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익철 변호사

“돈 받으면 그냥 좋을 뿐이지만

의뢰인이 행복하고 밝으면 희열”

절에서 고시 공부할 때 세운 발원

佛恩 갚으려 소송보다 화해 주선

 

부처님생애 다룬 ‘카필라의 아침’

읽을 때마다 감동…울고 또 울어

“스님들 수행 전법 도울 수 있는

교구본사 차원 호법단 결성 절실” 

신익철 변호사는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부처님 가르침으로 상대방을 화해와 밝은 마음으로 이끌 수 있다면 가장 큰 기쁨이고 행복이라고 말했다.

‘흥정은 붙이고 싸움은 말려라’ 했다. 신익철 변호사가 딱 그런 인물이다. 싸움이 일어나야 돈을 버는 직업이 변호사라면 그는 직업 정신이 전혀 없다. 심지어 돈 들고 찾아오는 의뢰인을 이겨도 지는 것이 소송이라며 ‘현혹’시켜 화해시키려 한다. 착수금 성공보수금 대신 의뢰인으로부터 고맙다는 케이크 하나 받을 때 변호사를 직업으로 정말 잘 선택했다고 행복해한다. 그가 ‘본분’을 잊고 돈 안되는 궁리만 하는 이유는 절에서 고시 공부할 때 ‘합격하면 스님들이 송사(訟事)에 휘말리지 않고 수행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도와 부처님 은혜를 갚겠다’고 발원했기 때문이다.

신익철 변호사 사무실은 부산의 법조타운인 거제동 법원·검찰청 앞에 있다. 사무실에는 스님이나 불자들로 붐빈다. 지난 11월24일 기자가 방문했을 때도 낯익은 불교신자가 의뢰인을 대동하고 상담중이었다. 불자들이 많이 찾는 이유는 높은 승소율 때문이 아니라 돈을 들이지 않고 서로 이기는 방향으로 잘 조정한다고 소문이 나서다. 스님들도 ‘신변(申辯, 신의철 변호사)’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스님들은 토지 관련 소송이 많다. “도로 관련 소송이 특히 많은데 사도(私道)를 공로(公路)로 이용해오다 최근 땅 주인들의 권리 의식이 높아져 사용료를 받겠다며 소송을 제기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많은 사용료를 달라는 것은 아니고 ‘점유취득 시효’에 걸리지 않는 정도의 금액이 대부분이어서 대체로 원만하게 조정하는 편이다. 상대방이 불교신자거나 친 불교인이면 돈 대신에 재(齋)를 지내주는 식으로 끝난다. 아파트입주자대표자회의 등 단체가 상대방일 경우 철거하거나 거액의 이행강제금을 무는 등 최악으로 흐른다.”

절에서 내는 벌금은 모두 시주로 들어온 삼보정재다. 신 변호사는 그 점이 가장 안타깝다. “1년에 수천만원에 이르는 삼보정재가 벌금으로 나가고 그로 인해 스님이 수행에 집중하지 못한다면 그보다 더 안타까운 일이 어디 있느냐”며 “스님들께서는 불법(佛法) 못지않게 속법(俗法)도 준수해야 정법(正法)을 제대로 펼칠 수 있다는 점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그러나 개별 사찰에서 복잡한 법을 찾아서 지키기는 쉽지 않다. 신 변호사는 그래서 교구본사 차원에서 호법단(護法團)을 구성하기를 간절히 원한다. 여러 스님들과 신도들에게 제안도 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그는 “법률가 행정전문가 언론인 등 각 분야 전문 불자들로 호법단을 만들어 매월 또는 격월로 모여 본사와 소속 말사에 필요한 조언을 한다면 법률문제로 인한 정재 낭비와 스님들의 고민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되돌아보면 안타까운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일이 발생했을 때 대처할 시간을 놓친다든지, 법률상식 정도만 지켰어도 일어나지 않았을 일들이 많다. 불자들의 재능기부를 받으면 스님들은 수행과 전법에만 매진할 수 있으니 사찰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거듭 호법단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신 변호사는 스님들이 송사나 다툼에 시간과 정신 뺏기지 않고 오직 수행과 전법에 전념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을 자신의 가장 큰 사명으로 여긴다.

