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셉신부님 

장은경 소설/ 밥북

 

장은경 작가의 소설 속 요셉 신부는 버림받고 실패한 인생이다. 어두운 과거의 터널은 숨겨져 있다. 교구청으로부터 호출을 받고, 문책을 각오한 요셉 신부는 며칠 휴가를 내 인근 인예사를 찾는다. 주지 지연스님은 ‘힘들거나 지쳐 있을 때마다 샘물처럼 떠올라 나를 정화시켜 주는’ 존재였다.

지연스님은 요셉이 신부가 되기 전 숨었던 절, 고덕사에서 만났다. 얼마간 사찰에 머물면서 마음을 다지고서야 그는 신학자의 길로 접어들 수 있었다. 사제가 된 이후에도 마음이 무거울 때면 종종 지연스님을 찾아 마음을 쉬곤 했다.

작별 인사차 들른 인예사에서 요셉신부는 ‘마리아’란 세례명의 신자를 만난다. 그녀는 ‘하나님을 믿는 불자’다. 그녀와의 대화에서 요셉신부는 절망에 빠져 숨었던 고덕사에서의 기억을, 그리고 지연스님과 만나 마음을 다스렸던 내용을 하나하나 떠올린다.

며칠간의 마음공부를 마치고 교구청에 도착한 요셉신부는 뜻밖의 소리를 듣는다. ‘폐암말기’라는 진단서가 교구청에 도착해 있던 것. 특별히 아프거나 어떤 증세도 없었는데, 어찌된 일일까. 남은 생이 불과 3개월 이내라는 전문의의 소견에 요셉신부는 또 한번 마음이 흔들린다. “사람은 누구나 자연의 한 부분이고, 다시 돌아갈 곳도 자연이다”던 지연스님의 말이 새삼 다가왔다. 그 말의 의미를 곰곰이 생각하던 요셉신부는 “남은 인생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을 위해 쓰겠다”며 양로원으로 찾아든다.

작가는 요셉신부와 지연스님의 대화를 통해 본연의 생명과 인간, 사랑은 종교를 뛰어넘는 큰 울림이라는 것을 말한다. 신앙이란 울타리에서 충돌하기보다, 화해하고 포용하면서 따뜻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장은경 작가는 장편소설 <바다는 아무도 기억하지 않는다>와 시집 <둥기 둥기 둥기야>을 펴내며 문학활동을 이어오고 있는 작가다.

[불교신문3150호/2015년1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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