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설의 ‘무문관 수행자’ 103주년 다례재

상좌 조카상좌들이 불광사 헌다회의 육법공양을 지켜보고 있다

 

한 평 방에서 단 한 번도 나오지 않고 정확하게 6년을 채운 뒤 홀연히 사라진 전설 같은 선사 제선스님을 기리는 추모 다례재가 지난 11월27일 대구 불광사에서 열렸다. 오대산에서 경전에 나오는 대로 자신의 공부를 시험한다며 산 채로 장작더미에 올라가 불을 지피는 자화장(自火葬)을 시도할 정도로 수행에 철두철미했던 제선 선사는 1965년 여름 도봉산 천축사에서 무문관을 열어 6년간 정진 하고 1971년 부산에서 여수로 가는 배를 탄 것이 마지막 모습이다. 이후 생사가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일타스님이나 함께 공부했던 도반 제자들에 의해 전설 같은 수행담만 전해 내려오고 있다.

예를 올리는 상좌들

10여년 전부터 손상좌가 주지로 있는 대구 불광사(주지 관암스님)는 제선스님의 음력 생일에 맞춰 추모 다례재를 지내오고 있다. 제선스님 추모 다례재와 함께 스님의 사제였던 향암당 성연스님 탄생을 함께 기린다. 올해는 제선스님 탄신 103주년, 성연스님 탄생 93주년이었다.
 

이 추모재에는 늘 빠지지 않는 원로스님들이 있다. 모두 제선스님으로부터 지도를 받았거나 함께 공부했던 도반들이다. 젊을 적 직접 만난 뒤 제선선사를 존경하게 됐다는 전 원로의원 동춘스님과 해인사 주지를 역임한 태종사 도성스님, 12년간 한 이불을 덥고 지냈던 도일스님 등이 올해도 자리를 지켰다. 그러나 해마다 빠지지 않던 원로의원 법흥스님은 올해는 불참했다. 가장 오래 모셨던 맏상좌 황산스님도 포교하는 캐나다에서 추모재를 맞아 찾아왔다. 총무원장 권한대행을 역임한 선용스님 등 조카상좌들도 어김없이 참석했지만 제선스님을 부산 여객항에서 마지막으로 배웅했던 조카 상좌 일화스님(대전 관음사)은 건강과 기도 입재 때문에 올해 처음 불참했다. 
 

제선스님을 존경하는 이제 90을 넘기고 백수를 바라보는 노스님들이 올해도 어김없이 참석했다.

아무도 몰랐던 또 한 명의 스님이 찾아왔다. 1943년 해인사 백련암에서 제선스님을 은사로 출가해 5년간 시봉했던 제선스님의 첫 제자 성오스님이다. 속가 사정으로 은사를 더 이상 모시지 못하고 떠난 것을 70여년 한으로 가슴 속에 품고 있다가 지난 2013년 불교신문에 난 제선스님 기사를 보고 수소문 끝에 불광사를 찾아왔다. 그 기사 속에는 평생 간직하고 있는 백련암에서 은사스님과 찍었던 사진이 실려 있었다. 성오스님은 “평생 가슴을 짓누르던 한이 불교신문 덕분에 풀렸다”며 감격했다.
 

먼 길과 추위 건강도 아랑곳 하지 않고 젊을 적 존경했던 선사를 추모하는 노스님들은 모두 백수(白壽)를 앞두고 있어 내년을 기약할 수 없다. 그러나 선사의 가르침과 정신은 끊이지 않는다. 원창 농현스님 등 제선선사의 손상좌인 관암스님(불광사 주지)의 상좌들이 이제 추모재 뒤 켠을 차지 하고 있다. 관암스님은 추모재에서 이렇게 말했다. “늘 노스님의 추모일을 잊지 않고 제방에서 오신 큰 스님들과 모든 분 들께 깊이 감사드립니다. 불광사 신도들과 저희 권속들은 큰스님의 덕과 수행정진을 구현하는데 더욱 정진하겠습니다. 내년에도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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