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들

원영스님 나윤찬 그림불광출판사

 

 

BBS ‘아침풍경’ 원영스님

따뜻한 공감 에세이 펴내

과거에 매어 자책만 말고

후회와 늦은 깨달음 모두

내일 위해 쓸 줄 알아야…

지난 11월25일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서 열린 원영스님 북콘서트. 가수 박강수, 테너 안세원, 도경스님, 육이비 얼후연주자 등이 무대를 함께 했다.

“삶에 대한 깨달음은 언제나 지나고 난 뒤의 일입니다. 씨앗이 이듬해 싹을 틔우듯, 오늘 우리의 후회와 깨달음 또한 내일을 위해 쓰여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인생을 배운다’는 말입니다. 우리는 슬픔 속에서 위로를 배우며, 강인함 속에서 부드러움을 배우며, 나약함 속에서 용기를 배웁니다.”

BBS 불교방송 ‘아침풍경’의 진행자로 활동 중인 원영스님은 날마다 많은 사연과 마주한다. 낯모르는 이들이 전하는 아픔에 공감하고 솔직하게 얘기해주는 까닭에 ‘마음 간호사’라는 별칭을 얻기도 했다. 스님과 만나 한번쯤 속이야기를 털어놨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괜찮아 스님도 그랬어”하며 맞장구쳐주고 때로는 직설화법으로 문제를 꼬집어주는 덕에 스님과 대화는 사이다 한잔 마신 것처럼 속이 뻥 뚫린다고 말이다. 함께 이야기하던 중에 고민이 정리되고 답을 찾게 된 것이다.

책에서도 스님은 불안했던 과거와 수행자로서 갖고 있는 고민들을 진솔하게 얘기하며, 크고 작은 어려움 속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풀어놨다. 스님은 출가자라고 해서 늘 행복한 것은 아니었음을 털어놨다. 승가대학 시절 ‘수행자가 내 적성에 맞을까’ 하는 문제에 봉착했을 때, 스님은 절을 시작했다. 하루 1000배씩 올리다 1만배쯤 됐을까 어느 순간 눈물이 터졌다. 처음엔 무릎이 너무 아파서 눈물이 났는데 울다보니 또 슬퍼져서 더 크게 울었다고 한다. 그러다 어느 순간 아무런 생각 없이 절을 하고 있었다. 21일 기도를 끝냈지만 답은 없었다. 하지만 ‘심중의 변화’가 생겼다. ‘완벽한 수행자가 돼야겠다는 확신이 있어야만 그 길을 걷겠다’는 마음을 내려놨더니 ‘멋진 수행자가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치열한 기도로, 스님은 그렇게 한 고비 넘겼다. 스님은 말한다. “열심히 기도해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사람은 없다”고, 그렇기 때문에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기도하다보면 분명 변화가 찾아온다고 말이다.

또 원영스님은 행복해지는 길에는 출재가가 따로 없다고 했다. 출가한 스님들은 모두 특별한 존재가 아니라 “행복해지기 위해 또 하나의 길을 선택했을 뿐”이고, 모두 각자 자리에서 행복을 찾아 나서면 되는 것이다. 행복을 알아차리는 것은 특별하지 않다. 잠깐의 여유만으로도 일상은 달라진다. 가끔의 느슨함을 예찬한 스님은 “심각하고 진지하게 사는 것만이 꼭 좋은 것은 아니다. 더러는 조금씩 털어내며 살아가는 것이 인생을 더 유쾌하게 사는 방법”이라고 일러줬다. “걱정한다고 안 될 일이 되는 것도 아니고 걱정에만 빠져 있으면 다른 것에 마음 쓸 여유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이런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차린다는 점이다. 자신이 처한 상황에만 급급해 복잡한 생각을 잠깐 내려놓거나 주변을 둘러보려는 시도조차 하지 못할 때가 허다하다. 스님은 서강대서 재직하다 파킨슨에 걸려 고국으로 돌아간 페페 신부의 글을 통해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을 알려준다. “삶은 두루마리 화장지 같아서 끝으로 갈수록 더욱 빨리 사라진다는 것, 돈으로 인간의 품격을 살 수 없다는 것,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는 것은 시간이 아니라 사랑이라는 것, 부모님이 돌아가시기 전에 단 한 번이라도 사랑한다는 말을 하지 못하는 것은 영원히 한이 된다는 것, 그런데 왜 우리는 이 모든 진리를 삶을 다 살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것일까.”

살면서 자책하고 후회한 적 한 번 없는 사람이 있을까. 내가 왜 그랬지 혹은 이랬더라면 저랬더라면 하고 생각하느라 잠 못 든 날을 꼽자면 열 손가락이 모자를 정도다. 지나간 시간에 사로잡혀 걱정하고 미련을 갖다보면 지금 이순간이 무의미해진다. 과거에 매여 우물쭈물하느라 시간낭비하지 말고 후회와 아쉬움을 현재의 행복을 위한 디딤돌로 삼으면 삶은 달라질 수밖에 없다. 이 말에 공감해 무릎이라도 친 독자가 있다면, 원영스님이 얘기하려는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 것”을 이미 알아차린 것이다.

[불교신문3158호/2015년12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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