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한 조계종 종회의원 스님으로부터 하얀 봉투를 전해 받았다. 봉투 안에는 ‘거기는 제발 가지마세요’라는 제목의 만화 전단지 1장이 들어있었다. 만화에는 무신론자가 눈물을 흘리며 불구덩이로 들어가는 자극적인 그림과 함께 “영원한 지옥 형벌만이 기다릴 뿐” “예수를 믿으면 구원받는다” “죽더라도 반드시 회개하세요” 등의 글들이 담겨있었다.

편지를 받은 종회의원 스님은 종교적인 문제를 넘어 인격모독을 느꼈다고 분개했다. 스님은 “편지를 보자마자 기분이 너무 나빴다”며 “불교를 무시하고 깍아내리는 것을 넘어서 인간적으로 모욕감을 느꼈다”고 했다. 스님은 “분명 다른 사찰 주지 스님들에게도 같은 내용의 편지가 전달됐을 것”이라며 “다른 종교를 인정하지 않고 ‘이웃’ 종교를 ‘타’ 종교로 돌아서게 만드는 이같은 상습적 행위는 저질 행위”라고 괘씸해했다.

익명으로 배달된 편지 겉봉투에는 ‘삼향’이라는 지명 소인만이 찍혀 있어 정확한 출처를 알기 어려웠다. 그러나 받는 란에는 정확한 사찰 주소와 함께 ‘주지 스님 친전(직접 펴 봄)’이라고 적혀 있어, 누군가 계획적으로 전단지를 보낸 것을 알 수 있었다. 전단지 안에 적힌 번호로 몇 차례 전화를 걸어봤지만 연결이 되지 않았다. 만화로 전도활동을 하고 있는 개신교 관계자는 “사찰에 무단으로 전도지를 배포하는 일은 하고 있지 않다”며 “익명의 편지를 보내 자신의 종교를 이웃 종교인에게 강요하는 행위는 예의상으로도 어긋날 뿐 아니라 상식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해명했다. 

시내 중심가나 지하철에서 '예수 천국, 불신 지옥'을 외치는 사람들을 마주할 때마다 느끼는 불편함과 불쾌함은 그렇다 치자. 그러나 ‘친전’까지 써가며 이웃 종교 성직자들 앞으로 익명의 편지를 막무가내 살포하는 행위는 종교인이 했다고 보기 어려운 수준 이하의 작태다.

이슬람 경전 코란은 ‘종교에는 강요가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이슬람 국가는 자국 내 '일정 수준'을 넘어선 선교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하기도 한다. 제재 대상엔 물론 이슬람교도 포함된다. 여기엔 모범을 실천해 스스로 따르게 하고 타 종교와 공존하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같은 종교인으로써 예의에 어긋나는 짓 좀, 제발 그만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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