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그래피 매거진6

고은-우주의 사투리

스리에처스 편집부 엮음

■ 책으로 만나는 고은의 삶과 철학 

1958년 등단해 지금까지 150여 권의 시집을 발간한 시인. 10여 년째 노벨문학상에 이름을 오르내리며, 세계적 시인으로 추앙 받는 고은 선생이다. 그는 또 민주화 운동에 헌신하면서 옥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삶이 민중과 닮아 있었고, 삶이 곧 시인이다는 평가를 받는다.

스리체어스 편집부에서 <바이오그래피 매거진> 6편으로 고은 시인의 삶과 철학, 문학을 종합적으로 엮어 <고은, 우주의 사투리>를 펴냈다. “1958년 <현대문학>에 추천돼 문단에 나왔다. 승려시절 <불교신문>을 창간하고 편집인 겸 주필을 지냈다. 환속 이후 허무와 탐미에 천착했으나 전태일의 죽음을 계기로 사회 참여에 나섰다”는 소개로 책장을 연다.

“1957년 일초스님(고은)은 조계종 총무원장에 추대된 효봉스님을 따라 서울로 올라왔다. 다음해 효봉스님이 종정에 추대되고 청담스님이 총무원장이 되었다. 고은은 종단에 눈과 귀가 있어야 한다고 청담스님을 설득해 1960년 <대한불교>를 창간했다. 오늘날 불교신문의 전신이다. 고은은 한국일보 문화부장 신석초 시인에게 신문 편집과 제작 상식을 배워 4면짜리 창간호를 발행했다. 인력이 부족해 편집과 논설, 교정까지 혼자 했다. 편집 여백을 메우기 위해 자작시를 실었다. 이때부터 조금씩 필명을 알렸다.”

고은 선생은 자신도 모르게 시인이 되었다. 도반의 병을 소재로 한 ‘폐결핵’을 본 친구가 <현대시>에 투고하면서 조지훈의 추천을 받아 문단에 나왔다. 그리고 미당 서정주가 고은의 시를 보더니 단번에 <현대문학>에 추천했다. 또한 고은 시인은 비평가로도 새로운 길을 일궈냈다.

“고은 시인은 1973년 <신동아>에 이중섭 평전을 연재했다. 천재 화가 이중섭의 삶과 예술에 대한 신화를 깨트리고 바로 잡았다. 꼼꼼한 취재와 박학한 미술 지식에 흥미로운 필치가 더해진 글로, 한국 기록문학의 새로운 스타일을 제시했다. 이어 <이상 평전> <한용운 평전>을 잇달아 펴내면서 고은은 우리나라 전기 비평의 기술을 마련했다.”

이후 편집부가 주목하는 고은 시인의 행적은 자유실천문인협의회 결성을 주도하고 대표 간사를 맡아 1974년 ‘문학인 101인 선언’을 주도한 일이었다. 유신정권의 긴급조치와 언론인 대량 해직 사태에 대한 강도 높은 비판의 결과 고은 선생은 ‘긴급조치 위반’으로 구속됐다. 석방 후 그는 1980년 신군부에 맞서 <실천문학>을 창간하고 “역사에 던지는 목소리”라는 부제로 간행물을 펴냈다. 당시 ‘고은’은 언론에서 다룰 수 없는 금기어였다. 결국 고은은 ‘붉은 춤’이란 의미의 무단(舞丹)이란 필명으로 글을 써야 했다.

1980년 김대중 내란음모사건에 연류돼 육군교도소 특별감방에서의 수감을 마친 고은은 항일독립운동사를 그린 서사시 <백두산>을 완간했다. 하지만 여권이 나오지 않아 정작 백두산을 가보진 못했단다.

“아 이 만남이야 말로/ 이 만남을 위해 여기까지 온/ 우리 현대사 백년 최고의 얼굴 아니냐/ 이제 돌아간다/ 한 송이 꽃 들고 돌아간다.” 2000년 첫 남북정상회담이 열릴 때 김대중 대통령과 함께 방북, 만찬장에서 낭독한 시. 민족의 동질성 회복을 위한 <겨레말 큰사전> 남북공동편찬위원장, 그리고 5600명 사람들을 4001편의 시로 그려낸 <만인보>까지. 고은 선생의 활동과 업적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평가를 담았다.

“1975년. 올해는 내 문학생활이 어려울 것이 틀림없다. 원고 받을 곳도 없을 것이다. 잡지사나 출판사도 압력을 받을 것이다. 그 어디서도 나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그뿐 아니라 나는 고문, 구속, 연금, 감시의 대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에게 노예의 연대기는 없다. 비겁이야 말로 나에게 악덕이다. 산화하리라. 내 시는 산화다.”

고은 선생의 일기 <바람의 사상>에서 그의 1970년대 삶이 고스란히 묻어난다. 자유실천문학을 그만두라는 미당 앞에서 숟가락으로 그릇을 탕탕치고 일어선 고은 선생. 전태일의 죽음을 언론으로 접하고 ‘내게도 대학생 친구가 한명 있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에 한없이 눈물 흘렸던 고은 선생이 지금 우리 사회에 던지는 가르침은 무엇일까.

“고독없는 인간은 영혼없는 인간입니다. 하지만 고독의 의미에만 파묻힌다면 끝내 우리의 소중한 삶을 질식시키고 말 것입니다. 고독은 관계를 통해, 세계를 통해 지속되는 생명이지요. 길을 묻지 마십시오. 험준한 길의 방황속에서만 희망의 반딧불이 빛날 것입니다.”

이 책을 통해 고은 선생의 삶과 문학, 철학과 가르침을 만나는 것은 행복이다. 

 최근의 일기

                                                              고은

아침 여섯시 반 일어났다

새 소리가 없다

80세의 긍정 사절할 것

체념 전무

80세의 타락 축출할 것

감히 치열할 것

서서

소리칠 수 없으면

누워서

소리칠 것

죽어서 소리칠 것

새소리가 있다.

[불교신문3150호/2015년11월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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