의 상태 등 여러 사람들의 경험을 구체적으로 적은 것과 같다.

한국에서는 보기 힘든 문수신앙이 티베트를 대표하는 신앙이 된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산스크리트어본이 티베트에 온전하게 전해진데다 많은 고승들에 의해 다양한 수행법과 주석서가 전해져 온 지적인 풍토가 있었다. 여기에다 용맹하고 잔인했던 티베트인들을 세계에서 가장 신심 깊은 불자로 만든 종교적 소양이 작용했다. 문수보살은 부처님의 지혜를 인격화한 보살로 티베트 정통밀교에서는 가장 중요시한다. 티베트인들은 보살을 단순한 경배 대상이 아닌 스스로 보살이 되고자 이 경전을 매일 읽고 책에 적힌대로 행한다.

티베트불교가 세계불교를 장악하게 된 힘의 원천이 이 책 속에 담겨있다.

[불교신문3174호/2016년2월3일수요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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