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불면증

가을이 되면 윤동주 시인의 ‘별헤는 밤’이라는 시가 생각납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있읍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밤 하늘의 별을 세다 보면 잠이 들기도 하고, 끝까지 세다 보면 밤을 새우기도 했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요즘의 가을하늘에서 별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별을 세다 잠이 드는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별을 찾기 쉽지 않은 가을밤에 잠들기 어려워 밤을 지새는 분들이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특히 야간 활동이 많고, 대부분이 사람들이 야간조명이 밝은 도시생활을 하는 대한민국의 특성 때문에 불면증이 조장되는 면이 있습니다. 우리 외래 진료실에도 밤잠을 이루지 못해 오시는 분들이 꽤 많으십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급성 불면증 시기를 지나 만성 불면증이 되어 일반적인 수면제만으로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분들입니다.

견디기 힘든 정도의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게 되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면증에 시달리게 됩니다. 이것을 급성 불면증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단계에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잘못된 전략을 쓰게 됩니다. 피곤하다는 이유로 일찍 잠자리에 들어가고, 어떤 경우에는 아침에 늦잠을 자기도 합니다. 낮잠을 자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모두가 급성불면증을 만성불면증으로 악화시키는 나쁜 전략입니다. 이렇게 하면 우리 몸은 침실에 누워 있는 동안에 잠이 바로 들지 않아도 언제든지 잠을 잘 수 있게 되어 침실에 들어가면 반사적으로 잠이 오게 되는 ‘조건반사’ 과정이 약해지게 됩니다.

또한 잠이 오지 않는다고 저녁에 밝은 불빛 아래에서 큰 화면의 텔레비전을 보는 데 이것은 체내에서 멜라토닌의 분비를 저해하여 우리 몸이 수면을 준비하는 과정을 방해합니다. 저녁 시간에는 빛 자극을 줄여서 멜라토닌이 자연적으로 분비되도록 해야 하는데, 과도한 빛 자극 특히 ‘파랑색’ 파장의 빛은 멜라토닌의 분비를 저해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실제 형광등, 텔레비전, 컴퓨터 모니터, 테블릿, 스마트폰 등에서 모두 ‘파랑색’ 파장의 빛이 나와서 멜라토닌의 분비를 저해한다고 합니다.

저녁에 하는 운동도 수면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저녁이 되면 활동량을 줄여 체온이 떨어지면서 우리 몸은 수면을 준비합니다. 그런데 운동을 하게 되면 이것을 방해할 수 있습니다. 불면증이 있으신 분들은 오전에 운동하실 것을 권해 드립니다. 이외에도 수면을 방해하는 것으로 알려진 카페인 등의 물질이 포함된 음료들은 특히 저녁 시간에는 안 마시는 것이 좋습니다.

누구든 인생에서 과도한 스트레스를 받고 일시적인 불면증을 겪게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위의 몇 가지 원리를 이해하고 실천한다면 만성 불면증으로 고생하는 일은 많이 줄이실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것들 외에 더 전문적인 도움이 필요하다면 가까운 곳의 수면 전문가와의 상담을 통한 치료를 하시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불교신문3149호/2015년10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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