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사람들 ① 금선사에 ‘젊은청춘’ 몰리는 이유

“대학 새내기 때부터 3년을 꼬박 사귄 남자친구가 얼마 전 제 친구랑 바람을 피웠어요. 군대생활 내내 살뜰하게 챙기고 공들이면서 사랑을 지켜왔는데, 어떻게 저에게 이런 일이 생기죠? 두 사람 꼴보기 싫어서 콱 죽어버리고 싶어요, 스님….” 스님은 이런 사정을 짊어지고 찾아오는 여대생들이 요즘들어 깨나 많다고 했다.

지도법사 선우스님

인간관계 상처…佛法으로 풀고

자기집착을 선한 노력이라 잘못 여기고, 노력을 했는데도 못마땅한 결과가 나왔다며 발을 동동 구르며 울고불고하는 젊은 청춘들을 스님은 일단 바람 불고 산새 우는 숲속에 앉혀 놓는다. “바람처럼 구름처럼 꽃처럼 새처럼 그저 있는 그대로 자연흐름에 나를 맡겨봅니다. 사랑이든 미움이든 올만해서 오는 감정이고 갈만해서 가는 감정입니다. 과거의 ‘나’라는 속박에서 벗어나 사유해보면, 그 어떤 문제도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압니다. 남자친구? 올만해서 왔다가 이제 갈만해서 가는 것이니 그 어떤 원망도 죄의식도 없이 날려보냅시다.”

사람들의 아픔은 실패한 연애뿐만 아니다. 인간관계를 통해 상처받은 아픔을 쉽게 가라앉히지 못한다. 믿었던 친구, 직장상사, 사랑하는 남편이나 부인, 자식이나 부모님 등 관계에서 비롯된 묵은 상처를 보듬고서 끙끙대며 신음한다. “왜 나는 꼭 사랑받고 인정받아야 한다고 착각할까요?” 스님의 반문에 기자도 말을 잃었다.

서울 북한산 금선사에서 템플스테이를 지도하는 비구니 지도법사 선우스님은 운문승가대학 사집반 시절 수천번, 수만번 사무치게 되뇌었던 말, ‘얻을 바 없고, 구할 바 없다’는 뜻을 지금도 품고 산다. “만법(萬法)이 텅 비었다는 진리에 사무치면 내 발뿌리부터 삼라만상 불법(佛法) 아닌 것이 없고, 모두가 선(禪)입니다. 우리 모두 연관된 현상과 흐름 속에 살면서도 자기의식에 자기 스스로 온갖 옷을 입혀놓고 그것에 갇히고 말지요. 마음에 실체없음을 깨닫고 자기가 의식적으로 잡고 있는 트라우마를 날리는 것이 템플스테이의 목적이자 효과입니다.”

선우스님은 템플스테이가 자칫 불교문화유산을 구경시켜 주고, 수행하는 스님들의 삶을 오픈하는 행사로 여겨지는 것을 경계했다. 회심(回心)의 관점으로 나를 돌아보고, 흔들림없는 자기 마음의 중심을 찾아서 마음의 주인이 될 수 있도록 시야를 열어주는 계기를 심어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요즘 젊은 사람들은 ‘행복해져야 한다’는 강박만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은가’라는 번뇌에 휩싸여 있어요. 삶이란 (행복보다) 삶의 내용을 통해 성숙해가는 과정입니다. 아픔도 상실도 배신도 성숙한 삶으로 들어가는 과정에서 만나는 한바탕 비바람에 불과하고….”

‘괜찮다’ 다독이는 고향집 같아

서울 금선사 템플스테이에는 유독 젊은이들이 많이 온다. 서울 근교에서 산사의 분위기를 느끼기에 제격인데다, 지도법사 스님의 눈물겨운 법담이 한번 인연맺은 이들을 또 찾아오게 한다. 사진제공 금선사

‘삶이란 타인에 의해 채워질 수 없다는 진리’를 제대로 터득하기에는 아직 어리지만, 금선사를 다녀간 젊은이들은 스님의 법담과 금선사에서의 추억을 가슴에 고이 간직한다. 요즘엔 스마트폰이 있어 일상으로 돌아간 뒤에도 스님과의 법담을 이어갈 수 있어 좋다. 젊으나 늙으나 아무 때나 툭툭 튀어나오는 ‘화’를 주체하지 못해 더 큰 ‘화’를 당한 사람들은 ‘화’에 관해 스님에게 묻는다. 그러면 스님은 다시 되묻는다. “화는 나빠요? 좋아요?” “….”

