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자원공사, 명지 청량사 5미터 위 도로 건설

소음으로 잠 못자고 진동으로 사찰 금가는 고통
일주문 앞으로 하루 4400여대 덤프트럭 지나가
주민들도 날아드는 돌 먼지 대책없는 공사에 눈물

시위가 열리는 동안에도 끊임없이 공사 차량이 사찰 앞을 지나갔다

낙동강 삼각주 끝 바다와 강이 만나는 풍요로운 땅 위에 자리한 강서구 유일의 전통사찰 명지 청량사(주지 운암스님)가 사대강(四大江) 사업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벌이는 토목공사로 최악의 경우 폐찰(廢札)될 위기에 처했다.


한국수자원공사가 낙동강 유역에 친환경 수변도시를 조성하는 ‘부산에코델타시티’ 사업으로 인해 청량사 앞으로 매일 4400여대 가량의 대형 덤프 트럭이 오가고, 주변 공사장의 분진과 진동으로 인해 사찰은 먼지로 덮이고 법당 처마와 주춧돌에 금이가는 등 심각한 피해를 입고 있다.

수자원 공사는 또 청량사가 보유한 농지 1600여 평을 강제로 에코델타시티에 편입하면서 절 주변 대토(代土)를 요구하는 사찰 측 입장을 무시하고 일방적으로 평당 50만원의 보상금을 공탁하는 막무가내 식 행정을 일삼고 있다. 새로 조성하는 도로로 인해 청량사 일주문과 좌우 담벼락도 사라지게 된다.

이보다 더 큰 문제는 청량사 앞과 측면에 각각 폭 40미터와 8미터 도로가 현 청량사 보다 3~5미터 가량 높게 조성돼 공사가 끝나면 청량사는 도로에 함몰된 모양으로 바뀌게 된다는 사실이다. 수자원 공사의 사업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청량사는 사고 위험에 상시로 노출돼 사람이 지낼 수 없는 상황에 놓일 것으로 우려된다.
 

청량사 뿐만 아니라 청량사 인근 주민들 역시 공사 차량으로 인해 날마다 먼지가 쌓이고 상습적인 교통 체증, 트럭 위에서 날아온 돌에 의한 피해 등 말할 수 없는 고통에 허덕이고 있다. 이 사업은 앞으로 8년간이나 계속돼 청량사와 주민들은 수자원공사측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지만 수자원 공사 측은 먼지가 나는 도로에 살수 차량으로 물을 뿌리는 등의 임시방편으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어 사찰과 주민들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에코델타시티 조성 계획이 수립된 2년 전부터 줄기차게 시정과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오불관언(吾不關焉)하는 수자원공사의 횡포를 참다못한 청량사와 주민들은 결국 거리로 나서기에 이르렀다.
 

지난 11월22일 청량사와 본사인 범어사 스님, 그리고 청량사 신도이며 같은 피해를 입고 있는 주민 등 500여명은 청량사 앞 도로 양측에 모여 수자원공사를 규탄하고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주지스님의 인사말

이 자리에서 청량사 주지 운암스님은 “전통사찰인 청량사는 단군 이래 최대 토건사업이라고 했던, 4대강 사업의 손실을 보충할 목적으로 시작된 한국수자원공사의 에코델타시티 조성사업으로 인해 200여년 동안 강서 지역의 문화와 정신을 지켜온 수행환경이 존폐의 위기에 처하여 바람 앞에 선 촛불과 같이 위태로운 상황”이라며 “공사트럭의 소음, 낙토와 먼지, 흉기가 되어 날아오는 낙석, 진동으로 인한 건물 붕괴, 공사현장의 돌 본쇄기의 굉음으로 수많은 불면과 고통과 공포의 날들로부터 이제는 벗어나고 싶다”고 하소연했다. 주지스님은 또 “향후 청량사 주변이 3~5미터 이상 복토가 진행되고 도로 편입계획으로 일주문에 폭 8미터 도로가 완공되면 청량사는 마치 유리병속 새의 형국이 되어 도로의 먼지와 쓰레기의 상시유입은 물론이고 비만 오면 상습침수지역으로 번하여 사찰기능이 마비될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고 지적했다.

에코델타시티 사업으로 인한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한 주지스님은 “적절한 대책 마련이 없을 시, 불교교권 수호에 대한 명백한 도전으로 받아들이고 청량사 2000여 불자는 부산의 제 시민단체와 공동 대응해 나갈 것이며, 부신지역 130만 불자는 물론 전 조계종도의 음중한 대응에 직면할 것임을 천명한다”고 경고했다. 
 

신도회장

김일진 청량사신도회장은 “돌분쇄기에서 나오는 소음과 분진으로 인해 사찰 피해가 극심하며 청량사가 엄중하게 항의할 때마다 마지 못해 임시 대책을 세우는 등 무성의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은 “애초 약속한 대로 청량사는 문화재보존 차원에서 역사유적으로 온전히 보전 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운봉 청량사 불교대학 총동문회 고문은 “차량진동 사찰 붕괴 안전대책 마련, 돌분쇄기 공사법 규정대로 미세먼지 방지돔 설치, 주민들의 이주대책 마련, 피해대책 수립” 등을 촉구하는 결의문을 낭독했다. 
 

청량사 외에 인근 마을 대책위원장들도 나와 피해상황을 알리고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행사는 정근발원과 사홍서원을 끝으로 1시간여에 걸친 대회를 마쳤다. 김일진 신도회장은 “오늘 행사가 시작이며 앞으로 수자원 공사 앞 1인 시위 등 각종 방법을 동원해 청량사를 온전하게 보전하고 주민들의 피해를 회복하는데 모든 노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말했다.

끝없는 트럭행렬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