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니스트 이미령 씨

불교평론 열린 논단에서

‘경전과 신행지형변화’ 고찰

시대별로 유행하는 경전이 다른데, 어떤 경전이 많이 읽히느냐를 보면 불자들의 신행생활을 이해할 수 있다. 대승불교를 표방하는 우리나라는 독송하면 <금강경>, 사경하면 <법화경>을 떠올릴 정도로 <금강경> <법화경> <화엄경>이 대중적이다. 그러나 빠알리어로 쓴 초기경전들이 한글로 번역되면서부터 한국불교의 신행지형이 달라졌다는 주장이 나왔다. 본지에 ‘대지도론 산책’을 연재하며 ‘붓다와 떠나는 책 여행’이란 모임을 운영 중인 북칼럼니스트 이미령 씨<사진>가 지난 21일 불교평론 열린논단서 ‘경전번역과 신행의 지형변화’에 대해 발표했다.

우리나라에 경전이 유통된 과정을 보면 빠알리 경전이 중국어로 번역돼 다시 우리말로 번역되거나, 중국어 경전이 일본으로 건너간 뒤 우리나라에 전해져 번역된 경우다. 최근에 달라진 것이라면 인도에서 빠알리어를 공부해 빠알리 경전을 우리말로 바로 번역한 초기경전이 대거 출간됐다는 점이다. 전재성 박사나 초기불전연구원 대림, 각묵스님이 대표주자들이다.

이미령 씨는 전재성 박사와 인연으로 지난 2006년부터 7년간 동산반야회에서 ‘한글 니까야 독송회’를 이끌었다. 7년 결사를 하며 이 씨는 니까야를 접한 사람들의 태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에 주목했다. 처음 독송을 시작한 사람들은 여느 대승경전과 다름없이 환희심을 느끼고, 수행에 대한 기대감을 전한다. 그러다 1년 이상 강독을 지속하면 사람들은 “부처님의 생생한 육성을 듣는 것 같다” “할아버지가 곁에서 들려주는 것처럼 친근하다”며 경전과 한 걸음 가까워진 인상을 준다. 3년 정도 독송하면 불교를 쉽다고 여긴다. “무조건 믿는다”는 뚝심불교, 막연한 환희심과 가피를 벗어나 자신의 생각을 전할 수 있게 된다. 이 씨는 “경전에서 그랬더라, 스님이 그렇게 말했다가 아니라 ‘내 생각에 부처님께서는 …셨던 것 같다’라는 말을 하기 시작한다”며 “자신의 생각과 언어로 불교를 이야기하는 수준에 이른다”고 전했다.

정리하자면 니까야를 독송한 개개인은 초기경전을 통해 부처님 가르침이 현실적으로 다가왔고, 이전에 이해하지 못했던 대승경전까지도 이해할 수 있다고 했다.

원전에서 우리글로 직역된 경전을 통해 글자 풀이보다는 내용에 주력했기 때문이다. 초기경전에 대한 관심은 승가교육에도 변화를 가져와 초기불교 과목이 필수교과로 지정돼 있기도 하다.

이 씨는 “니까야를 읽은 불자들이 부처님 가르침을 현실적이고 친근하게 여기면서 니까야 가르침을 생활에 적용하고 있다”며 “니까야에 있는 돈, 부부, 사랑, 자연과 생태, 대화법, 심리치료 등에 대한 주제들이 불자전문가와 만나 사회에 파급력도 커진다”고 전했다.

[불교신문3172호/2016년1월2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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