“화는 억누르고 멀찌감치 놓거나 참아서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A가 B로 인해 화가 났다면 B의 잘못일까요? A와 B 두 사람 인연에 의해 화가 생겼고, 인연따라 생긴 그 무엇도 다시 흩어지기 마련입니다. 화를 제때 쓸 수 있도록 화의 노예가 아니라 화의 주인이 돼야죠.”

선우스님의 알기쉽고 편안한 ‘법문’이 프로그램 곳곳에 배어있는 금선사 템플스테이는 서울 근교에 천혜의 자연환경까지 더해져 젊은이들의 발길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1주일에 최대 30명 이상이 금선사를 찾는다. 한번 템플스테이에 온 사람이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다시찾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남부럽지 않은 스펙을 갖고 강남에서 높은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 불철주야 공부해서 박사학위를 3개나 취득해서 학계를 주도하는 대학 교수, 국제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은 외국인 학자…. 다 이뤘지만 허망하고, 가난에서 벗어났지만 만족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금선사는 ‘괜찮다’, ‘고생했다’며 다독여주고 감싸주는 고향집같은 정겨운 도량이다.

선우스님은 올겨울부터는 고구마를 구워먹을 아궁이를 지펴놓고 이 곳 북한산에 오르는 젊은 청춘들을 기다려볼 작정이다. 흔들림없는 마음자리를 찾기 위해 무슨일이든지 ‘같이 풀어보자’는 멍석을 펴기 위함이다.

금선사에만 있다… ‘새로운 꿈 향한 108배’

금선사 템플스테이는 ‘서울 야경’이 압권이다. 산 저만치 아래 청와대와 경복궁까지 품고 있으니, 금선사에 올라 ‘속세’를 굽어보면 ‘아등바등 살아서 무엇하나’라는 회심이 절로 나온다. 금선사에는 지도법사 선우스님이 직접 만든 ‘108배 프로그램’이 있다. 이른바 ‘새로운 꿈을 향한 108배’ ‘마음의 문을 열며’ ‘참회하고 돌아보며’ ‘자각하고 배우며’ ‘감사하고 환희하며’ ‘새로운 꿈을 회향하며’ 등의 테마로 1배 1배 주제를 갖고 절하는 108배다. 참회로 시작해서 참회로 끝나는 일반 108배에 ‘희망’을 불어넣은 금선사표 108배다. 처음엔 눈물을 머금고 절을 올리다, 끝으로 갈수록 눈물을 훔치고 두 팔을 힘껏 걷어부치고 법당을 나서는 젊은이들이 많다. ‘세상의 숱한 기준으로부터 자유로워지길 꿈꾸며 절합니다.’ 아흔두번째 절 주제다.

 

“만추, 사찰서 만원의 행복 만끽하길”

행복만원템플스테이, 11월1일까지

정부관광주간을 맞아 한국불교문화사업단(단장 진화스님)이 단돈 1만원으로 템플스테이 문호를 활짝 열었다. 오는 11월1일까지 전국 75개 사찰<아래 표 참조>이 ‘가을 관광주간 행복만원(幸福滿願) 템플스테이’에 동참, 참가자들에게 손짓한다. 이에 하룻밤 사찰에서 묵는 템플스테이 비용이 1만원으로 대폭 할인됐고, 당일 사찰체험은 5000원으로 가능하게 됐다. 내외국인 1만명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만큼 참가자들의 신청문의도 거세다.

이번 행복만원 템플스테이는 템플스테이 공식 홈페이지(fall.templestay.com)를 통해 예약하면 된다. 관광주간 기간동안 템플스테이에 참여한 사람들은 오는 11월13일까지 체험기와 사진을 공모해서 템플스테이 무료체험권과 본디나 스페셜 기념품 등 푸짐한 상품도 받을 수 있다. 응모작 중 일부 선정작은 템플스테이 매거진에 수록되는 혜택도 누린다. 한국불교문화사업단은 “가을산사가 가장 아름다운 요즘 일에 지친 직장인들이나 외국인 유학생, 관광객들이 저렴한 비용에 하룻밤 사찰서 묵음으로써 일상을 떠난 달콤한 휴식을 맛보게 될 것”이라며 행복만원템플스테이의 적극 동참을 기대했다. 

 

 

[불교신문3146호/2015년10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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