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8산사 순례를 마친 선묵스님
시와 에세이로 전하는 삶의 진리

모르는 마음

쌤앤파커스

“물은 생명을 만들기도

더러움을 씻어주기도 하나

절대로 거만하지 않는다

우리 마음을 물처럼 써야 한다”

“인생은 모르는 마음으로 떠나는 긴 여행이다.” 108산사순례기도회를 이끌었던 선묵 혜자스님이 시와 에세이를 통해 ‘마음법문’을 전했다. 동진 출가 후 50여간 수행과 포교에 나섰던 스님이 펴낸 <모르는 마음>은 “내 마음도 모르고, 네 마음도 모른다. 모르는 마음끼리 부딪쳐 서로서로 아파한다. 왜 사는지도 모르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른다. 인생은 모르는 마음으로 떠나는 더디고 안타까운 여행”이라며 삶의 방향을 부처님의 가르침을 토대로 제시하고 있다.

책은 제1장 ‘나는 누구인가’로 시작한다.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이 무엇인가. 울고 싶을 땐, 실체 없는 불안 등을 짚어보며 ‘생각이 실제를 이끈다’고 법문한다. 가르침은 짤막하고 평이한 언어를 활용해 시로 전했다. 때때로 에세이로 조금 길게 가르침을 펼쳤다.

이어 2장에서 ‘지금 그대에게 필요한 사람은?’이란 질문과 그에 대한 답을, 그리고 3장부터는 세상을 보는 마음을 어떻게 가져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컵은 깨어지고 결국에는 사라진다’는 제행무상의 가르침이 그 질문의 답으로 귀결된다.

“그대는 유독/ 작고 사소한 일에도/ 터무니없이 마음의 상처를/ 받지 않나요.// 친구나 사랑하는 사람이나/ 주위 사람들이/ 무심코 던지는 한마디 말에/ 온종일 고민하고 있지 않나요.// 그럴 필요 없습니다./ 버릴 건 과감히 버리세요. 버리지 못하면/ 마음속에 앙금이 독버섯처럼 자라나/ 결국에는 깊은 상처가 됩니다… 상처 받는 나를 치유하는 일이/ 이 세상이서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일’ 중)

선묵스님은 최근 펴낸 <모르는 마음>에서 세인들을 향해 마음을 잘 알고 인생이란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말한다.불교신문 자료사진

시로 쓰여졌지만, 법문이기도 하다. 읽는 사람이 짧게 이해하고 받아들이기 위해 시의 형식을 빌린 것이라는 표현이 맞을 성 싶다. 이렇게 시작한 법문은 96편의 시와 에세이로 정리됐다. 선묵스님이 세상과 세인들의 삶을 바라보는 시선은 따뜻하다. ‘마음으로 찾아가는 108산사 순례기도회’를 결성해 2006년부터 9년간 이끌어 갈 때 다문화가정, 군부대 장병, 효부 등을 찾아 시상하던 마음도 세상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런 마음은 시심으로 녹아 책에 수록됐다.

“산다는 것은/ 비갠 산사를 걸으면서/ 꽃이 피고 지는 것을 바라보는 일/ 새와 바람과 나무와 한 몸이 되어/ 무언의 대화를 나누는 일/ 홀로 책을 읽거나 창을 바라보며/ 그리운 이를 생각하는 일/ 좋은 인연 만나 안부를 묻고/ 한잔 따뜻한 차를 마시며 미소를 짓는 일/ 이렇듯 산다는 것은/ 자신을 자유롭게 놓아버리는 일.”(‘산다는 것은’ 중)

그러면서 스님은 말한다. 진리를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 인생은 기나긴 밤길일 뿐이라고. 하지만 진리는 어렵거나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물처럼 흐르면서 사는 것이 진리다. “물은 생명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더러운 것을 씻어 주기도 하지만 절대로 거만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을 물처럼 써야 한다. 손해 보는 마음으로 살라. 손해는 그저 일시적인 것일 뿐, 영원한 손해란 없다”는 것이 스님이 전하는 삶의 자세다.

선묵스님은 14세 때 청담스님을 은사로 도선사에 출가했다. 청담스님이 열반하실 때까지 시봉했으며, 조계종 총무원 문화부장, 청담학원 이사장, 불교신문 사장과 도선사 주지를 역임했다. 현재 중앙종회의원과 포교단체인 ‘풍경소리’ 대표이사와 도안사 회주로 있다. 그동안 <살아있는 동안 꼭 읽어야 할 부처님 말씀 108가지> <그대는 그대가 가야 할 길을 알고 있는가> 등을 펴냈다.

[불교신문3154호/2015년11월18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