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인 작가의 마음수행

단독수행

조해인 지음/ 해냄

 

 

조해인 작가는 자신을 단독수행자라고 부른다. 그녀가 머무는 곳은 자칭 ‘무궁무긴 명상원’이다. KBS, MBC 등에서 10여 년간 방송작가로 활동하면서 ‘열차 시회(詩會)’를 결성해 여러 시인들과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그러다가 1993년 불교를 만났다. 이후 명상을 시작해 선과 <금강경>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조해인 작가가 최근 발간한 <단독수행>은 “태풍 속에서 침묵을 경험한 적이 있는가”라는 의미 짙은 질문을 시작으로 그녀가 체험한 참선의 세계를 <금강경>의 가르침으로 풀어낸 책이다.

“어떤 에너지에 감전돼 온몸에 불이 ‘확’하고 붙는 듯한 황홀감에 휩싸였어요. 마치 화경을 통과한 비치 초점으로 모여들어서 홀연히 불을 일으키는 것과 같았지요. 그와 동시에 그 에너지가 전해주는 메시지가 번쩍하고 가슴을 강타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다른 곳에서 찾지 마라. 바로 지금 이 자리가 극락이다. 아, 저는 창피함도 모르고 그 자리에서 펑펑 울기 시작했습니다. 뜨겁고 기쁜 눈물이 줄줄 흘러 내렸죠.”

왜 수행을 해야하는지, 수행은 어떤 마음의 변화를 가져오는가 하는 질문에 대해 그녀는 잔잔히 풀어낸다. 우리가 사찰에서 절을 하는 것은 우상을 향해 소원을 빌거나 육신의 건강을 도모하기 위한 것이 결코 아니라는 작가는 “마음이 죽은 뒤에 찾아오는 새로운 새벽, 삼매를 경험하기 위해서”라고 단언한다.

“선이나 탄트라에서 마음에게 간섭을 하는 것이 곧 집착이라고 합니다. 마음은 우리가 변화시켜야 할 대상이 아니라 초월해야 할 대상일 뿐이라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거나 뜯어 고친다고 해도 결국 그 마음은 역시 똑같은 마음일 뿐이라는 뜻이지요.”

하나의 주제에 대해 자세한 설명이 이어진다. 하지만 그 가르침은 작가의 주장이 아니다. <금강경>의 내용이며 선사들이 말한 가르침을 인용했다. “선사들이 수행하다가 붓다를 만나면 그 붓다를 죽이라고 했다. 왜 그렇게 가르치는 것일까. 그것은 붓다라는 바깥의 이상형을 따르다보면 자기 자신을 잃을수 있기 때문”이라는 조해인 작가는 “수행을 통해 내 마음을 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우리가 촛불을 보며 명상을 할 때, 우리는 자신이 촛불을 바라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생각으로만 촛불을 바라보고 있을 뿐, 거기에 ‘바라보고 있는 자’는 부재한 상태입니다. 생각에 이끌려 엉뚱한 곳에 가 있습니다. 겉으로는 촛불을 보지만, 마음은 저 천만리 밖에 있는 집에서 아리따운 아가씨와 살림을 차리는 중이죠.”

부처님의 가르침은 “하늘이 놀라고 땅이 까무러칠 선언”이라는 작가는 지금 여기가 중심이다, 스스로를 비추는 등불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재가불자들도 꾸준하게 수행할 것을 권한다. 선사들의 가르침도 같다.

‘스님, 누구를 주려고 찻물을 끓이십니까?’ ‘어떤 한 사람이 달라고 해서….’ ‘그럼 그 사람더러 끓이라 하시지 왜 직접 끓이십니까?’ ‘그 사람이 내 속에 있거든.’ 운암선사(782~841)가 주는 울림이다.

[불교신문3148호/2015년10월28일자]

 

저작권자 © 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