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자로 가는 길 3

정찬주 지음/ 열림원

“산에 혼자 머물러 있으면

솔바람은 비질 소리 나고

대나무 바람은 소낙비 같고

골바람은 파도소리가 난다”

 

10년간 118곳 암자 순례

기록한 시리즈의 ‘완결판’

호남·영남 지역 중심으로

사찰로 가는 마음 담아…

서산스님의 가사와 발우를 간직한 대흥사의 북미륵암 전경. 사진작가 백종하 씨의 작품이다.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복잡한 마음을 한순간에 내려놓고 싶다면, 암자로 가라. 일반인의 발길이 잦지 않은 암자에서 산다는 것은 세상의 시간이 아니라 자신과의 시간을 지키면서 사는 것이다. 철저히 내가 중심이다.

“심신을 맑게 하는 영혼의 세탁소” 암자에 대한 기행문이 나왔다. <암자로 가는 길3>은 정찬주 소설가가 10여 년에 걸쳐 진행한 암자의 순례기록이다. 2004년 <암자로 가는 길> 1편이 출간됐다. 이 책에서 저자는 52곳의 암자에 대한 단상을 기록했다. 이어 2권에서 32곳을, 3권에서 34군데의 암자를 소개하고 있다. 전국 118개 암자에 대한 내용으로 자료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

“나그네도 고깃배처럼 만선의 소망을 꿈꾸어 본다. 올 한 해를 어떻게 살 것인가. 그러나 곧 그런 상념을 접는다. 향일암의 무심한 바다를 가슴에 담아가고 싶다. 암자의 관세음보살님도 바다를 가슴에 담아가라고 말씀하시는 듯하다. 저잣거리로 돌아가서 삶이 힘들거나 가슴이 허전해질 때마다 바다를 꺼내 보라고 화두를 던지시는 것 같다.” 여수 향일함을 찾은 저자의 마음이다.

3권은 주로 전라도와 경상도의 암자를 중심으로 소개했다. 거금도의 송광암과 두륜산 북미륵암, 내장산 벽련암, 가야산 희랑대 등 산과 암자 이름만으로도 가고픈 욕망을 일으키는 곳이다. 천혜의 자연경관과 문화유산, 그리고 수행자의 성성한 눈빛이 살아 있는 암자들이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암자를 찾았던 감회에 대해 저자는 “이 책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나 자신을 일깨우기 위해 출간된 책”이라고 평했다. “새벽에 일어나 어제 산골짜기에서 주어온 삭정이로 장작 난로를 피우고 있다. 이 책이 오랜 세월에 걸친 암자 순례의 마지막 기행서가 될 것이다. 마지막이어서인지 교정을 보는 내내 추억에 잠겼다. 나는 암자로 가는 길에서 만난 자연과 수행자와의 인연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다.”

등산로를 따라 산길을 한참 오르다가 보면 어느 순간 갈림길이 나온다. 등산객과 헤어져 샛길로 접어들어야 암자가 있다. 산을 오르기도 힘든데, 저 자재를 어떻게 날랐을까. 암자는 그곳에 있다는 자체로 신심을 일으킨다. 그리고 그 안에서 시간을 잊어버리고 수행하는 스님을 만나면서 하심을, 향기로운 그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 그래서 어떤 사람들은 암자를 찾는다.

저자는 대찰 송광사 산내 암자인 조계산 광원암을 시작으로 암자여행을 안내한다. ‘솔바람 소리 회오리 치는 산길’을 올라가면 오장육부가 서늘해진다는 곳이다. 사찰 입구 연못에서 700년 전 진각국사가 읊었던 시를 떠올렸다. “못가에 홀로 앉았다가/ 못 밑에 있는 중 하나를 우연히 만난다/ 묵묵히 웃으며 서로 바라보나니/ 그대에게 말 걸어도 대답하지 않음을 나는 안다네.”

광원암에는 송광사 주지를 역임한 수좌 현봉스님이 거주하고 있다. 사찰은 그 분위기 답게 선적이다. “절하고 차 마시는 인법당 하나, 공양하는 요사 하나, 작은 연못과 해우소 하나가 전부”다. 스님은 작가에게 전한다. “이런 산골에서 귀를 열고 자연의 소리나 들으며 욕심없이 사는 것이 선이라고 생각합니다. 솔바람은 비질하는 소리가 나고, 대나무 바람은 소낙비 소리 같고, 골바람은 밤 파도소리가 납니다.”

정찬주 작가는 이번에 3권을 펴내면서, 기존에 출간한 1권, 2권을 정리해 총 3권 한질로 암자 시리즈를 마무리했다. 정 작가는 “지난 시간동안 만났던 인연”에 대한 감사의 뜻을 서문으로 전했다.

오랫동안 명상적 산문과 소설을 발표해 온 정찬주 작가는 1953년 전남 보성서 태어나 현재 화순 계당산 자락에서 살고 있다. 동국대 국문과를 졸업했다. 장편소설 <천강에 비친 달> <가야산 정진불> <니르바나의 미소>를 비롯해 <자기를 속이지 말라> <선방 가는 길> <정찬주의 다인 기행> 등 다양한 글을 발표해 왔다. 행원문학상과 동국문학상, 화쟁문화대상을 수상한 바 있다.

[불교신문3156호/2015년1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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