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 개운사 훼불사건과 차별방지법

광신도에 의한 방화와 훼불

도 넘은지 이미 오래…

 

종교평화·차별금지법 제정해

이웃종교에 대한 존중의 발판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18일 김천 개운사에서 훼불사건이 발생했다. 사진을 통해 본 현장의 모습은 ‘경악’ 그 자체, 불상과 불구가 마구 훼손된 난장판이었다. 또 어째서 이런 일이…. 범행자는 멀쩡한 정신을 가진 자로, “나는 개신교 신자이다. 절도 성당도 미신이고 우상이어서 불을 질러야 한다”고 ‘신념(信念)에 의한 행동’임을 말했다고 한다. 한국 사회에서 크고 작은 이러한 훼불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나, 여전히 종식될 기미가 보이지 않다는 점은 매우 우려스럽다. 일부 광신적인 개신교인들에 의한 사찰방화와 훼불은 그 도를 넘어 법당 안에까지 직접 침입, 흉기를 들고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 나아가 앞으로 더한 일도 서슴지 않을 것임을 짐작하고도 남는다. 대부분의 불자들이 종교 간의 평화와 우리 사회공동체의 안녕을 위해 묵묵히 인내를 하고 있지만 이는 차가운 분노의 또 다른 모습일 뿐이다. 일각에서는 “참는데도 한계가 있다.”, “왜 늘 당하고만 있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페이스북 등 SNS에 소식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가자 한 개신교 종교단체에서는, “믿음이 좋다는 한 개신교인 불상훼손 사건에 즈음하여 불교인들에게 용서를 구한다”는 성명을 내고 ‘복구를 위한 모금활동을 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부처님의 가르침은 절대 무쟁(無諍)이다. 서로 다투지 않는다. 우리 모두는 연기(緣起)에 의해 존재하고 있기에 그렇다. 불자들이 애송하는 <금강경> ‘이상적멸분’에 나오는 인욕선인(忍辱仙人)의 이야기는 인욕바라밀의 극치를 보인다. 예수의 가르침도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을 내놓으라”했던가! 저들은 그들 스승의 위대함을 정녕 보지도 닮지도 못하는 것일까? 이것은 선한 기독교인들의 명예조차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이며 스승을 욕되게 하고 결국은 이 땅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하게 될 것이다.

그러나 부처님은 우리에게 결코 자비와 인욕만을 가르친 것이 아니었다. 파사현정(破邪顯正)도 아울러 가르쳐 주셨다. 이러한 일이 발생했을 때 일찍부터 일사분란하게 분연히 일어나 사건의 규탄과 범인의 처벌, 재발 방지를 위한 조직적인 불교수호의 의지를 보여주었더라면 오늘과 같은 일들이 또 일어날 수 있었을까! 이처럼 공분이 들끓고 있는데도 그 많은 불교시민단체나 종단에서조차 입장 표명을 내고 있지 않다. 면역이 생겨서 일까? 우리들은 호법(護法)을 위한 결연한 의지를 분명히 대내외에 천명해야 한다.

한국은 이미 100만 다문화가정에 50개 종교 500개 종파를 이루고 있는 다문화·다종교사회이다. 따라서 다문화, 다종교, 인권 등을 법적으로 보호하는 ‘차별금지법’이 반드시 제정돼야 한다. 서구 여러 국가에서는 이미 종교, 인종, 민족 등에 의한 편견과 증오를 범죄로 규정 처벌하는 이른바 ‘증오차별방지법(憎惡差別防止法)’을 시행하고 있다. 한국도 불교계를 포함한 4대 종교 지도자들과 불교시민단체들이 ‘종교평화법 및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요청하고 있으나, 아직도 관련 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이 법이 조속히 제정돼 종교간 평화와 화합, 관용과 존중의 정신이 되새겨져 사회통합의 주춧돌이 놓여질 수 있게 해야 한다. 이 땅에 평화를 진정 바란다면, 이 법이 속히 제정되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불교신문3173호/2016년1월30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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