그가 이같은 길을 가게된 것은 고시 공부하면서 세운 원력 때문이다. “원래 칠불암은 고시생을 받지 않는데 지인의 도움으로 통광스님의 허락을 받을 수 있게 됐다. 4개월가량 머물면서 부처님 은혜를 입었으니 고시에 합격하면 수행에 어려움을 겪는 스님을 도와 그 은혜를 갚겠다는 발심(發心)을 했다.

그렇다고 꼭 칠불암과의 인연 때문만은 아니다. 고향이 사명대사께서 태어나고 자란 곳이라 어릴 적부터 자연스럽게 불교를 접했고 칠불암 외에 동화사 부도암, 거제 약수암 등 몇몇 절에서 공부하면서 물 근처 가면 물 적실 일 많아지듯 예불 기도 정진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불교가 몸과 정신에 배어들었던 것 같다.” 통광스님과는 합격 이후에도 계속 인연을 맺었다. “통광스님 특유의 밝은 미소와 학문적으로 뛰어난 면모가 생각나고 송광사 유나 현묵스님과도 자주 대화를 나눴다”며 스님들과의 인연이 적지 않다. 하지만 그를 결정적으로 불교에 귀의케 한 힘은 석가모니부처님이었다. “부처님의 생애를 다룬 <카필라의 아침>을 읽고 엄청 울었다. 읽을 때마다 울었다. 부처님께서 이토록 위대한 분임을 보았기 때문이다. 그 때 정말 많이 갈등했다.”

출가를 결행하지 못했지만 법률가로 불법(佛法)을 전파하는 법사로 곤경에 처한 사람의 마음을 평안하게 해주는 상담가로서 언제나 사람을 편하고 따뜻하게 대해주는 보살도를 실천한다. 스님이 일반인과 다툴 때나 스님들끼리 송사가 벌어졌을 때나 불교와 관련 없는 일반 민사사건이거나 가리지 않고 그의 첫 번째 원칙은 화해다.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길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이런 원칙을 갖고 일하다 보니 수많은 변호사가 붙었지만 10년이 넘도록 해결되지 않던 스님들간 송사가 그의 손을 거치자 해결되기도 했다. 의뢰를 받은 절이 아닌 상대편 절 법당을 찾아 매일 퇴근 후 기도했다. “한 달이 지난 어느 날 스님이 부르시더니 ‘의뢰도 안했는데 여기는 와 오노’ 하시길래 ‘두 절이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전법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왔습니다’ 말씀드렸다. 다시 가타부타 말씀이 없었지만 계속 가서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스님이 다시 불렀다. 어떻게 할 생각인지 말해보라는 스님 말이 떨어졌다. 한 스님은 일임했고 다른 스님은 신 변호사가 제시하는 조정을 받아들였다. “변호사들은 이걸 분쟁으로 받아들이지만 나는 수행에 방해 요소로 보았다. 그래서 스님이 마음을 돌리신 것이다.” 소송 대상이 아닌 수행과 전법의 문제로 접근했기 때문에 소송비도 받지 않았다. 그의 마음과 정성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잘 해결한다는 소문이 돌면서 여러 스님들이 찾아와서 상담하고 의뢰도 많아졌다. 한 번은 어느 비구니 스님이 1억원을 주고 갔다. 사건 규모에 비해 큰 돈이었다. 신 변호사는 절을 찾아가서 그 돈을 돌려주면서 이렇게 말했다. “스님, 이 돈은 스님 홀로 번 돈이 아닙니다. 부처님께 공양 올리고 재 올려 달라며 준 삼보정재입니다.” 스님도 미안해했다. 그는 변호사 윤리에 어긋나는 점을 떠나 절 입장에서는 삼보정재이기 때문에 설령 주지 스님이라고 해도 마음대로 사용해서는 안된다고 했다. “이 사연을 동료 변호사들에게 들려주자 ‘받아서 좋은데 쓰면 되지’ 하던데 그것 역시 틀렸다. 정재(淨財)는 그 자리에 있어야 한다. 다른데 가서는 안 될 돈이었다.”

