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악인 김대원 작가의 마음, 에세이와 단시조로 담아내…

 먼산에 달이 오르네

에세이문학

놀이

비가람

절을 찾거든 법당이나

불상만 보려고 하지말고

부처님 모신 대중들의

마음을 살펴봐라…

 

“다람쥐야, 너 종치러 가니?”

김대원 작가는 …경기도 파주서 태어나 서울 덕수중·덕수상고를 졸업했다. 고려대 재학 중 군입대해 월남전에 참전, 여러 차례 죽음을 목격하며 삶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시작했다. 제이시어패럴을 설립해 운영했으며, 불교산악인연합회를 결성해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다. 2004년 <수필과 비평>과 2006년 <에세이문학>으로 등단했으며, 한국수필문학진흥회 부회장, 달마문학회장 등으로 활동하고 있다.

불교산악인연합회 사무총장으로 활동했던 김대원 수필가는 환갑이 되던 지난 2004년 수필을 만났다. 당시 신경림 씨와 맹난자 김사임 고형렬 김성동 씨 등이 주축이 돼 서울 달마사에서 개최한 불교문예대학에 참여하면서 “오랫동안 묻어뒀던” 글을 떠올렸다.

“초등학교, 중학교 때 여느 학생들처럼 시를 쓰고, 수필을 쓰면서 여러 번 상도 받았어요. 불교문예대학에 참여하면서 그때의 기억들이 났죠. 당시 60세 나이에 수필로 등단하는 분을 보면서 저도 용기를 얻었습니다.”

어느날 ‘오후 5시’를 소재로 수필을 써보라는 말을 듣고 달마사에서 한강을 바라보며, 지하철역을 지나가며 떠오른 단상을 글로 옮겼다. 그리고 맹난자 선생의 추천으로 <수필과 비평>으로 등단하고, 2007년에는 월간 <신문예>에 시로 등단했다. 등단 이후 활발하게 글을 쓰면서 탐미문학상, 허난설헌문학상과 월파문학상까지 상도 이어졌다.

김대원 작가의 수필은 다른 사람들의 일상을 한발 떨어져 관찰한 결과를 담고 있다.

“아침 출근길의 전철은 그야말로 초만원이다. 경로석은 엄두도 못 내고, 그렇다고 일반석으로 가자니 잠시 망설여질 때가 있다. 그 북새통에 앉을 자리는 아예 생각지도 못할 일이고 손잡이를 잡고 설 수 있으면 다행이다. 그런데 내가 서 있는 앞자리에 나이 든 사람이 앉아 있으면 차라리 편한데 학생이나 젊은이일 땐 괜스레 내가 불편해진다.”

자리를 양보할지 갈등하는 젊은이의 마음을 알기에 오히려 불편하다는 작가의 마음에는 오랫동안 불교활동을 하면서 배어있는 배려의 마음이 짙다. 김 작가는 “절을 찾을 때 그냥 그 절을 보지 말고, 그 부처님을 보지 말고, 그 부처님을 모신 대중의 마음을 살펴보라”던 한 스님의 말을 소중히 지니고 있다.

몇 년전, 도심을 떠나 의정부의 한가한 곳으로 거처를 옮긴 김대원 작가의 삶의 모습은 수필 곳곳에서 고스란히 묻어난다. “휴일 아침, 조용히 집을 나섰다. 산길은 간밤에 내린 많은 비로 인해 곳곳이 물길로 변해있었다. 어린 시절 이렇게 많은 비가 내린 후면 나는 어머니가 곡식을 거를 때 쓰던 체를 들고 나가 도랑에 대고 풀숲을 훓어 미꾸라지나 붕어를 잡곤 했다. 나이가 들수록 그 시절로 돌아가고픈 생각이 간절해진다…이른 시간이어서인지 법당 안엔 아무도 없었다. 오늘은 간절한 발원의 108배를 올리기로 했다. 암과 사투를 벌이며 힘겹게 보내고 있을 아우를 위해서다.”

폐암 진단을 받은 동생을 위해 기도를 올리는 형의 마음, 상원사에서 보현이라 불리는 개를 쓰다듬으며 어릴 적 여러 동물을 키우던 단상. 그리고 강원도로 떠난 여행길에서 옥수수를 먹으며 한국전쟁 때 북으로 간 이웃집 형의 기억을 떠올린다. 어려운 시대를 몸으로 겪으며 살아야 했던 김 작가 세대의 추억을 엿보는 것도 이 수필집의 묘미다.

이번에 김대원 선생이 에세이집과 더불어 출간한 책은 단시조집 <놀이>다. 단시조란 일본 하이쿠 시를 말하는데, 20자 내외의 글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또 소재를 자연에서 찾아 짧지만 강렬한 이미지를 담는다.

“솔가지에 얹힌 눈 한줌/ 툭 떨어뜨리며 혼자 노는 밤바라”(놀이)

“범종각으로 내달리는 다람쥐/ 너, 종치러 가니?”(다람쥐)

“너는 누구냐?/ 앞서다 뒤에서고 고얀 녀석아.”(그림자)

김대원 작가가 단시조(하이쿠)를 좋아하는 이유는 “선시 같아서”다. “하이쿠는 선사들의 오도송이나 열반송에서 영향을 받아 일본서 만들어진 시다. 소재를 자연에서 따오는 것은 자연에 마음을 빗대던 선시의 영향이다”는 김 작가는 “우리는 반일 감정 등으로 인해 하이쿠를 창작하는 작가가 많지 않다. 하지만 문학은 나름의 특징과 맛이 있다. 짧으면서도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이 하이쿠의 특징이다”고 설명했다.

<놀이>는 하심을 주제로 한 30여 편의 시를 시작으로 이른 봄의 단상, 여름과 가을의 풍경, 겨울산과 민통선, 폐광촌에서 만난 자연 등에 대한 시가 주제별로 엮어져 있다. 박희진 시인은 서문을 통해 “김대원 작가는 자연에 대한 감각이 매우 뛰어나다. 짧은 글이지만 오랫동안 사물을 관찰하고 특징을 잘 표현한 작가”라고 평했다.

“강가 언덕빼기에 있는 정자로 갔다. 흐르는 강물소리가 세찬 바람소리 같다. 시원하다 못해 서늘함마저 느껴진다. 정자 아래는 깎아지른 듯한 절벽이다. 강물을 향해 수직으로 내리꽂힌 절벽이 마치 그렇게 잡념을 잘라버리라 내게 말하는 듯하다.”(‘먼 산에 달이 오르네’ 중)

[불교신문3156호/2015년11월2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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