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로 그린 ‘나 되돌아보기’

생각나무

스튜디오돌 기획/ 솔바람

 

동동이 묻는다

“왜 슬퍼하지 않아?”

“슬프면 울어야 한다”며

동동은 서럽게 운다

상좌가 동자를 껴안는다

“네가 내 스승이다”

우리들 주변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상에 조금만 마음의 문을 열고 귀를 기울여 보자. 문득 깨닫게 되는 삶의 지혜가 적지 않다. ‘내일을 돌아보는 지혜’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정신없이 앞으로만 가려는 우리들의 발목을 잡아 세운다. 그리고 잠깐 생각할 시간을 전해주는 책이다.

“우주는 다만 먼지로만 이루어져 있을 뿐이다. 그렇다면 우리도 먼지다. 지구엔 아무도 살지 않는다. 70억개의 욕망과 70억개의 허무가 있을 뿐. 그것은 70억개의 사랑이 있다는 말과도 같은 이야긴데, 나는 왜 이토록 외로운 것일까?”

동자승 동동이 노스님에게 묻는다. 스님은 왜 젊은 시절 친구들을 찾아보는 일이 없느냐고. 그러자 노스님은 답한다. “억지로 찾아볼 것 뭐 있어. 이렇게 흩날리는 눈발만 보고 있어도 그들의 얼굴이 나타나고 시든 나뭇가지에도 그 사람들 모습이 담겨 있는데.”

인연이란 그와 같지 않을까. 억지로 맺으려는 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가오고 가는 것. 만화속 주인공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들이 겪는 문제의 본질을 바로보며 틀에 갇힌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게 해준다. 특히 책 속에 담긴 부처님과 성현들의 가르침은 ‘아하!’ 무릎을 탁 치게 하는 통쾌함이 있다.

어느 날 동동이 무소유가 뭔지 묻는다. “무소유란 단지 물질을 소유하지 않는다는 말이 아니라 자존심, 경직된 고집, 나라는 아집을 갖지 않는 것이다. 모든 악덕의 근원은 소유욕에서 오는 것이다. 무소유란 공동체적 소유의 다른 이름”이라고 작가는 노스님을 통해 주장한다. 즉 밭을 경작하고 있지만, 그 밭이 내 소유가 아니라 잠시 빌려쓰는 존재일 뿐이라는 인식을 가지라는 것이다.

사찰에 사는 대중은 노스님과 두 젊은 상좌, 그리고 동동이다. 어느 날, 상좌가 편지 한통을 받고 슬픔에 젖는다. 고향 친구가 병으로 세상을 뜬 것이다. 동동이 묻는다. “그런데 왜 슬퍼하지 않아?” 상좌는 “모든 생명은 인연이 다하면 가는 것”이라며 말을 흐린다. 그러자 동동이 “슬프면 울어야 한다”며 서럽게 운다. 순간 상좌가 동자를 껴안는다. “네가 내 스승이다.” 삶이란, 진리란 어쩌면 그런 것이 아닐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보면서 때론 표현할 수 있는 것. 깨달음은 무관심이 아니라, 지나치게 희노애락에 젖지 않는 것.

만화는 경전의 가르침을 노스님의 입을 통해 독자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주로 존재에 대한 의미, 삶의 방향에 대한 이야기다. “수수밭에서는 콩이 잡초며, 콩밭에서는 수수가 잡초다”라며 밭에서 최소한의 잡초만 뽑아주는 마음으로 모든 사람들이 서로를 보듬고 산다면 우리 사회는 얼마나 아름다워질 것인가.

작가는 이 책을 통해 “세상에 모든 것은 나름의 의미가 있고, 존재의 이유가 있다. 바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지만, 잠깐이라도 삶을 돌아보고 진리가 무얼까 고민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나무들이 옷을 벗고 있다. 가지 위로는 곧 눈옷이 쌓이게 된다. 그렇게 지나가는 자연의 이치를 보며 동동이의 마음이 커지듯, 독자들의 마음도 함께 자라길 바라는 그림이 책에 가득 담겼다.

스튜디오돌은 강병호, 지현도, 김범수 씨가 모여 일하는 만화창작 모임으로 그동안 <하수와 고수> <올빼미 서당> <만화로 배우는 부처님의 지혜> 등을 펴냈다.

[불교신문3154호/2015년11월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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