스님이나 불자들에게만 화해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그는 “일반인이 오면 나한테 돈 보태지 말고 그 돈으로 서로 약간씩 양보해서 화해하는 것이 이득이다, 어떤 결과가 날지 모르는데 왜 돈 쓰느냐며 말린다. 그래도 소송을 해야겠다면 부드럽게 끝내라고 한다. 격렬하게 싸우면 그것이 업으로 남아서 또 싸우게 된다며 서로 좋게 끝나도록 유도한다. 이혼상담을 하러오는 불자들에게는 일단 100일 기도를 해보라고 한다. 100일 기도 하라고 돌려보내면 100일 뒤에 안 오는 사람도 있고 오는 사람도 있다”며 웃었다. “어제는 20년을 살면서 남편과 아이들로부터 상처를 받았다는 한 여인이 이혼을 하겠다며 왔는데, 지금 내 앞의 탁자가 어두울 때는 보이지 않아 일어나다 부딪혀 다칠 수 있지만 밝은데서 보면 좋은 물건이듯, 사람도 내 마음이 어두우면 가까운 사람이 상처가 되고, 밝으면 내게 가장 가까운 남편 아이가 가장 큰 행복이요 기쁨이 된다. 이혼해서 행복해질 수도 있겠지만 밝은 마음으로 행복을 찾는 것이 더 낫지 않겠느냐. 어쩌면 이 생에서 참고 견디는 것이 업을 해결하는 길일 수도 있다.” 그 여인은 인편으로 감사의 케이크 두 개를 놓고 갔다.

“이 자리가 바로 법석(法席)이다. 의뢰인과 상담하면서 자연스럽게 불법(佛法)을 전한다. 나로 인해 곤경에 처했던 사람의 마음이 밝아지고 가벼워진다면 그보다 더 큰 기쁨이 없다. 돈을 많이 받으면 좋기는 하지만 단지 돈을 받아 좋은 것 뿐이다. 그러나 사람을 밝게 해주면 희열을 느낀다. 돈은 받을만한 사람이면 받고, 진짜 없을 것 같으면 안 받는다. 엿장수 마음대로다. 그래서 변호사라는 직업이 정말 좋다.”

일터가 곧 법석(法席)이듯 수행도 바쁜 일과 틈틈이 밥 먹고 차 마시는 중간 중간 명상 참선으로 다진다. 매일 읽고 때로 사경도 하는 <금강경>은 “읽을 때마다 다르고 글자가 살아 톡톡 튀는 듯해” 가장 가까이하는 소의(所依)경전이다. “금강경은 1분(分) 법회인유분(法會因由分)만 읽으면 된다. 여기서 부처님 참 모습을 보지 못하면 아무것도 못 본다. 나머지는 혹시 못 알아들었을까 자꾸 반복설명한 것이다. 그 다음은 마지막 32분이 중요하다. ‘신수봉행(信受奉行)’, 이 네 글자에 다 들어있다. 실컷 말해놓고 믿고 받아들이고 실천하지 않으면 무슨 소용 있나.” 

■ 신익철 변호사는…

 

1962년 경남 밀양에서 태어나 동아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해 16년 간 변호사 한 우물만 파고 있다. 창건 7년 된 부산 해운대 대광명사 신도회장을 6년째 맡고 있다. 절에 일이 있어 들렀더니 어느 보살이 ‘니 필요할 때만 올 것이 아니고 필요가 없더라도 오라’고 해서 ‘그렇게 하겠다’고 약속한 것이 인연이 돼 ‘장기집권’까지 하게 됐다. “행복과 회향을 지향하는 주지 목종스님의 스타일이 나와 딱 맞는데다 내가 못하면 주지 스님을 도와주면 되겠다 싶어 계속 있게 됐다”고 말하는 그는 조용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신도들에게도 인기가 높다. 자녀들에게는 <부모은중경>을 풀어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는 가장이다.


[불교신문3159호/2015년12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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